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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3D TV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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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31일 15:00 프린트하기

LG전자와 소니가 3D TV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가정용 3D TV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 가전과 콘텐츠 업계는 TV 시장을 바꿔 놓을 가장 놀라운 기술로 꼽혔던 이 3D TV가 걸어온 길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009년 콘텐츠 업계의 가장 큰 사건은 ‘아바타’였다. 이 영화는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3D 안경을 쓰고 보는 영화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치 세상은 이런 그림을 처음 보는 것처럼 들썩였다. 국내에서는 언제나처럼 ‘3D 위기론’이 일었고, 곧 TV부터 3D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20세기 폭스 제공
20세기 폭스 제공

영화 한 편이 불러온 신기술의 충격

자연스럽게 2010년 TV 시장 흐름은 3D로 넘어갔다. 마침 불어닥친 스마트 TV 열풍이 더하며 TV는 오랜만에 활력을 찾았다. 당연히 가격도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괜찮았다. 3D 방송을 정규 편성하기 위해 표준화가 시작됐고, 3D 블루레이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2010년을 즈음해서 TV를 사야 하는 소비자들은 3D TV를 안 사면 앞으로 10년을 후회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도 이때 삼성전자의 3D TV를 구입했다. 욕심이 일부 포함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TV를 살 때 초당 60프레임 이상을 재생할 수 있는 좋은 디스플레이를 원했는데, 그 조건을 갖춘 TV는 모두 3D TV였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3D TV는 그리 복잡한 디스플레이는 아니다. 우리가 실제로 사물을 보는 것처럼 눈을 속이면 된다. 안경이 눈에 착시 현상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핵심은 양쪽 눈이 봐야 하는 화면을 갈라내는 데에 있다.

일단 두 가지 기술이 떠올랐다. 첫번째는 셔터글래스 방식이다. TV는 아주 빠르게 왼쪽 눈으로 볼 화면과 오른쪽 눈으로 볼 그림을 구분해서 재생한다. 안경은 양쪽 눈을 빠르게 가렸다, 보여줬다 하면서 각 눈에 비칠 화면만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러면 한 화면으로 왼쪽 눈으로 봐야 할 장면과 오른쪽 눈으로 봐야 할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방식을 쓴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전자다.

 

LG전자 제공
LG전자 제공

LG전자는 편광 디스플레이를 썼다. 화면을 번갈아서 보여주는 대신 동시에 왼쪽 눈으로 볼 화면과 오른쪽 눈으로 볼 화면을 뿌린다. 그리고 화면의 편광 필터와 편광 안경을 통해 양쪽 눈으로 비칠 화면을 갈라내는 방식이다.

2011년에는 이 두 가지 방식을 놓고 그야말로 전쟁이 펼쳐졌다. 두 회사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둘 중 어떤 것 하나는 더 좋아야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이때 즈음 방송 표준도 정해질 것 같았다. 2002년의 HD TV가 그랬던 것처럼 2012년 올림픽을 통해 3D TV가 시선을 끌어야 했다. 당장 TV 전송 규격이 필요했다. 그런데 초기에 출시된 TV에서 고민되던 전송 방식과 또 다른 전송 방식이 고민됐다. 표준은 급히 만들어졌고, 이는 TV 시장에도, 글로벌 시장에도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콘텐츠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LG전자 제공
LG전자 제공

“3D TV는 샀는데 방송은 어디서 보나요?”

결국 내가 3D TV를 쓰면서 지상파 TV로 3D 콘텐츠를 본 건 손에 꼽을 정도다. 초기에는 일부 시험 방송이 전부였고, 이후에는 전송 방식이 달라져서다.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눈을 즐겁게 해준 건 3D 블루레이와 플레이스테이션3의 일부 3D 게임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시들해졌다. 2014년 월드컵을 지나며 3D는 ‘안 되는’ 기술이 되어버렸다. 망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는 TV만의 문제도 아니다. 극장에서도 더 이상 3D 영화가 화제가 되지 않았다. 3D 영화는 꾸준히 나왔지만 일부 선택지일 뿐이었고, 그나마도 상당 수는 품질이 매우 떨어졌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제공

2017년 CES에는 새로운 디스플레이들이 잔뜩 선보였다. 더 넓은 색과 밝기를 표현하는 HDR과 돌비 비전 기술이 표준화를 앞두고 있고, 이를 보여주는 OLED와 퀀텀닷 LCD 기술의 전쟁이 볼 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3D는 잊혀졌다.


우리는 영화 한 편에 놀아난 것일까? 이를 완전히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아바타는 죄가 없다. 3D 화면의 즐거움을 충분히 전해줬기 때문이다. 이를 시장으로, 규격으로 만든 기업들이 서툴렀기 때문에 주저앉았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방송 표준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제작 방식도 제각각이었다. 그 와중에 기술적인 한계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콘텐츠 제작 비용도 비쌌다. 만들기 쉽지 않았고, 가정으로 콘텐츠를 전송하기 어려우니 수익을 거두기도 쉽지 않았다. IPTV로는 해상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화면 분할 방식으로 전송됐고, 3D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비쌌을 뿐더러 사람들이 더 이상 TV 옆에 뭔가를 잘 놓지 않는 습관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3D TV는 그렇게 마케팅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자 처참하게 버려졌다. 필요하지 않은 기술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결국 디스플레이, 가전 제조사들의 한바탕 기술 자랑에 소비자들은 큰 돈을 치르고 데모 화면만 본 셈이다.

 

LG전자 제공
LG전자 제공

생태계보다 앞선 기술의 딜레마


지금도 디스플레이 시장은 묘한 기술 자랑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화면을 구부리면 몰입감이 좋아진다는 말은 의외로 설득력을 얻었다. 극장의 화면이 구부러져서 왜곡을 줄이고 몰입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가 디스플레이들은 여전히 이 구부린 화면을 쓰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 화면도 구부리던 시절이 있었다. 대체 왜곡은 어떤 화면이 만들어내고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OLED 기술의 특성인 유연함을 자랑하는 데에 이 디스플레이들이 쓰인다는 생각을 아직도 씻어내기 어렵다.

3D와 거의 똑같은 길을 걷고 있는 기술이 또 하나 있다. 바로 VR이다. 가상현실 역시 새로운 콘텐츠를 이끌어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아바타를 봤을 때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이게 TV를 대체하는 미래의 디스플레이가 될까? 그건 아직도 모르겠다. 이 디스플레이를 어디에 써야 할지 잡히기도 전에 세상이 들썩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둘러 VR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VR은 3D TV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해상도나 반응 속도 등 디스플레이의 한계도 아직 남아 있다. 서서히 답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당장 이 제품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걱정스런 일이다. 이는 3D TV를 한번 샀던 사람들에게 ‘다음 TV도 3D TV를 살 것이냐’는 질문을 해 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VR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AR과 더불어 복합 가상현실이 뭔가 우리 삶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피부 어딘가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게 하드웨어의 조급증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기술 개발은 서둘러야겠지만 당장 완성되지 않은 기술들을 많이 뿌릴수록 미래의 소비자를 잃는 일이 될 수도 있다. ‘TV 화면을 입체감있게 보여준다’는 명확한 비전으로도 실패하는 게 TV와 콘텐츠 시장이다. 그 답을 내기 전에 기술 우월주의가 만들어내는 장밋빛 데모만으로 실망을 안겨주지는 않을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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