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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생물학회 ‘매드사이언스 페스티벌’에는 3가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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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2일 17:00 프린트하기

 

남궁석 교수가 ‘제1회 매드사이언스 페스티벌’에서 구조생물학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남궁 교수는 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경지에 이른 것으로 유명하다.  - 변지민 기자 제공
남궁석 교수가 ‘제1회 매드사이언스 페스티벌’에서 구조생물학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남궁 교수는 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경지에 이른 것으로 유명하다.  - 변지민 기자 제공

“전 세포의 비선실세 블랙리스트 만드는 사람입니다.”


임재혁 ‘GPCR’ 사업개발이사는 ‘제1회 매드사이언스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연구주제를 요즘 시국에 빗대 표현했다. 질병을 고치기 위해 세포에 ‘몰래 줄을 대고 있는’ 핵심부위를 찾아내 리스트를 만든다는 뜻이었다. 일반적인 학회라면 상상하기 힘든 자기소개였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형지비전센터에서는 독특한 형태의 생물학회인 ‘제1회 매드사이언스 페스티벌(매싸페)’이 열렸다. 매드사이언티스트는 남궁석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의 SNS 필명. 그는 온갖 짤(웃긴 사진)을 자유자재로 쓰며 오덕스러운 (?)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SNS 스타다. 매싸페는 남궁 교수가 과학 분야의 다른 SNS 스타들과 함께 준비한 정모이자 대안적 학회다.


의과학블로그 ‘우울한 마빈의 문화산책’ 운영자, 기초과학연구원 (IBS) 교수로 재직 중인 팅커잭, 팟캐스트 ‘오마매의 바이오톡’, ‘과학기술정책읽어주는남자들’의 운영자 등이 남궁 교수와 함께 한 달간 준비했다. 남궁 교수는 “과학자들이 정모하는 데 술만 먹고 끝나면 재미없지 않나, 유의미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는 생각에 학회형식으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매싸페에선 범생물학 분야 연구자 30여명이 자신의 연구 분야를 발표했다. 구조생물학이나 나노포어, 줄기세포 등을 개괄적으로 다루는 주제도 있었고, 인도네시아 긴팔원숭이의 성적활동 연구, 절대음감의 생물학적 원인 등 구체적인 주제도 있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변지민 기자 제공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변지민 기자 제공

●매싸페엔 세 가지가 없다

 

매싸페는 일반적인 학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 가지가 없었다.


첫째, 내빈석이 없다.


이날 행사에는 생명과학 분야 학생과 교수, 스타트업 창업자, 과학기자, 치과의사, 제약회사 연구자 등 생물학에 관심 있는 사람 120여명이 모였다. 그런데 축사도 없었고 명망 있는 연구자의 인사말씀도 없었다. 참석자와 발표자는 주로 20~30대였다. 내빈석이 없다는 건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속과 이름 대신 닉네임을 사용했고 “남의 연구에 기생하고 있다”는 둥 “실험하다가 망했다”는 둥 친구한테 이야기하듯 편하게 말을 던지는 발표자들을 볼 수 있었다.    


임재혁 이사는 “보통 학회에선 완성된 성과물에 대해서만 말하게 되는데 여기선 완성된 게 없어도, 꼭 자기 연구가 아니더라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민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은 “대학원생의 생활 등 과학 현장의 뒷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좋았다”며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사람들이 수평적으로 만나 부딪치는 자리여서 융합도 많이 일어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장엔 평균연령 30대의 범생물학 분야 전공자들이 모여 활발하게 네트워킹했다.  - 변지민 기자 제공
행사장엔 평균연령 30대의 범생물학 분야 전공자들이 모여 활발하게 네트워킹했다.  - 변지민 기자 제공

둘째, 입구에서 책자 나눠주는 대학원생이 없다.


일단 책자가 없었다. 책자가 있었더라도 기존 학회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됐을 것이다. 철학공부를 하는 전현우 씨(닉네임 ‘베트남 갑오징어’)는 “학회에서 대학원생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접수하고 간식 세팅하는 따까리 역할”이라며 “여기서는 교수의 권위도 없고 위계구조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생물의 상호교배 가능성으로 정의되는 ‘생물학적 종 개념’을 철학에선 회의적으로 바라본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매싸페에선 교수와 학생이 똑같이 타이머를 맞춰놓고 2분간 발표를 했다. 남궁 교수는 “기존 학회는 교수 등 중진급 연구자를 중심으로 운영돼 대학원생이나 포닥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행사에 예상보다 사람이 많이 모였는데, 딱딱하지 않은 학회에 대한 갈증과 욕구를 가진 사람이 많았나보다”라고 말했다.

 

SNS에서 화제가 된 ‘제1회 매드사이언스 페스티벌’ 홍보사진. - 매드사이언스 페스티벌 제공
SNS에서 화제가 된 ‘제1회 매드사이언스 페스티벌’ 홍보사진. - 매드사이언스 페스티벌 제공

셋째, 꾸벅꾸벅 졸음을 참는 사람이 없다


“드래곤볼을 보면 셀이 이런 말을 하죠. ‘내 머릿속에는 작은 덩어리가 있는데, 그게 바로 나의 핵을 이루는 물질이야….’ 이게 무슨 말이죠? 뇌가 줄기세포란 말이죠.”


발표장에선 3분에 한번 꼴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온갖 짤이 난무했다. 이수민 서울대 생명과학부 1학년 학생은 “예전에 참석했던 다른 줄기세포 세미나에선 전문용어가 너무 많이 등장해 하나도 이해를 못했는데 오늘은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이런 대안학회 더 생겼으면”


남궁 교수는 “경직된 학회 문화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이번 행사취지를 밝혔다. 그는 “IT 분야에선 ‘언컨퍼런스’라고 비공식적인 학회가 열리는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특정한 주제를 발표하는 자리도 좋지만 과학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과학이라는 게 순수한 호기심과 탐구를 바탕으로 하잖아요. 근데 한국에선 그런 분위기가 아니죠. 이런 파격을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 비슷한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호응 좋았다고 하셨는데 앞으로도 계속 하실 거예요?” “1년에 1~2번 더 할까? 생각해보고….”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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