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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재단 vs 세계 최고 학술지, 논문 무료공개 둘러싸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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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재단 vs 세계 최고 학술지, 논문 무료공개 둘러싸고 신경전

2017.01.21 13:30

 

학술지 ‘네이처’는 13일 게이츠 재단의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냈다. 제목이 “게이츠 재단의 연구결과는 최고의 저널에 게재될 수 없다”이다. - 네이처 제공
학술지 ‘네이처’는 13일 게이츠 재단의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냈다. 제목이 “게이츠 재단의 연구결과는 최고의 저널에 게재될 수 없다”이다. - 네이처 제공

세계 최대 재단인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세계 최고 학술지 ‘네이처’ 사이에 논문 무료공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2017년 1월 1일부터 재단의 지원을 받아 생산된 연구논문은 모두 무료 공개하도록 했다. 게이츠 재단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가 2000년 설립한 세계 최대 민간재단이다. 질병 퇴치, 빈곤 구제, 교육기회 확대, 정보기술 접근성 향상 등 공익사업에 돈을 지원하며 2015년 한 해만 총 42억 달러(약 4조9434억 원)를 지원했다.


●네이처, 기사에 노골적 불만 담아


세계 학술지 시장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유료 학술지들은 당황스러운 입장이다. 학술지 ‘네이처’는 13일 게이츠 재단의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냈다. 제목부터 “게이츠 재단의 연구결과는 최고의 저널에 게재될 수 없다”라고 노골적으로 잡았다(※기사 바로가기). ‘최고의 저널’에는 네이처, 사이언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등이 언급됐다.

게이츠 재단을 만든 빌 게이츠(왼쪽)와 멜린다 게이츠. - 위키미디어 제공
게이츠 재단을 만든 빌 게이츠(왼쪽)와 멜린다 게이츠. - 위키미디어 제공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유료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은 매년 100~200편 가량이다. 게이츠 재단의 국제보건프로그램 수석법률고문 딕 와일더는 “재단이 지원해 생산되는 논문은 매년 2000~2500편인데 그중 오픈액세스 저널에 출판되는 비율이 92%”라고 밝혔다. 오픈액세스 저널은 이용료와 저작권 등의 장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학술지를 말한다.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네이처를 발행하는 ‘스피링거 네이처’ 출판사는 “네이처와 일부 자매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술지는 게이츠 재단의 정책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네이처 등 영향력이 있는 일부 저널에선 양보할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스프링거 네이처는 “학술지의 지속가능성, 접근성을 높이는 데는 지금의 유료 구독 모델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유료 학술지들도 곤혹스런 입장은 마찬가지다. ‘사이언스’와 NEJM 측은 “오픈액세스 정책을 두고 게이츠 재단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고 다이앤 슐렌버거 PNAS 편집장은 “현재는 (유료공개) 정책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누가 이길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진 않을지


연구자들은 명분 싸움에서 게이츠 재단이 유리하다는 시각이다. 황승식 인하대 교수는 “게이츠 재단은 말라리아 연구에 크게 투자하고 있는데, 이 연구 결과는 돈이 없는 제3세계에서 봐야 한다”며 “재단이 지원하는 공익 연구는 오픈액세스가 합리적이다”라고 밝혔다. 2013년부터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김은미 이화의료원 글로벌소녀건강연구원장은 “연구결과가 (무료로) 공개돼야 현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게이츠 재단이 논문 무료 공개의 물꼬를 틀지 다른 재단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영국의 생명과학·의학분야를 지원하는 웰컴트러스트 재단도 오픈액세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학술지가 거부하면 출판 뒤 6개월간은 비공개를 허락하고 있다. 만약 게이츠 재단이 이번 싸움에서 승리하면 웰컴트러스트 재단도 뒤따라서 무료 공개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웰컴트러스트 재단의 디지털 서비스 책임자인 로버트 키일리는 “우리는 이번 협상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재단은 질병 퇴치, 빈곤 구제, 교육기회 확대, 정보기술 접근성 향상 등 공익목적으로 연구를 지원한다.  - 플리커 제공
게이츠 재단은 질병 퇴치, 빈곤 구제, 교육기회 확대, 정보기술 접근성 향상 등 공익목적으로 연구를 지원한다.  - 플리커 제공

게이츠 재단과 학술지 싸움에 연구자가 피해를 보진 않을까. 김 원장은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는 공익 목적 연구는 오픈액세스 저널에 출판하고, 다른 재단의 지원을 받는 연구는 유료 학술지에 출판하는 식으로 구분하면 된다”며 “연구자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웰컴트러스트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구본경 영국 케임브리지대 줄기세포연구소 그룹리더는 예기치 못한 나비효과가 생길 가능성을 조심스레 내다봤다. 그는 “게이츠 재단이 아니더라도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최상위권 연구자들은 최상위권 유료 학술지를 택하고, 그 여파로 중상위권 연구자나 신규 연구자들에게 (게이츠 재단의 연구비를 얻는) 기회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적으로 오픈액세스 운동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논문 무료공개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거대 출판사들과 집단협상을 벌이는 ‘오픈액세스(OA) 2020’이 현재 준비단계다.

 

☞관련기사 : “논문 무료로 공개하라”… 세계는 지금 ‘오픈 액세스’ 혁명 중)

 

현재까지 전 세계 25개국 71개 컨소시움이 참여의사를 밝혔는데 국내에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 도서관, 사단법인 코드(CODE) 등이 참여하고 있다. 출판사 서버를 해킹해 무료로 공개하는 논문해적 ‘사이허브’도 연구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관련기사 : “지식 공유하자는 게 죄인가…전 세계 주요논문 모두 담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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