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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출렁이는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환상적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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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3일 07:45 프린트하기

※취재팀주

본 기사는 단순한 영화(애니메이션) 홍보 기사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 <모아나>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은 전혀 담고 있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수학기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고, 애니메이션 <모아나> 제작에 쓰인 ‘최신 연구’를 소개합니다.      

 

언젠가부터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어린이만을 위한 작품이 아닙니다. 비록 영화관에서 볼 때는 자막 버전을 선택하고 시간을 잘 맞춰야 하지만(자칫 잘못하면 영화 대사보다 옆자리 어린이 대사를 더 많이 들을 수도), 어떤 애니메이션은 개봉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거나 너도나도 ‘재밌다’는 평이 쏟아지면 궁금해서라도 예매를 하게 되지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는 CG로 섬세하게 표현된 다양한 형태의 만날 수 있다. - ⓒDisney 제공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는 CG로 섬세하게 표현된 다양한 형태의 만날 수 있다. - ⓒDisney 제공

3년 전 개봉한 <겨울왕국>은 현재까지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어른아이에게 모두 사랑받은 대표 애니메이션입니다. <겨울왕국>은 탄탄한 이야기 구성으로 작품에 명쾌한 메시지를 담았고, 중독성 있는 OST(영화 속 삽입 음악)로 진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여기에 풍성한 영상미를 선보여 관객들의 눈을 사로 잡았죠.

 

● ‘눈’이나 ‘물’의 움직임 묘사는 컴퓨터 그래픽의 난제

 

<겨울왕국>은 제목 그대로 ‘겨울왕국’을 표현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이 사실적으로 잘 표현됐고, 심지어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에 전문가는 물론 대중에게 극찬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컴퓨터그래픽(CG)을 볼 때 감탄을 하니까요. 특히 애니메이션은 CG의 완성도가 관객평가의 핵심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픽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물이나 불, 눈과 같이 특정한 형태가 없는 효과가 필요한 장면이 가장 제작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형태도 없는데 각각 고유의 성질이 있어, 자칫 잘못 표현했다간 물이 젤리처럼 보이거나, 눈이 돌덩이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컵에 물을 따르는 장면을 CG로 나타내려면 시간에 따라 변하는 물의 양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물병에서 쏟아지는 물의 양과 컵에 채워지는 양이 반드시 같아야하죠. 물을 따를 때 물병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속도, 컵 벽에 부딪쳐 튀어 오르는 물방울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래서 CG 전문가들도 복잡성이 큰 물이나 불, 연기, 눈 등은 제작을 꺼립니다.

 

하지만 <겨울왕국> 제작팀은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학자의 연구 결과를 적극 활용해 이 난관을 극복했습니다. 눈이나 물처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장면 묘사를 위해 수학자, 공학자, 개발자의 도움을 받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블랙홀 장면 묘사에 물리학자 킵 손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교수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요.

 

이때 수학자는 밀도와 부피 같은 물리적 성질을 기초로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함수식을 만듭니다. 그러면 공학자와 개발자는 이 함수식을 디자이너와 감독이 원하는 CG 영상으로 구현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일을 합니다.

 

조셉 테란 UCLA 수학과 교수는 2007년부터 디즈니와 손잡고, 애미메이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 ⓒUSC, ⓒJoseph Teran 제공
조셉 테란 UCLA 수학과 교수는 2007년부터 디즈니와 손잡고, 애미메이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 ⓒUSC, ⓒJoseph Teran 제공

조셉 테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수학과 교수 연구팀은 2007년부터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테란 교수와 공동 연구팀은 <겨울왕국>을 제작할 당시, CG로 눈의 다양한 질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눈 시뮬레이션(A Material Point Method For Snow Simulation)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겨울왕국>에서는 만지면 부서지는 눈, 딱딱하게 뭉쳐지는 눈, 눈보라가 치며 성벽에 쌓이는 눈, 눈이 잔뜩 쌓인 길을 걸을 때 생기는 발자국과 달라지는 눈의 부피, 나무에 쌓여있던 눈이 주인공 안나에게 쏟아질 때 달라지는 눈의 질감 등 상황에 따라 알맞은 꼴의 눈을 만날 수 있었지요. 특히 눈은 유체와 고체의 성질을 모두 지니고 있어, 테란 교수의 눈 시뮬레이션은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래 영상을 참고해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 보세요.

 

 

테란 교수 연구팀이 미국계산기학회(ACM)에 소속된 컴퓨터그래픽스 분과회(SIG)가 매년 주최하는 세계 최대의 컴퓨터 그래픽스 국제 회의인 시그라프(SIGGRAPH)에서 ‘눈 시뮬레이션’ 관련 논문을 발표할 때 선보인 영상 자료입니다. 디즈니에서는 3년 전, <겨울왕국>이 개봉하는 시기에 맞춰 이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습니다.  

