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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규제완화 ‘대통령 청부입법’?…안종범 수첩에 적힌 VIP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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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규제완화 ‘대통령 청부입법’?…안종범 수첩에 적힌 VIP 지시

2017.01.16 19:15

 

박근혜 대통령(왼쪽)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오른쪽)에게 자가줄기세포의 안전성이 입증됐으니 규제를 완화하라고 지시했다.  - 동아일보DB 제공
박근혜 대통령(왼쪽)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오른쪽)에게 자가줄기세포의 안전성이 입증됐으니 규제를 완화하라고 지시했다.  - 동아일보DB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3월 2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줄기세포 규제완화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해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인 ‘첨단재생의료법’이 추진된 시기와 같다. 이 법안 발의가 대통령의 의지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간지 ‘시사IN’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서 ‘자가줄기세포의 안전성이 입증됐으니 임상시험 진입장벽을 낮추라’는 박 대통령 지시 내용을 확인했다고 1월 21일자 커버스토리에서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안종범 업무수첩 ‘3-2-16 VIP’에는 ‘3. 신약 개발 활성화’라는 제목 아래 일련의 메모가 있으며, ‘임상실험 진입장벽 완화-사람 대상 실험해야.’라고 적혀있다. 또 메모 하단에는 ‘자기 줄기세포는 안전성 입증’이라고 씌여있다.

 

줄기세포는 여러 기능을 가진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다. 병이나 사고로 손상된 부위를 복구하는 치료효과가 있다. 자기 줄기세포는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를 뜻하는 ‘자가줄기세포’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오른쪽)를 공개한 시사주간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오른쪽)를 공개한 시사주간지 '시사IN'.

●첨단재생의료법, 대통령 지시와 관련 있나?

 

줄기세포 전문가들은 수첩의 내용이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줄기세포 규제완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사업’이라는 점과 ‘박근혜 대통령이 자가줄기세포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황승식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선 라인이 대통령에게 최소조작과 배양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자가줄기세포는 안전하다고 말한 것 같다”며 “중요한 보건의료정책이 이렇게 주먹구구로 결정됐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줄기세포 임상시험 검증을 완화하는 ‘첨단재생의료법’을 연달아 발의한 시점은 박 대통령이 안 수석에게 지시한 시점과 가깝다. 관련 법안이 처음 상정된 것은 지난해 2월 2일이다. 보건의료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앞뒤 정황을 봤을 때 정부가 국회에 ‘청부입법’을 맡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을 만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이전부터 줄기세포 치료에 관심을 가졌다. 국회의원이던 2009년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돕기 위해 제대혈위원회를 만드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줄기세포 치료 규제완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표 참조)

 

박근혜 대통령이 줄기세포 치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바이오업체 ‘알앤엘바이오’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알앤엘바이오가 2010년께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에게 불법으로 줄기세포 주사를 놓아줬고, 이를 최순실씨가 예약했다’는 내용을 업체 전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보도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또 알앤엘바이오가 이 시술을 합법화하기 위한 로비 목적으로 유력 정치인들에게 무료로 시술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알앤엘바이오는 당시 보도를 부인했다.


이와 관련,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올해 1월 12일 공개했다. 최순실 씨가 2012년 11월 29일 알앤엘바이오에 700만원을 이체했다는 자료를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첨단재생의료법,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것 아닐까?

 

11월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이름으로 불법 줄기세포 주사를 맞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 SBS 제공
11월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이름으로 불법 줄기세포 주사를 맞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 SBS 제공

‘민간의 로비 →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 줄기세포 규제완화법 발의’로 이어지는 흐름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첨단재생의료법의 ‘핵심연결고리’가 된다.

 

하지만 이런 의혹에 앞서 생각해 볼 점은 첨단재생의료법을 추진한 청와대가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된 여러 잠재적 위험과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동아사이언스 취재 결과 자가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환자가 뇌출혈로 사망하는 등 해외에서 사고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2010년 독일에서 10살 어린이가 뇌에 자가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뇌출혈을 일으키는 사고가 벌어졌고 같은 주사를 맞은 18개월 아기는 사망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e메일 인터뷰에서 위험 가능성을 지적했다. 더글라스 십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줄기세포정책 전문연구원은 “세포이식 결과 뇌졸중이나 시력소실, 사망 등 피해를 입은 환자들의 사례는 이미 수없이 발표된 바 있다”고 밝혔다.

 

논란의 여지가 큰 의료 관련 법안을 충분한 과학적 검증과 논의의 과정 없이 서둘러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첨단재생의료법은 논쟁이 큰 법안이다. 첨단재생의료법에 대한 내용은 아래 관련기사에서 살펴볼 수 있다.


[1부]‘김기춘 주사’ 3600만원…“일본 원정치료 열흘 뒤에 떠날 수 있어요”
[2부]“우리도 일본처럼 면역·줄기세포 규제 풀자” vs “위험천만한 소리”
[3부]줄기세포치료 규제 완화한 EU…최근 규제 강화 목소리 높아
[기사]첨단재생의료법 둘러싼 찬반 논쟁…핵심 쟁점 5가지
[사이언스 지식IN] 면역세포? 줄기세포? 첨단재생의료법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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