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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17)] 맥주의 본고장, 독일의 지역별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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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17)] 맥주의 본고장, 독일의 지역별 맥주

2017.01.20 17:00

어느 여행 프로그램 독일 뮌헨 편의 한 장면. 이른 아침 흰머리에 수염이 난 할아버지 한 분이 단골 펍에 들어선다. 마치 의식을 치르듯 열쇠를 꺼내 사물함을 열고 넣어놓은 뚜껑 달린 전용 주석 잔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여기에 콸콸콸 맥주를 따른 뒤 소복이 쌓인 거품을 콧수염에 묻히면서 벌컥벌컥 시원하게 들이킨다. 모닝 맥주를 크게 한 모금 마신 그 분은 “내 건강 비결은 아침에 마시는 맥주 한잔”이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마치 ‘녹즙’이나 ‘해독주스’ 또는 ‘유기농 야채’를 발음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 프로그램을 본 후 가 본 적도 없는 뮌헨이 H의 ‘마음 속 고향’이 된다. 아침 댓바람에 펍에 가 한잔을 청해도 어색하지 않은 그 곳, 맥주로 건강 관리를 하는 그 곳,. 매년 10월이면 600만명이 모여 부어라 마셔라 마시는 그 곳. 일단 마신다 하면 1L 잔에 시원하게 맥주를 따라주는 그 곳. 만 16세부터 누구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그 곳. 수백 종의 소시지가 기다리는 그 곳.

 

communion 제공
communion 제공

 

독일은 맥주의 나라다. 무려 500년 전인 1516년 제정된 맥주 순수령은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맥주 순수령은 맥주의 재료를 보리, 홉, 이스트, 물 4가지로 제한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식품관련 법규. 옥수수나 쌀 등 다른 곡물을 안 넣고 보리로만 만든 맥주가 얼마나 맛있으면 아직도 우리나라 맥주 회사들은 자사 맥주를 보리로만 만들었다며 ‘100% 올몰트 비어’를 가장 큰 자랑으로 마케팅할 정도다.


현재 독일에는 1300개 이상의 맥주 양조장이 있고 세계 최대 홉 산지 할러타우 지역이 있다.


맥주의 본고장답게 다양한 맥주 스타일이 있다. 헬레스, 둥켈, 바이스 등 맥주 스타일 이름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명 원리만 제대로 안다면 맥주 이름만으로 맥주 향과 맛을 상상할 수 있다. 한국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미국 수제맥주도 결국 유럽 전통 맥주들을 모방해 재탄생 시키고 있기 때문에 독일 맥주 스타일을 알아두면 용이하다.


독일 맥주 스타일은 주로 색과 지역을 기준으로 이름이 붙여져 있다. 이렇게 독일 맥주를 많이 마실 줄 알았다면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배운 독일어를 좀 열심히 할 걸 그랬다.

 

왼쪽부터 바이젠, 바이젠둔켈, 헬레스, 둔클레스 - pixabay 제공
왼쪽부터 바이젠, 바이젠둔켈, 헬레스, 둔클레스 - pixabay 제공

<밝은 색>
· 헬레스(Helles) : ‘옅은’이라는 뜻. 헬(Hell)이라고 쓰기도 한다. 영어 옐로우(Yellow)와 어원이 같다고. 밝은 노란색에 쌉쌀함보다는 단맛이 느껴지고 가볍게 넘어간다.
· 바이스(Weiss), 바이세(Weisse), 바이젠(Weizen) : 셋 다 밀맥주를 일컫는다. 바이스는 영어로 화이트(White)에 해당하는 ‘하얗다’는 뜻. 복수형은 바이세고 바이젠은 밀을 뜻한다. 실제 밀맥주는 탁한 황금색이지만 과거 어두운 색 맥주에 비해 밝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부드러운 거품과 바나나향과 스파이시한 향이 특징.


<어두운 색>
· 둥켈(Dunkel), 둥클레스(Dunkles) : 헬레스의 반댓말로 ‘어둡다’는 뜻. 진한 고동색에 가까운 어두운 맥주로 고소한 향, 엷은 볶은 맛 등이 난다.
· 슈바르츠(Schwarz) : ‘검다’는 말로 둥켈보다 더 검은색에 가깝다. 둥켈에 비해 쌉쌀한 맛이 강하고 커피향과 고소한 풍미가 더 느껴진다.


<지역>
· 뮌히너(Münchner), 베를리너(Berliner) : 뮌헨의, 베를린의
· 쾰쉬(Kölsch) : 쾰른의 형용사지만 그냥 쾰른의 맥주 자체를 쾰쉬라고 부른다. 보기에는 일반적인 라거 같지만 코를 들이대고 향을 맡으면 과일향과 꽃향기를 느낄 수 있다. 마시면 달달한 비스켓맛이 올라온다.