 

● 미분방정식으로 파도를 재현

 

 《생애 첫 항해에 나선 주인공 모아나는 암초지대를 넘자마자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높은 파도를 만난다. 위협적인 파도는 모아나의 작은 배를 순식간에 뒤집고,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얀 거품으로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진다.》

 

수학자가 만든 리얼한 바다, 어떠신가요? - ⓒDisney, 호호호비치 제공
수학자가 만든 리얼한 바다, 어떠신가요? - ⓒDisney, 호호호비치 제공

12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모아나>에서는 사실적인 바다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바다보다 더 현실 같은 바다 연출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수학의 힘이지요. <겨울왕국> 설경에 이어 <모아나>의 파도도 테란 교수 연구팀과 함께 했습니다.    

 

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시뮬레이션은 유체역학 이론을 기초로 합니다. 공기나 물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미분방정식의 일종인 ‘나비어-스토크스 방정식’이 설계의 기본입니다. 이 방정식은 백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있는 세계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입니다. 아직 방정식의 해를 찾지 못했고, 정확한 해가 없어 오차가 있는 근사해만 구할 수 있습니다. CG 제작에서는 ‘정확성’보다 ‘시각적 효과’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근사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론 페드키우 스탠퍼드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1999년 지도교수 스탠리 오셔와 함께 처음으로 나비어-스토크스 방정식을 CG 시뮬레이션 제작에 활용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 망자의 함>입니다. 페드키우 교수를 시작으로 이 방정식은 다양한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분방정식으로 눈을 표현하는 시뮬레이션을 만들려면, 기준이 되는 현재 눈의 부피와 밀도, 질량 등을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이 값을 ‘어떤 미분방정식’에 대입하면, 컴퓨터가 방정식을 풀어 눈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조절할 수 있는 힘, 방향이나 속도, 가속도를 알려주고 CG는 이 값에 따라 구현됩니다. 변수의 작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눈의 상태를 아래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세요.

 

변수의 미세한 변화에도 CG로 만든 눈의 질감에서 차이가 느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Youtube.com 화면 캡쳐(ⓒDisney) 제공
변수의 미세한 변화에도 CG로 만든 눈의 질감에서 차이가 느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Youtube.com 화면 캡쳐(ⓒDisney) 제공

● 살아있는 물 나타내는, 새 시뮬레이션 기법 적용


테란 교수 연구팀은 <모아나> 제작에 새로운 시뮬레이션 기법(APIC, The Affine Particle-In-Cell)을 사용했습니다. 과거 기법에서는 물 움직임의 지속성이 떨어져 에너지가 부족했고, 에너지를 올리면 물 표면에 잡티가 많아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APIC 기법은 기존과 같은 조건에서도 움직임이 오래 지속됐고, 안정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CG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관련 내용을 담은 논문을 전산물리학 저널(Journal of Computational Physics) 최신 호에 공개했습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테란 교수팀이 개발한 APIC 기법, APIC 기법 99%*PIC 기법 1%, APIC 기법 95%*PIC 기법 5%, PIC 기법, PIC 기법 5%* FLIP 기법 95%, PIC 기법 1%* FLIP 기법 99%, FLIP 기법으로 나타낸 와인잔에 쏟아지는 와인의 모습. 자세히 보면 CG로 표현된 와인의 움직임이나 자연스러움, 거칠기 등이 모두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The Affine Particle-In-Cell Method 논문 발췌, ⓒDisney 제공
왼쪽부터 순서대로 테란 교수팀이 개발한 APIC 기법, APIC 기법 99%*PIC 기법 1%, APIC 기법 95%*PIC 기법 5%, PIC 기법, PIC 기법 5%* FLIP 기법 95%, PIC 기법 1%* FLIP 기법 99%, FLIP 기법으로 나타낸 와인잔에 쏟아지는 와인의 모습. 자세히 보면 CG로 표현된 와인의 움직임이나 자연스러움, 거칠기 등이 모두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The Affine Particle-In-Cell Method 논문 발췌, ⓒDisney 제공

테란 교수는 “기존 시뮬레이션으로 <모아나>의 바다를 표현했다면 관객은 수영장에 떠있는 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며 “이번 연구로 부자연스러움을 줄이고, 바다의 거친 파도와 항해하는 배의 움직임, 물의 입자까지 세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형태도 없고, 움직임의 방향성도 정해지지 않은 물을 수학과 공학, 그리고 예술이 만나 진짜보다 더 진짜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관련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처리 속도는 더 빠르게, 이미지 처리 완성도를 높이는 새로운 시뮬레이션 기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학자들의 골칫거리였던 답 없는 방정식이 예술과 만나 새로운 분야를 열었습니다. 이번 주말 수학자가 그린 섬세한 파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는 건 어떨까요. 

 

※도움말

국대 컴퓨터공학과 홍정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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