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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가 또!] ‘너의 이름은.’, 이공계의 시점으로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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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가 또!] ‘너의 이름은.’, 이공계의 시점으로 보니

2017.01.18 17:50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1월 4일 개봉한 이래 18일까지 누적 관객수가 268만 명이 넘어섰습니다. 지난 주 ‘모아나’가 개봉하기 전까지 예매율도 1위를 기록하고 있었지요.

 

원작 국가인 일본에서는 8월에 개봉했는데, 역대 일본 영화 흥행 수입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을 들었을 때 까지만 해도 흥행수입이 역대 일본에서의 영화 흥행수입 4위 쯤에 있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는 현재는 2001년에 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주)미디어캐슬 제공
(주)미디어캐슬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이니 일본에서 흥행할 수 있다치고라도, 우리나라에서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개봉 5일만에 관람 관객 100만을 달성했는데, 역대 애니메이션 돌파 속도 5위에 듭니다. 이런 속도를 보인 애니메이션으로는  ‘너의 이름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들은 ‘쿵푸팬더’ ‘쿵푸팬더2’ ‘쿵푸팬더3’ ‘겨울왕국’ 등 입니다. 심지어 ‘너의 이름은.’이 전체 연령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좀더 어마어마한 기록이라고 생각될 수 있을 겁니다(12세 관람가입니다).

 

● 1500년 만에 돌아온 티아매트 혜성?

 

애니메이션의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도시에 사는 소년(타키)과 시골에 사는 소녀(미츠하)가 서로 몸이 바뀌는 일이 발생합니다. 서로의 삶을 체험하면서 관심을 갖고 사랑에 빠지지요(이미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판타지입니다).

 

서로 몸이 바뀌면서 생활하는 동안 1500년 만에 혜성이 돌아 옵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지상 최대의 우주쇼라며 놓쳐서는 안될 이벤트라고 광고하고요. 두 사람과 혜성이 얽히면서 거대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너의 이름은.’의 대략적인 줄거리입니다.

 

판타지 요소가 얽혀 낭만적으로 흘러가는 하이틴 로맨스 애니메이션이지만 이공계 출신 기자의 눈에는 몰입하기 힘든 요소들이 자꾸 눈에 띕니다. 소년과 소녀과 몸이 통째로 바뀌는 설정은 이미 다른 콘텐츠에서 여러 번 봐왔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 설정이니 일단 넘어갑니다만, 구석구석 계속 눈과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여럿 있습니다. 네, ‘이공계가 또…!’라는 말이 나올 법한 바로 그 상황입니다.

 

※ [스포주의]이 아래부터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스포일러가 듬뿍 담겨있습니다.

 

첫 번째로 이질감을 느낀 것은 바로 혜성의 존재입니다. 1500년 만에 지구에 최대로 접근한다는 티아매트 혜성이 그 주인공입니다.

 

혜성은 항성 주변에서 움직이는 천체 중 하나입니다. 혜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명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태양계의 경우) 초기 태양계가 만들어 질 때 외곽에 있던 물질이 태양과 행성의 중력 영향을 받아 태양계 내부로 진입한 천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소행성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휘발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 태양 가까이 지나갈 때 이 기체들이 증발하고 부서지며 꼬리가 만들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예부터 혜성은 아주 특별한 별로 취급돼 왔습니다. 정확히는 주로 전쟁이나 흉년, 전염병 같은 재난을 예고한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아무래도 타키와 미츠하를 둘러싼 재난을 예고하기 위해 혜성을 사용한듯합니다만, 중간 중간 나오는 혜성의 묘사가 이공계의 귀에는 계속 거슬립니다.

 

특히 거슬리는 부분은 ‘1500년 만에 돌아온 혜성’이라는 표현입니다. 태양계 최외각에서 만들어져 움직이는 혜성은 아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단주기 혜성’과 ‘장주기 혜성’이지요. 단주기 혜성은 혜성이 궤도 운동을 하며 한 바퀴 도는 주기가 200년 이하인 혜성을 말합니다. 단주기 혜성 중 가장 잘 알려진 혜성은 76년 주기로 지구를 방문한다는 ‘핼리 혜성’이 있습니다(참고로 과학동아도 이 핼리 혜성이 지구를 방문한 1986년에 창간됐습니다).

