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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19)] 집에서 맥주 만들 때 필요한 것 2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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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19)] 집에서 맥주 만들 때 필요한 것 2가지는?

2017.01.27 18:00

“라면만 끓일 줄 알면 집에서 맥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 모임에서 만난 홈브루어(Homebrewer)의 한 마디. 옆에 앉아있던 맥덕(맥주 덕후)은 “라면까지도 필요 없어요. 물만 끓일 줄 알면 돼요”고 말을 보탠다. 아니 어떻게 집에서 간단하게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거지?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냉동식품도 아니고, 물만 부어 마시는 커피믹스도 아닌데…


하지만 정말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집에 생맥주가 콸콸콸 흘러나오는 탭 (맥주가 나오는 꼭지)을 설치하고 언제든 시원하게 마셔야지. 카스도 아니고 하이트도 아닌 오직 나만의 맥주를.


내 비록 곰손이지만 라면 정도야 끓일 줄 알지. 계란, 대파와 버섯, 청량고추도 넣고 담백하고 칼칼하게 끓이고 그럴듯한 비주얼까지 완성한다고… 어디 정말 그렇게 쉬운지 직접 한번 해보겠다. 나만의 맥주 레시피를 완성해 조카한테 가보로 물려줄 테다.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맛도 보여줘야겠다. 아깝지만 집에 갈 때 한 병씩 싸줄까… 행복한 상상이 끝이 없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즐긴다는 홈브루잉. 이제 나도 홈브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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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onnor's Homebrew Supply 제공

홈브루어 3만명이 모여있는 다음 카페 ‘맥만동(cafe.daum.net/microbrewery)’에 들어가서 만드는 과정을 살펴본다. 맥아(싹튼 보리), 홉, 효모 같은 맥주 재료 말고도 큰 냄비, 발효조, 주걱, 소독약, 곡물 주머니, 온도계, 비중계 등 준비해야 할 장비가 너무 많다. 이걸 하나하나 구할 필요는 없다. 서울홈브루, 크래프트브루어, 굿비어, 비어스쿨과 같은 재료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면 15만~20만원 정도에 필요한 장비를 묶어놓은 키트를 구매할 수 있다. 재료 역시 만들고 싶은 맥주 스타일만 고르면 맥아, 홉, 효모가 한 세트로 준비돼 있다. (4만~9만원). 이 재료로 20리터의 맥주가 만들어진다.

 

 

맥주 양조 키트 - 서울홈브루 제공
맥주 양조 키트 - 서울홈브루 제공

장비와 재료가 도착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흐뭇한 기분으로 일단 한잔을 하고, 양조에 돌입한다.


맥주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물에 맥아를 넣고 끓여서 맥아 속의 당을 빼낸다-> 당이 빠져 나온 물에 홉을 넣고 끓인다 -> 이 물에 효모를 넣는다(여기까지 약 2시간) -> 발효시킨다(1~2주) -> 숙성시킨다(1~2주)’

 


곡물을 우려내고 맥아 추출물, 홉 넣고 끓이기


맥주는 발효 과정에서 상하지 않도록 소독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이런 섬세한 음료 같으니라고. 장비들을 박박 씻은 후 키트에 들어있는 소독약을 희석해 분무기에 넣고 하나하나 뿌려준다. 38리터 들이 금속 들통을 들고 이곳 저곳 소독하다 보니 조금 힘이 든다. 물만 끓일 줄 알면 된다더니….


금속재질 통에 12리터 생수를 담고 끓인다. 72도가 되는 순간 물에 망에 넣은 맥아를 넣는다. 맥아의 향과 색이 배어나도록 하는 작업이다. 72도를 30분 유지해서 맥아를 우린다.


이제 본격적으로 발효에 쓰일 당을 맥아에서 추출해야 한다. 이 당을 효모가 섭취하고 발효시키게 된다. 맥아를 5~6시간 동안 끓여서 당을 추출해야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액상 맥아 추출물(LME, Liquid Malt Extract)이나 건조 맥아 추출물(Dry Malt Extract)이 시판된다. 물을 25리터까지 붓고 이 농축액을 넣고 팔팔 끓인다. 흥부가 궁댕이 맞을 거 같은 주걱으로 계속 저어준다.

 

 

곡물 우려내기 - 리즈의 술로그 제공
곡물 우려내기 - 리즈의 술로그 제공

이렇게 맥즙(맥아를 끓인 물)을 끓이다가 방심하면 넘쳐 흐르기 일쑤. 인터넷에는 맥즙이 넘쳐 주방에 찐득하게 엉겨 붙어 마누라한테 등짝 맞은 사연이 즐비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계속 끓인다.


