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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경험하는 공감 백배 ‘머피의 법칙’ 이야기,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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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경험하는 공감 백배 ‘머피의 법칙’ 이야기,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2017.01.26 19:30

 

1. 엄마 심부름으로 장을 본 뒤 계산하려고 가장 짧은 줄을 골라 섰다. 근데 내가 선 줄이 가장 느리다.

2. 그래서 눈치껏 빠르게 옆줄로 옮겼다. 빠져나온 줄을 보니 거기 서 있었으면 난 이미 계산이 끝.

3. 누구보다 늦게 계산을 마치고 1층으로 가려는 데, 막 문이 닫혀 올라가더니 가장 높은 층까지 올라간다.

옆 엘리베이터도 가장 높은 층에 있다.

4. 가방이 무거워 신발장 위에 우산 꺼내놓고 왔는데, 비 같은 눈이 오기 시작한다.

5. 대충 점퍼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고 있는데 타야하는 버스가 눈앞에서 출발했다.

아, 우산만 안 찾았어도… 난 이미 버스 안?

6. 얼마나 기다렸을까, 안되겠다 싶어 택시를 탔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타야할 노선의 버스가 정류장에 서 있다.

배차가 달라졌나? 8분 뒤에 온다며!

7. 괜히 경쟁심이 생겨 적어도 그 버스보단 빨리 도착해야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기사 아저씨도 내 마음을 읽었는지, 요리조리 차선을 바꿔 달리신다.

그런데 자꾸만 노란불에 걸린다. 아저씨는 100원도 소중한지 절대 과속을 안하신다. 미터기 속 말은 내속도 모르고 계속 달린다.

8. 집 앞에 도착해 공동출입문 보안카드를 꺼냈다. 짐이 많아 살짝 떨어뜨렸는데, 하필 재떨이(흡연자들을 위해 1층 공동현관문 앞에 비치된) 속이다.

9. 하루 종일 되는 일이 없어 축 쳐진 내게, 엄마가 고생했다며 간식으로 잼 바른 빵을 건넨다. 점퍼를 벗는 동안 입에 물고 있으려고 받아드는 찰나, 하필 잼 쪽으로 떨어졌….

10. 아침에 바닥을 깨끗이 청소한 엄마를 믿으며 다시 빵을 집어 들었다.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하느라 광탈한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하려고 USB를 찾았다. 어? 이쪽인가? 반댄가? 이건 뭐 절대 한 번에 성공하는 적이 없다.


 

 

주인공 쿠퍼는 자신의 딸 머피에게 머피의 법칙이 나쁜 일만 생긴다는 뜻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제공
주인공 쿠퍼는 자신의 딸 머피에게 머피의 법칙이 나쁜 일만 생긴다는 뜻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제공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우주비행사 쿠퍼는 딸의 이름을 ‘머피’라고 지었습니다. 안 좋은 일들이 계속된다는 머피의 법칙, 딸은 아빠에게 늘 이 이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합니다. 그러자 쿠퍼는 딸에게 “머피의 법칙은 나쁜 일이 생긴다는 뜻만 담고 있지 않다”며 “일어날 만한 일이 일어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앞서 나열한 10가지 에피소드도 마찬가지 입니다. 설마설마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10가지 일이 하루에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아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소에 자주 겪는 일일테니까요.

 

윽, 하필 키보드 위에…. - GIB 제공
윽, 하필 키보드 위에…. - GIB 제공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 ‘아, 정말 운 없는 날이네’ ‘머피의 법칙 때문이야!’라며 탄식하곤 합니다. 이럴 때마다 소환되는 머피의 법칙은 정말 온전히 각자의 운 때문에 일어나는 걸까요? 아님 확률 문제일까요?

 

● 알고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

 

위 10가지 에피소드 중 1번, 2번, 3번, 4번, 7번, 8번, 9번은 확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쿠퍼의 말처럼 일어날 확률이 높은 상황이 일어났을 뿐이거든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내가 선 줄이 가장 느린 건 왜 때문? 확률 탓! - GIB 제공
내가 선 줄이 가장 느린 건 왜 때문? 확률 탓! - GIB 제공

 1) 마트 계산 줄, 한 줄 서기가 아니니 당연해!

 

동네 작은 마트라도 계산대가 한 곳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두세 개 이상이죠. 만약 마트에 계산대가 3개 있고, 그중 하나의 계산대에 줄을 섰다면 내가 선 줄이 가장 빨리 줄어들 확률은 1/3입니다. 근데 나머지 줄이 더 빨리 줄어들 확률은 2/3예요. 계산대가 3개라고 해도 내가 서지 않은 줄이 내가 선 줄보다 빨리 줄어들 확률이 무려 2배나 높은 꼴입니다. 