 

한 주기가 200년이 넘을 경우는 ‘장주기 혜성’이라고 하는데 장주기 혜성은 또 궤도의 형태에 따라 여러 혜성으로 나뉩니다. 궤도 형태가 포물선인지, 혹은 쌍곡선인지, 아니면 궤도를 예측할 수 없는지에 따라 나눠지지요.

 

컴퓨터를 이용해 정밀하게 계산을 합니다만, 혜성의 핵 자체가 궤도에 비해 워낙에 작고, 주변 천체의 중력에 따라 또 어떻게 궤도가 변할지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열심히 궤도를 계산해서 다음에 지구에 돌아올 시기를 예상한다고 해도 정말 올지도 알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20세기에 발견한 혜성 중 가장 밝은 혜성인 헤일-밥 혜성은 1995년에 처음 발견돼 18개월 동안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혜성의 공전 주기가 2500년이라고 계산했고요. 바꿔 말하면 2500년 전에도 관측이 가능했고, 2500년 뒤에 관측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하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2500년 전에  헤일-밥 혜성을 목격했다는 기록이 있을까요? 설사 기록이 있다해도 기록의 혜성이 헤일-밥 혜성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2500년 뒤까지 인류가 존속해 기록을 찾는다면 헤일-밥 혜성이 돌아왔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먼 미래 일입니다.  

 

1997년 관측된 헤일-밥 혜성. 20세기에 관측된 혜성 중 가장 잘 보였던 혜성이라고…. - NASA 제공
1997년 관측된 헤일-밥 혜성. 20세기에 관측된 혜성 중 가장 잘 보였던 혜성이라고…. - NASA 제공

그런데 애니메이션에서는 너무도 당당하게 ‘티아매트 혜성이 1500년 만에 ‘돌아왔다’’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일본 전국을 혜성을 꼭 관찰해야 한다며 축제 분위기로 몰고 갑니다. 실제로 극중에서 미츠하의 마을 축제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 혜성을 관측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라며, 마을 사람들은 모두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혜성을 구경합니다.

 

이공계 모드를 발동시킨 김에 티아매트 혜성의 후보가 될 수 있는 혜성을 찾아봤습니다. 혜성은 보통 발견자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1996년에 발견된 헤르렌로더-스퍼(1510년 주기), 2015년 발견된 팬스타스(1533년 주기), 1936년 발견된 펠티어(1550년 주기), 1994년 발견된 맥노트-러셀(1564년 주기) 정도가 티아매트 혜성의 후보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이들 혜성이 진짜 이 주기로 오는지는 1500년 뒤에나 알 수 있습니다.

 

* 극중 티아매트 혜성의 주기는 1200년이라고 합니다. 1200년 주기로 추정되는 혜성은 1989년 발견된 헬린-로만-알루(1190년 주기), 2012년 발견된 맥노트(1200년 주기), 2015년 발견된 자쿠스(1255.3년 주기), 1854년 발견된 클린켈퓨에스(1290년 주기) 등이 있습니다. 지적해준 독자분 감사합니다.

 

● 불꽃놀이에 버금가는 장관 연출? 현실은 빛무리가 조금 보일 뿐

 

사실 기자가 ‘너의 이름은.’에서 가장 괴리감을 느꼈던 부분은 혜성의 일부가 분리돼 지구와 충돌한다는 설정 부분이었습니다. 1500년 전과 다시 돌아온 현재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이 분리돼 똑같은 자리에 파편이 떨어졌다는 설정이 계속 거슬립니다.