농축액이 잘 풀어졌으면 같이 배달된 홉을 순서대로 넣고 끓인다. 홉은 맥주에 맛과 향을 더해주고 맥주가 상하지 않도록 하는 방부 효과도 있다.

 


맥즙을 식혀 발효조로 옮기고 효모 뿌려주기


갈색의 맥즙이 완성됐다. 이 맥즙을 25도 이하로, 빠른 시간 안에 식혀야 한다. 너무 뜨거우면 효모가 활동을 못 하니 효모가 발효할 수 있는 온도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천천히 식히다 보면 공기 중의 미생물이 들어가 맥즙이 오염될 수 있다 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끓였는데 여기서 망칠 순 없다. 절체절명의 순간. 긴장된다. 준비해 놓은 얼음물로 빨리 통을 옮겨야 한다!! 아, 마음은 급한데 펄펄 끓는 21리터의 물을 혼자 들 수가 없다. 건장한 남자 사람이 맥주 만들기의 필수 준비물인데 왜왜왜! 아무도 말을 안 해준 거냐. 우여곡절 끝에 통을 옮겨 맥즙을 식힌다.

 

 

맥즙을 발효조로 옮기고 비중 재기 - 리즈의 술로그 제공
맥즙을 발효조로 옮기고 비중 재기 - 리즈의 술로그 제공

식은 맥즙을 플라스틱 발효조로 옮기고 비중을 잰다. 액체 속에 당이 얼마나 있는지를 비중으로 알아보는 것이다. 발효가 되고 나서 비중을 또 재면 당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 수 있다. 두 비중을 비교해 맥주의 알코올 도수를 계산한다.


이제 이 액체 위에 가루 효모를 뿌려주면 된다. 이 효모들이 맥아에서 나온 당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내뿜게 된다. 효모님 열일해주세요. 잘 부탁합니다.


여기까지 첫날 작업은 완료. 숙련된 사람이라면 총 2시간 정도 걸린다. 발효가 진행되는 일주일 동안 아침 저녁으로 발효가 잘 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두드려보고 날이 차다며 담요도 덮어드린다.


일주일 후 설탕을 넣은 병에 발효된 액체를 넣는다. 1리터짜리 20병이 나온다. 남은 효모들이 병 안에서 발효하도록 해 탄산을 더해주는 작업이다. 또 1~2주를 보내고 탄산화 작업이 끝난 후 1주일 이상 냉장 숙성을 한다. 장장 1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맛을 보는 순간. ‘신이시여, 이 맥주를 정녕 제가 만들었나이까. 천상의 맛이 바로 이 맛입니까.’ 보드라운 거품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향, 맛, 적당한 청량감.

 

 

완성된 수제맥주 - 황지혜 제공
완성된 수제맥주 - 황지혜 제공

* 결론
1. 집에서 맥주를 만들려면 라면을 끓일 줄 알고 힘도 세야 한다.
2. 인내하는 자에게 맥주가 있으리니… 마시기까지 최소 한 달이 걸린다.
3. 가성비 따지는 사람은 만들지 말고 할인하는 맥주를 사먹자. 장비와 재료 가격에 맥만동 카페검색 5시간, 만드는 노동력, 발효되는 동안 조바심과 걱정 등을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자식 같은 나만의 맥주를 만나고 싶은 사람만 도전.

 


<’1일 1맥’ 추천맥주>
 

Tadcaster Brewery 제공
Tadcaster Brewery 제공

이름 : 뉴캐슬 브라운 에일(Newcastle Brown Ale)
도수 : 4.7%


1925년 영국 뉴캐슬에서 처음 만들어진 브라운 에일. 붉은 색이 도는 갈색에 잔에 따르면 거품이 풍성하게 만들어진다. 달콤한 향이 올라오고 넘기면 캐러멜 같은 단맛이 느껴진 후 (실제 캐러멜색소와 시럽이 재료로 들어가 있다) 약간의 신 맛과 견과류의 고소함이 온다. 커피 같은 쓴맛도 받쳐준다. 쌉쌀한 맛보다 달달한 맛을 선호하는 분에게 추천.

 

 

※ 필자소개
황지혜. 비어포스트 에디터,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폭탄주와 함께 청춘을 보내다 이제는 돌아와 수제 맥주 앞에 선 한량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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