 

그러니 마트에 계산대가 n개라면, 내가 선 줄이 가장 빨리 줄어들 확률은 1/n인데 비해 내가 서지 않은 줄이 내가 선 줄보다 빨리 줄어들 확률은 (n-1)/n입니다. 만약 계산대가 10개라면, 다른 줄이 더 빨리 줄어들 확률이 9배나 되죠. 

 

요즘 일부 옷 가게에서는 여러 계산대 앞에 한 줄 서기를 하다가, 빈 계산대가 생기면 줄을 선 순서대로 들어가는 곳도 많아졌어요. 이런 경우엔 다른 줄이 먼저 줄어 들어 억울한 일은 안 생기겠지요.

 

  2) 7) 어느 줄이나 어느 차선이나 모두 비슷해

 

내가 줄만 바꾸면, 원래 줄은 소통원활!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내가 줄만 바꾸면, 원래 줄은 소통원활!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마트에서 줄을 서다 옆줄이 더 빠른 것 같아 그리로 옮겼는데, 꼭 내 앞에 손님은 계산할 물건이 엄청 많습니다. 그리고 다시 있던 줄을 돌아 보니 내 뒤에 있던 손님이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내가 주행하던 차선이 막히는 것 같아, 옆 차선으로 옮겼는데 옮긴 차선은 다시 막히기 시작하고 원래 있던 차선은 쌩쌩 달립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수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평균 회귀’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평균 회귀 현상이란 경험적 자료를 토대로 결과를 예측할 때, 결과 값이 모두 평균에 가까워지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느린 것만 같았던 원래 줄이나, 빨라 보이는 옆줄이나 다 비슷비슷하다는 이야기지요. 차선도 마찬가지 입니다. 옆 차선에 달리는 차가 훨씬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지만, 다다음 신호 정지선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물론 ‘새치기’라는 변수를 조심하세요.

 

  3) 엘리베이터는 연쇄작용으로 다같이 운행 속도가 느려져

 

어느 마트에 지하 2층에서 지상 8층까지 10개 층을 운행하는 엘리베이터가 3대 있습니다. 이 엘리베이터가 효율적인 운행을 하려면, 세 엘리베이터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서로 다른 층에서 손님을 태워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처럼 원 위에 엘리베이터 3대를 나타내면, 엘리베이터 세 대는 항상 6칸씩 간격을 유지하며 운행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 세 대를 한꺼번에 소환합니다. 가장 빨리오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지요. 간격? 효율? 그런 거 없습니다. 빨리 이동하고 싶으니까요.

 

엘리베이터 간격은 운행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금방 달라진다. - EBS MATH 화면 캡쳐 제공
엘리베이터 간격은 운행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금방 달라진다. - EBS MATH 화면 캡쳐 제공

게다가 입구가 있는 1층이나 주요 매장이 있는 층에서는이용하는 손님이 많은 층에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타고 내리는 시간도 길어집니다. 만약 A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다른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의 수도 늘어나고, B 엘리베이터와 C 엘리베이터도 1층으로 소환되는 중이라 세 엘리베이터 사이의 간격은 점점 줄어듭니다. 

 

따라서 방금 놓친 엘리베이터는 물론, 옆 엘리베이터도 똑같이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가 버린 것이지요. 엘리베이터 여러 대가 하나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4) 우산을 놓고 온 날 비가 안 올 확률 > 우산을 놓고 온 날 비가 올 확률 

우리나라에서 1년 중 비가 올 확률은 고작 30%, 우산을 365일 놓고 다녔더라도 10번 중에 7번은 아무 일 없었던 거예요! - GIB 제공
우리나라에서 1년 중 비가 올 확률은 고작 30%, 우산을 365일 놓고 다녔더라도 10번 중에 7번은 아무 일 없었던 거예요! - GIB 제공

이상고온 현상으로 지구의 날씨를 가늠하기 힘들어졌지만, 적어도 과거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년 중에 비가 오는 날이 많아야 100일 정도 입니다. 그러니 1년 중 비가 오지 않는 날은 265일로, 1년 중에 비가 오지 않을 확률이 265/365로 약 72.6%입니다.

 

다시 말해 1년 내내 우산을 놓고 다닌다고 가정하면, 10번 중에 7번은 무사 통과, 단 3번만 문제가 돼요. 이 정도의 확률은 우산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요? 불운으로 여기기엔 무사통과했던 날들이 2배가 넘습니다.

 

  8) 주변 정리를 잘 하는 편인지?

