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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 문화산책] 기후변화와 페이크 뉴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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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 문화산책] 기후변화와 페이크 뉴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017.01.30 15:00

“신임 UN 사무총장이 UN 결의안 위반 소지가 있는 반기문 전 UN 총장의 대선 출마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유명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펜드래건이 한국의 촛불시위를 비판했다.”

 

“교황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국내외에서 많이 공유되며 화제를 일으킨 ‘뉴스’들입니다. 분명히 어느 웹사이트에 기사의 형태를 갖춰 올라온 글들입니다. 하지만 출처도 명확하지 않고, 내용의 사실 관계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그럴 듯하게 기사 모양만 갖춰서 없는 사실을 만들어 적어놓은 것이죠.

 

이른바 가짜 뉴스, 페이크 뉴스입니다. 하지만 이런 ‘뉴스’ 중 일부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톡 등을 타고 미친 듯이 (!) 공유됩니다. 실제로 지난 미국 대선에서 친(親) 트럼프 성향의 페이크 뉴스들이 널리 퍼지며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페이크 뉴스 확산의 온상이라는 비난의 표적이 되었고요.

 

 

BoingBoing 제공
BoingBoing 제공

미국 대선 과정에서 위력을 확인한 페이크 뉴스는 이제 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도 페이크 뉴스 경계령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뉴스의 외형을 띤 페이크 뉴스는 그리 많지 않지만, 출처 불명의 ‘지라시’ 형태 정보들이 카카오톡 단톡방이나 밴드를 통해 활발히 공유됩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도 공신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군소 매체들의 ‘카더라’ 기사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갑니다. 이들 기사는 대개 정체 불명의 관계자 멘트와 함께 창의력 가득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 (관련 기사) 페이스북의 가짜 뉴스, 미 대선에 영향 미쳤나

 

문제는 이런 페이크 뉴스들이 오히려 더 많은 호응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기의 생각과 믿음을 강화해 주는 소식은 사실 관계를 따지지 않고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극적인 페이크 뉴스는 오히려 더 환영을 받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정통 언론의 힘이 약해지고 정보 유통의 주도권이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에 넘어갔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에서는 뉴욕타임스 기사나 코리안대박뉴스닷컴 기사나 똑같이 하나의 콘텐츠일 뿐입니다.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포털 등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한없이 자유로운 현대 사회에서 정보의 홍수는 오히려 사실과 진실을 인식하기 어렵게 하고 자기만의 세상에 사람들을 가두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제사 예의에 대한 논란이 최근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 조국 교수 트위터 제공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제사 예의에 대한 논란이 최근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 조국 교수 트위터 제공

그럼 페이크 뉴스에 속지 않는 비법은 없는 것일까요? 미국 심리학자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상반된 주장들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연구했는데요, 이 연구를 보면 페이크 뉴스 대처법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 과학자들이 기후 변화의 위험성에 동의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들이 어떤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해 특정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 사실을 말해준다 해도 태도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들은 일종의 전염병처럼 대중들 사이에 퍼져나갑니다. 잘못된 정보, 페이크 뉴스가 전염병이라면 이에 대한 백신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까요?

 

기후 변화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대표적 주제입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행위에 따른 지구 온난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대체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통령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지구 온난화의 실재 여부에 의심을 품고 있지요.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밴 더 린덴 교수 연구팀은 기후 변화의 진실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을 찾는 실험을 진행, 그 결과를 학술지 ‘글로벌 체인지스’ (Global Changes)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우선 ‘97%의 과학자들은 인간이 원인이 된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참’ 진술을 준비했습니다. 또 ‘인간이 원인이 된 기후 변화에 대한 공통의 합의 (컨센서스)는 없다’는 ‘오레곤 지구 온난화 청원 프로젝트’의 주장을 ‘잘못된 정보’의 예로 준비했습니다.

 

예일대 연구팀이 실험 대상자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컨센서스를 이러한 그래프 형태로 제시했다.  - Global Changes 제공
예일대 연구팀이 실험 대상자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컨센서스를 이러한 그래프 형태로 제시했다.  - Global Changes 제공

 

그리고 2000명의 사람들을 몇개의 그룹으로 나눠이 2개의 진술을 연달아 보여주거나 둘 중 하나만 보여주는 실험을 하고, 실험 전후 ‘기후 분야 과학자들의 몇 % 정도가 지구 온난화가 실제 현상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물었습니다.

 

이중 일부 그룹에는 약간의 예방 ‘백신’을 처방했습니다. 한 그룹 (1번 처방 그룹)에는 참 정보를 보여준 후 1) 어떤 집단은 정치적 목적으로 대중을 호도하기 위해 과학자들 사이에 의견 불일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전략을 쓴다 2) 실제로는 과학자들 대부분이 지구 온난화가 실제 문제임에 동의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려주어 지구 온난화 부정론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이후 다시 잘못된 정보를 보여주었습니다. 

