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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VIEW] 내 아이의 플라스틱 장난감,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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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9일 10:30 프린트하기

“키즈 카페 갈 필요 없어. 우리 집이 거의 그 수준이거든. 우리 집에서 만나자!”
“아, 지금이요? 현관문 앞에서부터 발로 장난감 치우면서 들어오셔야 하는데….”
“타요, 폴리, 카봇, 또봇, 옥토넛 등 왜 자꾸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까요?(울상)”
“친환경 장난감이요? 좋을 것 같긴 한데…, 가격이 너무 비싸고, 아이도 금방 싫증내니까 투자하기가 부담돼요.”

 

이곳은 집인가 키즈카페인가. 발로 치우며 길을 개척해야하는 수준. - 염지현 제공
이곳은 집인가 키즈카페인가. 발로 치우며 길을 개척해야하는 수준. - 염지현 기자

오늘날에는 대형마트에 장난감 전문 코너가 한 층을 이룰 정도로, 종류도, 기능도, 소재도 정말 다양합니다. 어렸을 때의 장난감이 부족했던 세대는 자녀에게 장난감을 풍족하게 사주며 대리만족하고, 일 때문에 바쁜 부모는 자녀와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을 장난감으로 보상하려 합니다.

 

장난감은 보면 볼수록 만지고 싶고, 놀고 싶고, 갖고 싶습니다. 비단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키덜트(kidult, 아이를 뜻하는 키즈(kids)와 어른을 뜻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격하게 공감(격공!)합니다. 

 

즈어, 이런거 좋아합니다. 많이 모으고 있어요. - 염지현 제공
즈어, 이런거 좋아합니다. 많이 모으고 있어요. - 염지현 기자

《FACT》

 

장난감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듭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장난감은 제품 제조 과정에서 화학약품처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주로 PVC(폴리염화비닐)를 주 재료로 사용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1800년 대 두 명의 화학자가 우연히 발견한 발명품입니다. PVC는 수명이 길고, 내구성, 내화학성, 절연성이 뛰어나 아이들 장난감은 물론, 각종 생활용품과 인테리어 건축 자재의 주 재료로 사용합니다.

 

PVC로 원하는 모양의 제품을 만들려면 화학첨가제(이하 가소제)가 필요합니다. 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의 농도를 조절하는 것처럼, PVC에 각종 첨가제를 넣어야 플라스틱 반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야 원하는 모양으로 장난감을 만들테니까요.

 

아이들 장난감에는 대부분 모두 플라스틱 부품이 포함돼 있다. - GIB 제공
아이들 장난감에는 대부분 모두 플라스틱 부품이 포함돼 있다. - GIB 제공

그런데 종종 장난감을 만드는 플라스틱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달 20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해 10~11월 중 겨울용품 1006개(전기용품 9개 품목, 생활용품 9개 품목)에 대한 안전성을 조사한 뒤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결과에 따르면 그중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52개의 제품 리스트를 공개했습니다. 해당제품은 모두 수거, 교환 명령(리콜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여기에는 주 사용자가 아이들인 학용품, 장난감, 아동복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산자부의 보도자료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학용품(필통, 샤프, 풀 등 10개)에서는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기준치의  2~157배, 중추신경장애를 유발하는 납이 1.5~6.7배 초과함.
  ○ 장난감(8개)에서는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기준치의 1.6~95배, 납이 5.7배 초과함.
  ○ 아동복(8개)에서는 접촉하면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는 수소이온농도(pH)가 기준치의 9.3~21.3% 초과했고, 일부 제품은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1.6~258배, 납이 5~21배 초과함.

 

《VIEW》

 

사실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유해물질 장난감 리스트’ 공개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장난감 시장은 계속해서 커지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지는 시대에 매년 문제를 일으키는 유해물질 장난감이 많아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최근 발표된 유해물질 장난감 리스트에 포함된 제품. - 블루레빗 제공
최근 발표된 유해물질 장난감 리스트에 포함된 제품. - 블루레빗 제공

 

이번에도 남의 일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저희 집에 있는 사운드북 하나가 하필 해당 리스트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발표가 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리스트를 자세히 들여다보진 않아서 잘 모르고 있었는데 구매했던 곳에서 친절히 전화가 와 ‘환불 조치’를 해주겠노라 해서 알게 됐습니다.

 

특히 이 제품은 영유아 도서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제조사 파란토끼가 만든 것이었음에도 말이죠. 게다가 ‘베이비 첫 사운드북’이라 실제로 저희 둘째가 태어나고 100일이 되기도 전에 사준 제품입니다. 

 

물론 다른 장난감과 비교해 기준을 초과한 수치가 2~8배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분비교란을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이라니요. 아이가 생후 100일이 되기도 전에 사준 첫 장난감인데(얼마나 물고 빨았을까요ㅜ_ㅜ), 하필 이런 걸 고르다니 한동안 자괴감에 빠져 자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자꾸. - 염지현 제공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자꾸. - 염지현 제공

공통적으로 두 가지 성분이 문제입니다. 하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 하나는 납. 오늘은 두 가지 화학물질에 대해 집중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Q1. 프탈레이트?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무엇인가요?