<강도>
· 도펠(Doppel) : 두배의
· 복(Bock) : 독한


이렇게 알아두면 웬만한 독일 맥주 스타일은 해석할 수 있다. ‘바이젠 둔켈’, ‘둥클레스 바이스비어’은 밀로 만든 검은 맥주, ‘베를리너 바이세’는 베를린의 밀맥주다. ‘도펠 복’은 도수가 강한 맥주.


독일은 맥주의 본고장답게 마시는 지역마다 맥주 스타일, 마시는 방법도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독일 맥주는 거의 뮌헨 스타일이다. 뮌헨이 포함된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역에서 헬레스, 바이젠, 둔켈 등이 탄생했다. 수천 명이 앉을 수 있는 드넓은 야외 비어가르텐(비어가든)에서 마스(Mass)라는 1리터 짜리 묵직한 유리잔에 맥주를 담아 벌컥벌컥 마신다. 비어가든에서는 음악도 연주되고 취해가는 사람들의 높아진 목소리 때문에 시끌벅적하다.


그 유명한 세계 최대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곳도 바로 뮌헨이다. 무려 16일 동안 42만제곱미터의 거대한 부지에서 먹고 마시고, 놀이기구를 탄다. 세계의 다른 맥주축제들이 여러 맥주를 소개하고 평가하는 박람회 성격이라면 옥토버페스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맥주를 큰 잔에 담아 일관성 있게 마시는 게 목적이다. 볼이 빨개져 돌아다녀도, 조금은 비틀거려도, 술이 취해 목소리가 높아져도 모두 미소로 받아줄 것 같은 도시, 뮌헨.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 바이엔슈테판 제공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 바이엔슈테판 제공

뮌헨과 확연하게 대비되는 곳은 쾰른과 뒤셀도르프 등 독일 서부 도시다. 쾰른의 맥주 쾰쉬는 슈탕에(stange)라고 불리는 200ml 짜리 긴 원통형 잔에 따라 마신다. 그리고 쾨베스(Köbes)라고 불리는 웨이터가 크란츠(Kranz)라는 전용 캐리어에 슈탕에를 가득 담아 하나씩 갖다 준다. 쾰른에서 소비되는 맥주의 90% 이상이 쾰쉬라고 하니 쾰른 어느 펍에 들어가도 주문 전에 쾰쉬 한잔씩을 갖다 줄 것만 같다. 뒤셀도르프의 명물인 진한 갈색의 쌉쌀한 알트(Alt) 비어도 250ml 잔에 마신다.

 

쾰쉬 서빙 모습 - pixabay 제공
쾰쉬 서빙 모습 - pixabay 제공

독일 동부 베를린에서는 맥주 마시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베를린에서 탄생한 ‘베를리너 바이세(Berliner Weisse)’는 신 맛이 나는 ‘사우어’ 맥주로 분류되는 시큼한 밀맥주다. 베를린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2.5~3.0% 정도인 이 맥주를 대부분 과일 시럽과 섞어서 마신다. 과일주스처럼 새콤달콤한 맛이다.


뭐랄까, 뮌헨의 맥주 문화가 박력 있는 상남자 스타일이라면 쾰른은 모범생, 베를린은 새침떼기 같은 느낌이다.


언젠가 내 고향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에 가서 신선한 맥주들을 다 마셔보리. 프레첼을 실에 꿰어 목에 걸고 행사장을 돌며 맥주 한 입, 프레첼 한 입, 맥주 한 입, 소시지 한 입…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에도 출전해 고국의 위상을 드높이리.

 


<’1일 1맥’ 추천맥주>
 

가펠 브루어리 제공
가펠 브루어리 제공

이름 : 가펠 쾰쉬(Gaffel Kölsch)
도수 : 4.8%


1302년 설립된 독일 쾰른 가펠 브루어리에서 양조한 쾰쉬 스타일 맥주. 황금색에 포도향 같은 과일 향과 곡물의 향이 함께 어우러진 맥주. 부드러운 거품과 상쾌한 목 넘김으로 갈증 해소에 탁월하다.


쾰쉬라는 이름은 쾰른양조협회에 속한 쾰른의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에만 쓸 수 있다.

 

 

※ 필자소개
황지혜. 비어포스트 에디터,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폭탄주와 함께 청춘을 보내다 이제는 돌아와 수제 맥주 앞에 선 한량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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