 

시골 소녀 미츠하가 사는 이토모리 마을은 거대한 분지에 조성된 마을입니다. 알고 보니 미츠하가 사는 이토모리 마을터는 1500년 전 티아매트 혜성이 지구를 지나갈 때 떨어진 파편 충돌로 만들어진 분지입니다. 그리고 또 하필 티아매트 혜성은 지구를 지나가며 ‘또’ 이토모리 마을에 파편을 떨어뜨리고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13년과 2016년은 우주 쓰레기의 궤도도 추적하고 대비하는 시대인데, 1500년 전에 지구 근처를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온(바꿔말하면 궤도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혜성이 갈라질 것을 예상도 못하고, 이 파편이 어디에 떨어질지는 더더욱 모르며, 파편이 어디에 떨어질지 모른다고 뉴스로 방송하는 아나운서는 지상 최대의 우주쇼를 구경하라는 태평한 소리나 해댑니다(정확한 지점을 알려줬다가 국민에게 대 혼란이 올 것을 대비해 정부에서 정보를 함구하도록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떨어진 파편은 1500년 전에도 그랬듯, 이토모리 마을에 떨어져 어마어마한 인명피해를 내지요.

 

뉴스에서 파편이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고 방송을 했음에도 이토모리 마을 사람들은 태평하게 혜성을 구경합니다. 마침 마을 축제 기간이고, 불꽃놀이와 함께 혜성의 움직임이 멋지게 어우러집니다. 실제로 혜성을 본 사람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을 텐데…. 

 

지구 외부의 천체가 지구로 떨어져 이 정도 장관을 보이는데 파편의 궤도도, 추락 지점도 아무것도 예측하지 못한다면 그야 말로 ‘대 재앙’입니다. 재난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요! - (주)미디어캐슬 제공
지구 외부의 천체가 지구로 떨어져 이 정도 장관을 보이는데 파편의 궤도도, 추락 지점도 아무것도 예측하지 못한다면 그야 말로 ‘대 재앙’입니다. 재난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요! - (주)미디어캐슬 제공

 

‘빗자루별’ ‘꼬리별’이라는 별명이 있는 것처럼 혜성은 빛나는 구체 뒤로 긴 꼬리가 만들어집니다. 태양 가까이에 다가가면서 휘발성 물질이 태양에 의해 빛이 나며 태양의 반대편으로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천체사진을 통해 보는 혜성은 휘황찬란하고 아름다운 꼬리로 사람을 매혹시킵니다. 그래서 혜성을 관측할 수 있다고 하면 보통 긴 꼬리를 빼며 하늘 가득 지나가는, ‘너의 이름은.’에서 나오는 혜성을 상상하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육안으로 관측 가능하다’라는 말을 뒤집으면 ‘일반적으로 혜성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망원경이 필요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맨눈으로도 관측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날씨가 아주 맑고 달도 없은 밤, 몇 세기를 통틀어 육안으로 관찰이 가장 쉬운 혜성 쯤 되면 밤하늘에서 유난히 밝고 크게 보이는 별 꼬리가 어렴풋이 보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천체 관측에 익숙한 분이라면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만, 아니라면 긴가 민가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느낌인지 2013년에 판스타스 혜성을 관측하러 야외에 나갔던 당시 고3 학생의 블로그를 링크해드립니다. (☞3월 21일 판스타스 혜성관측!)

 

‘너의 이름은.’은 분명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본에서 대흥행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자연 재해를 당했던 충격을 애니메이션 감성으로 재해석한 것이 일본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실제로 혜성 파편이 떨어져 피해를 입은 이토모리 마을의 모습은 천체가 떨어진 충격보다는 쓰나미로 인해 피해를 입는 모습과 더 비슷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만큼, 기자도 감동을 받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이런 저런 설정들이 눈에 거슬리는 것을 보면 역시 저도 어쩔 수 없는 이공계인가 봅니다.

 

※필자 주: 로맨틱한 분위기가 가득한 결혼식장입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신랑 신부에게 축하의 말을 던지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사랑이 퐁퐁 솟아납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그 공간에서 주례가 입을 엽니다. ‘산소와 규소가 만나 단단한 광물인 석영이 되듯…’ 그 순간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탄식합니다. ‘이공계가 또…!’
네, 요즘 이공계 사람들은 무엇을 봐도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감성마저 파괴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그려집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적어도 저 결혼식에 다녀간 사람들은 석영이 산소와 규소로 만들어진 광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기억하겠지요. ‘이공계가 또’는 세상 만사 다양한 사건을 철저하게 이공계 마인드로 분석해 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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