 

  A. 프탈레이트는 석유로부터 제조된 유기화학물질입니다. 플라스틱, 특히 PVC를 부드럽게 하는 화학첨가제로 1930년부터 사용해 왔습니다. 장난감, 각종 PVC 제품, 목재가공, 가정용 바닥재 등 생활 곳곳 필요한 물품 제작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탈레이트는 환경부 기준 유해화학물질로 분류돼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이하 품공법)’에 따라 ‘자율안전확인대상 공산품 안전기준’의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Q2.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가요?


  A. 프탈레이트류 화학물질은 단기간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기간 노출될 경우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쳐, 생식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05년 유럽연합(EU) 독성·생태독성 및 환경과학위원회에서 DEHP(디에틸핵실프탈레이트), DBP(디부틸프탈레이드), BBP(부틸벤질프탈레이드) 세 종류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변이원성, 생식독성 등이 있는 물질임을 확인했습니다.

 

동물실험을 통한 유해성 조사 결과 DEHP와 DBP는 간, 심장, 신장, 폐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수컷의 정자의 농도와 질, 정자수 감소, 정자 내 DNA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동물실험 결과 고농도의 DEHP, DBP, BBP에 노출되면 수컷은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낮아졌고, 고환이 위축 되며 생식 세포의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암컷은 난소 기형이 발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밖에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Q3.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안전기준은 얼마인가요?


  A. 환경부는 품공법 ‘어린이용 공산품에 대한 공통적용 유해물질의 안전기준’으로 DEHP, DBP, BBP의 총 함유량을 0.1%(1kg당 1000mg) 이하로 제한했습니다. 여기서 어린이용 공산품이란 만 14세 미만의 어린이가 사용하는 합성수지로 만든 공산품을 말합니다.

 

36개월 미만의 어린이가 주로 입으로 사용하는 육아용품 중에도 플라스틱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 - GIB 제공
36개월 미만의 어린이가 주로 입으로 사용하는 육아용품 중에도 플라스틱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 - GIB 제공

만약 제품이 36개월 미만의 어린이가 그 일부를 입에 넣고 빨거나 핥는 용도로 제작(치아발육기, 노리개 젖꼭지, 딸랑이, 젖병, 물병 등)됐다면,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가소제 외에도 제한을 받는 가소제가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더 엄밀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이겠지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0.1%라는 기준은 해당 가소제를 입으로 매일 섭취해도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노출 허용 수준이라고 합니다. 

 

  Q4. 다른 나라 기준은 어떤지요?


  A. 물티슈 기준과 다르게 이 부분은 훨씬 더 엄격합니다. 물티슈는 아무래도 해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사용량이 적고 가격이 비싸서 사용이 우리나라만큼 일반화 돼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경우에는 이미 여러 차례 위험성이 보고된 사례가 있어,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에서는 강조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탈레이트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오랜 기간동안 연구해 온 쉴라 사트히아나라이아나 미국 워싱턴대 소아과 교수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장난감을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을 보인다”며,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행동은 더 자주 나타나며, 이 때문에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에는 프탈레이트 사용은 중지 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Q5. 납은 중금속 아닙니까? 어떤 위험이 있나요?


  A. 네 맞습니다. 현재 아이들 장난감은 물론, 아동복에서도 종종 중금속 성분이 발견됩니다. 특히 납이나 바륨과 같은 중금속은 아이들 장난감을 알록달록하게 꾸며주는 페인트에 많이 포함돼 있어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이런 장난감을 입으로 물고 놀 경우, 페인트가 벗겨지면서 먹을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존 베니테즈 미국 로체스터대 독성약품정보센터 박사는 “장난감을 칠한 페인트에 납 성분이 포함돼 있더라도, 단순히 가지고 노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하지만 아이가 오랫동안 장난감을 입에 넣고 놀다가 떨어진 페인트 조각을 먹는다면, 우리 몸에 납이 흡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납 성분은 프탈레이트와 같이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빈혈이나 신경계 이상,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토피가 생길 수도 있고요. 만약 농도가 짙어 어린이가 납에 중독되면, 식욕이 떨어지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ADHD)이 나타날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장훙 리우 미국 펜실베니아대 간호대학 박사는 어린이의 혈중 납 농도와 행동장애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논문에서 “대부분 3~5세 어린이들의 체내 혈중 납 농도는 2~3ug/dL 수준”이라며, “만약 50ug/dL을 넘으면 심각한 상태”라고 언급했습니다.

 

과거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어린이 혈중 납 농도가 평균보다 높으면 키가 작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24시간 동안 플라스틱 제품에 노출돼 있다. 집안 곳곳 인테리어 자재는 물론, 바닥재, 벽지에도 PVC 소재가 사용된다. - 염지현 제공
우리는 알게 모르게 24시간 동안 플라스틱 제품에 노출돼 있다. 집안 곳곳 인테리어 자재는 물론, 바닥재, 벽지에도 PVC 소재가 사용된다. - 염지현 제공

플라스틱은 인간의 삶을 매우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큰 해를 입히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안전한 제품, 무해한 제품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선택해 사용하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앞으로 장난감을 구입할 때는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품안전정보포털’에서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리콜 명령을 받은 제품인지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잠깐의 불편으로 내 아이의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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