 

또 다른 그룹 (2번 처방 그룹)에는 여기에 더해 오레곤 청원서에 서명한 사람 명단에는 ‘찰스 다윈’이나 90년대 걸그룹 ‘스파이스 걸스’ 멤버의 이름도 있다는 사실 등 보다 구체적인 정보도 함께 알려주었습니다. (2번 처방)

 

예일대 연구진은 기후 변화에 대한 잘못된 정보의 예로
예일대 연구진은 기후 변화에 대한 잘못된 정보의 예로 '오레곤 기후 변화 청원 프로젝트'를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었다.  - Global Changes 제공

참 진술과 거짓 진술을 연이어 보여주자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기후 변화에 동의하는 과학자들의 비율’은 실험 전 73.48%에서 실험 후 72.99%로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짓 진술은 듣지 않고 참 진술만 들은 그룹에서는 이 비율이 70.58%에서 90.3%로 급증하며 대중의 인식과 실제 사실이 근접했음을 생각해 보면, 사실상 잘못된 정보가 앞서 들은 옳은 정보의 효과를 거의 상쇄해 버린 셈입니다.

 

그럼 두 진술 사이에 백신을 처방받은 그룹에선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첫번째 백신을 처방받은 그룹에선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기후 변화에 동의하는 과학자들의 비율’이 73.29%에서 79.76%로 6.47%포인트 늘었습니다. 더 센 두 번째 약을 처방받은 그룹에서는 71.23%에서 83.94%로 12.71% 늘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정보가 잘못된 정보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주어지자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이 높아졌다 하겠습니다.

 

 

과학계의 기후 변화 컨센서스 정도를 묻는 질문에 대한 피실험군의 응답 변화를 나타낸 표. 참 정보 (CT)와 잘못된 정보 (CM) 사이에 일종의
과학계의 기후 변화 컨센서스 정도를 묻는 질문에 대한 피실험군의 응답 변화를 나타낸 표. 참 정보 (CT)와 잘못된 정보 (CM) 사이에 일종의 '백신'을 처방하면 (inoculation) 응답자들이 과확적 사실을 받아들이는 비율이 더 높아짐을 볼 수 있다. - Global Changes 제공

 

● 페이크 뉴스 예방 백신은 무엇?

 

연구진은 이런 실험 결과를 근거로 온갖 정보와 주장이 난무하는 속에서 대중이 과학적 사실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사실 페이크 뉴스에 속지 않는 방법 자체는 간단합니다. 기사의 핵심 정보의 출처가 믿을만 한지, 누군지 확인할 길 없는 정체불명의 관계자와 기자의 추측만으로 기사를 쓰지 않았는지 찬찬히 따져보는 것입니다. 보통은 언론사의 이름이 그런 필터 역할을 합니다. 꾸준히 공신력을 쌓아온 전통 있는 매체가 보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출처와 신뢰성에 대한 검증을 거쳤다는 증거가 되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권위있는 매체 기사나 듣보잡 매체 기사나 페이스북이나 포털을 쓰는 사용자들 인식에서 거의 같은 급으로 취급받는 상황입니다. 한술 더떠 전통 매체마저 엄밀한 검증을 포기하고 그냥 시류와 유행에 따라 잘 ‘팔리는’ 기사를 쏟아내는 경향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 사진에 글을 덧붙여 만든 합성 사진이 인터넷에서 사실로 오인되는 해프닝이 최근 있었다.  - 유머저장소 페이스북 페이지 제공
도널드 트럼프 후보 사진에 글을 덧붙여 만든 합성 사진이 인터넷에서 사실로 오인되어 정규 언론에 보도까지 되는 해프닝이 최근 있었다.  - 유머저장소 페이스북 페이지 제공

 

위에 소개한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 실험은 몇가지 더 생각할 점을 줍니다. 예일대 연구팀이 실험 대상자에게 처방한 백신은 크게 1)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의 의도와 인센티브 2) 정보에 대한 구체적 검증이라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계의 합의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설명이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음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뉴스를 접할 때 이 뉴스와 그 안에 들어있는 정보를 전하는 사람들의 동기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면 정보를 보다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기문 전 총장이 퇴주잔을 마셔버렸다는 이 기사는 혹시 반기문의 대선 출마를 바라지 않는 다른 정치 세력의 이해 관계가 담긴 것은 아닐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인데 트래픽을 모으기 위해 언론이나 포털이 일부러 자극적으로 확대재생산 하는 것 아닐까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기사에 담긴 정보의 검증 노력이 필요하겠죠. 오레곤 청원은 3만 1000명의 과학자가 서명했다며 공신력을 자랑했지만, 서명한 사람의 실체를 파고 들어가자 곧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궁금한 내용에 대한 간단한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만으로 정보의 사실 여부를 많이 판가름할 수 있습니다. 

 

또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예일대 연구팀은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컨센서스에 대한 정보를 둥근 파이 그래프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믿을만한 정보를 보다 신뢰감 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죠.

 

☞ (관련 기사) 쏟아지는 최순실 뉴스 속에서 옥석 가리려면

 

물론 사람들이 뉴스를 볼 때마다 일일이 기사의 의도를 따지며 직접 사실 검증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지요. 요즘은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페이크 뉴스 추방을 위해 팩트 체크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공신력 있는 정보 유통의 길이 속히 확립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우리 독자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읽고 싶은 것만 읽는 태도를 최대한 억누르며 쏟아지는 기사의 의도와 신뢰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스마트한 독자가 되는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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