 

나만이 알고있는 불규칙 속 질서. 아무도 이해 못하는 게 탈이지만…. - GIB 제공
나만이 알고있는 불규칙 속 질서. 아무도 이해 못하는 게 탈이지만…. - GIB 제공

평소 정리정돈에 일가견에 있다면, 여기서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습니다. 공감이 안될 테니까요. 하지만 머피의 법칙을 확률적으로 설명할 때 논리를 뒷받침 하는 이론은 ‘큰 수의 법칙’으로 이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날 때 계산한 확률이 아니라, 그 양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일어났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너무 노여워 마세요.

 

사실 생활하는 공간을 둘러보면 불편한 곳 투성이 입니다. 밥먹다가 젓가락을 식탁 밑으로 떨어뜨리면 고개를 숙여 몸을 웅크려 주워야 하니 식탁 밑도 불편하고, 공동 현관문 앞에서 보안카드가 재떨이가 아닌 화단에 떨어져도 불편할 것이며, 공동화장실에선 안심이 되는 곳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물건을 떨어뜨렸을 때 불편한 공간일 확률이 높아서 생기는 일이라는 이야기죠. 물론 엘리베이터에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는데 넓고 평평한 공간을 놔두고 기어코 틈새로 빠지는 일도 일어나긴 하더라고요(먼산… ).

 

  9) 가슴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한 바퀴 반 회전하는 게 일반적

 

  아무 조건없이 진공상태에서 식빵을 떨어뜨린다고 가정하면, A면으로 떨어질 확률과 B면으로 떨어질 확률이 50%로 같습니다. 뭐 현실에서 10번을 떨어뜨리면 A면이 9번, B면이 1번 나올 수도 있지만 이론적으로 계산한  수학적 확률은 그렇습니다.  

 

 

꼭 잼 바른 쪽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 GIB 제공
꼭 잼 바른 쪽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 GIB 제공

그런데 한쪽 면에 잼을 바른 식빵은 혹시 그 면이 더 무거운 건 아닐까 의심이 들면서, 수학적 확률을 계산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의 가슴 높이에서 식빵을 떨어뜨릴 때 중력과 떨어뜨리는 높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식빵이 보통 한 바퀴 반을 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같은 고민을 하던 영국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로버트 매튜는 직접 한쪽에만 잼을 바른 식빵을 무려 9821번이나 식탁 위에서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잼 바른 면으로 6101번, 다른 쪽으로 3720번 떨어졌습니다. 잼 바른 면으로 떨어질 확률이 62.1% 정도가 된 셈이죠. 매튜는 분명 잼 바른 면을 당기는 중력이 조금 더 크게 작용했을 거라 여겼습니다.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여러 번 반복 실험으로 결론을 도출한 확률을 ‘경험적 확률’이라고 부릅니다. 잼 바른 빵뿐만 아니라 머피의 법칙이라 여겨지는 일 중엔 대부분 경험적 확률이 높은 일이 많습니다.

 

● 나머진 선택적 기억(Selective Memory) 때문

 

사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머피의 법칙이 일어나는 이유를 선택적 기억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선택적 기억이란 사람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잘 안된 일, 실패한 일을 꼬집어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현상이지요.

 

아마 떠나는 버스를 운 좋게 잡아 탄 횟수나, 놓친 횟수도 인생을 통틀어 확률을 구해보면 거의 반반일 겁니다. 버스알리미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확률(요즘엔 많이 안정화 됐으니)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확률보다 그리 크지 않겠지요. 

 

또 운전을 하거나 횡단보도를 건널 때 초록불을 지나면 특별한 일이라고 기억하지 않지만, 자주 빨간불에 걸리거나 노란불에 걸리면 선택적으로 ‘오늘 이상하다’고 끼워 맞추는 거죠. 아마 누구나 초록불로 통과한 신호등의 개수와 빨간불에 걸린 신호등의 개수가 거의 비슷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잘 보면 분명한 표시가 있는데, 늘 위 아래가 헷갈린다. - GIB 제공
잘 보면 분명한 표시가 있는데, 늘 위 아래가 헷갈린다. - GIB 제공

휴대전화 충전기나 USB 연결 포트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 번에 잘 끼워진 날은 일상이어서 기억하지 않지만, 유달리 잘 끼워지지 않는 날 기억에 남는 셈이죠. 그날 이런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난 경우라면 더 그렇습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해, TV 속 앵커가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국민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일들이 그렇지요. 경험적 확률이 높아서 생긴 일에 크게 낙담하는 것보단,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일 뿐이라며 훌훌 털어버리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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