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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20)] 맥주의 편견 '라거는 밍밍하고 에일은 맛이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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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20)] 맥주의 편견 '라거는 밍밍하고 에일은 맛이 풍부하다?'

2017.02.03 17:00

수제맥주를 마시기 시작한 후 더 이상 라거 맥주는 마시지 않는다는 H. 맥주는 역시 에일이지. 과일향기가 풍성한 인디아페일에일(IPA), 견과류 맛을 느낄 수 있는 브라운에일, 초콜릿과 커피맛을 안겨주는 임페리얼스타우트…. 맛있는 맥주는 모두 에일이다.


이제 와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밍밍한 라거를 마셔댔던 건지. 칭타오, 하이네켄이 맛있다지만 카스, 하이트와 뭐가 다른지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소주를 타 마셨던 게지…


그러던 어느 날. 미세먼지로 칼칼해진 목을 씻어내기 위해 청량한 맥주를 꿀꺽꿀꺽 원샷하고 싶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라거를 주문한다. 분명 라거를 시켰는데 서빙된 맥주는 붉은 빛이 도는 갈색이다. 또 오렌지, 포도, 살구 등 과일향이 펑펑 터진다.


이 맥주 잘못 나온 거 아닌가요? 몇 번을 다시 확인해도 내가 주문한 맥주가 맞단다. 아, 혼란스럽다. 라거는 황금색에 탄산이 가득한 씁쓸한 액체인데…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맥주는 크게 라거와 에일로 분류한다. 수제맥주를 알게 되면 ‘라거는 밍밍하고 에일은 맛이 풍부하다’는 편견에 휩싸이기 쉽다. 대개 처음 인디아페일에일(IPA)이나 페일에일을 마셔보고 늘 마시던 대기업 라거 맥주와 완전히 다른 맛에 인상을 크게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먹던 맥주는 라거고 맛있는 수제맥주는 에일이라는 오해를 하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에일과 반대로 싸잡아 ‘맛 없는 맥주’가 된 라거는 원통하다. 우리가 마셨던 대기업 맥주는 그냥 라거가 아니라 ‘페일라거’나 ‘아메리칸라거’다. 라거에 속하는 스타일만해도 30~40가지에 달한다. 라거의 전형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 다른 라거 맥주들이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기다리고 있다.

 


과일향이 나는 맥주는 에일?


오렌지, 레몬, 자몽, 포도, 살구와 같은 열대과일이나 감귤류의 향이 많이 나는 맥주는 모두 에일 맥주라고 오해하기 쉽다. 대개 수제맥주에 입문할 때 마시는 미국식 IPA나 페일에일이 갖고 있는 도드라지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과일향이 강하다고 에일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섣부르다. 미국의 ‘사무엘 아담스 보스턴 라거’나 ‘브루클린 라거’와 같은 엠버라거 스타일 맥주는 페일에일에 버금가는 향을 뿜어낸다.


또 인디아페일라거(IPL)와 같은 스타일은 IPA 못지 않게 풍성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국내 브루어리인 브루원에서 양조한 ‘아이홉소’나 미국의 밸러스트포인트 브루어리에서 만든 ‘패덤(Fathom)’ 등이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IPL이다.


에일의 과일향을 라거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은 이런 향과 맛이 대부분 맥주 재료인 홉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열대 과일향이 많이 나는 홉을 쓰면 어떤 스타일의 맥주에서도 과일향이 날 수 있다. 물론 에일 효모가 특유의 깊은 맛을 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열대 과일향은 캐스케이드, 센테니얼, 시트라 등과 같은 홉에서 주로 나온다.

 


라거는 도수가 낮고 에일은 세다?


‘라거는 도수가 낮고 목넘김이 편안해 쭉 마실 수 있고 에일은 도수가 높고 써서 많이 못 먹는다’는 것도 맞지 않는 말이다. 대기업 맥주의 도수가 4~5도 정도인 반면 처음 맛 본 IPA는 7도였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편견이다.

 
라거 중에서도 복 스타일은 10도가 넘는 것도 있다. 향과 묵직함으로 따지면 웬만한 에일 맥주보다 훨씬 더 강하다. 대표적으로 파울라너 브루어리의 ‘살바토르’, 바이엔슈테판 브루어리의 ‘코르비니언’, 아잉거의 ‘셀러브래이터’ 등이 있다.


반면 에일이지만 도수가 2~3도로 낮은 세션 IPA도 있다. 페일라거만큼 술술 들어간다.

 

Sawmill tap house 제공
Sawmill tap house 제공

라거는 황금색이다?


우리가 그 동안 마셔온 페일라거는 모두 밝은 노란색이었다. 그러나 하우스맥주 가게에서 마셨던 흑맥주인 ‘둔켈’도 라거 방식으로 양조된 맥주다. 암흑과 같이 까만 독일의 흑맥주인 ‘쾨스트리처’ 역시 라거다.


맥주의 색깔은 맥아(싹튼 보리)를 얼마나 볶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라거든, 에일이든 얼마든지 여러 색깔이 나올 수 있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라거와 에일을 맛이나 향이나 도수나 색깔로 구분 지을 수는 없다. 라거와 에일의 차이는 단지 양조할 때 사용하는 효모와 그 효모가 발효하는 온도에서 나온다. 라거는 에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7~14℃)에서, 에일은 높은 온도(18~24℃)에서 발효된다. 각 효모가 잘 발효되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맥주를 마시면 마실수록 맥주는 그저 ‘좋아하는 맥주’와 ‘오늘 마시고 싶은 맥주’로 나뉠 뿐 라거와 에일 같은 구분은 의미가 없어진다.


한파가 찾아온 날 뜨뜻하게 보일러 돌려놓고 소박한 안주와 마시는 그 맥주가 바로 좋은 맥주!

 


<’1일 1맥’ 추천맥주>
 

브루클린 브루어리 제공
브루클린 브루어리 제공

이름 : 브루클린 라거(Blooklyn Lager)
도수 : 5.2 %


붉은기가 도는 갈색에 달콤한 향과 살구향, 오렌지향 등이 느껴진다. 맛을 보면 상쾌한 과일맛과 함께 크래커나 빵에서 나오는 달달함, 또 씁쓸함도 경험할 수 있다. 모든 맛이 과하지 않아서 편하게 마실 수 있다.


풍성한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일반 라거의 적정 서빙 온도인 5℃보다 높은 7~9℃가 적당하다. 이 맥주를 만드는 미국의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제주도에도 양조장을 짓고 있다.

 

 

※ 필자소개
황지혜. 비어포스트 에디터,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폭탄주와 함께 청춘을 보내다 이제는 돌아와 수제 맥주 앞에 선 한량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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