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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계에 셀프수주 관행 만연…” BRIC 설문조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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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계에 셀프수주 관행 만연…” BRIC 설문조사 발표

2017.02.03 11:00

 

GIB 제공
GIB 제공

[Fact]

 

-BRIC ‘셀프수주’에 대해 연구자 488명 인식조사
-응답자 중 “셀프수주 알고 있다” 84%
-“RFP 참여자 구성방식 바람직하지 않다” 67%
-“RFP 참여자 투명하게 공개하라” 95%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셀프수주에 대한 연구자들의 인식’을 조사한 설문 결과를 2일 공개했다. 청와대 비선실세들의 셀프수주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설문조사를 실시해 연구자 488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설문 결과 보기: ‘RFP 참여와 과제선정에 대한 인식도 조사’)


조사 결과 응답자 84%가 ‘셀프수주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응답자 78%는 ‘셀프과제가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 89%가 ‘과제수행 연구자 선정 시 연구제안요청서(RFP) 참여자가 유리하다’고 답했다. 학계에서 자신이 기획하고 자신이 과제를 수주하는 일이 실제로 있으며, 과제를 받으려면 RFP 단계부터 개입해야 유리하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설문참여자들은 RFP 작성 참여단계부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현재 기획과제 RFP 작성을 위한 참여자 구성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가 67%였다. ‘주제 발굴과 선정과정에 연구자들의 참여가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도 73%에 달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응답자들은 RFP 작성자를 ‘공개적으로 모집해야 한다’는 의견(48%)을 제시했다. 

 

연구사업 관리기관에 대한 불신도 컸다. 기관마다 셀프수주 방지규정이 있지만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63%에 달했다. 응답자 중 RFP 작성에 실제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164명은 전반적으로 더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셀프수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응답이 95%로 비참여집단보다 16% 포인트 높았고, “셀프수주 방지규정 잘 안지켜지고 있다”는 응답도 3% 포인트 높았으며, “참여자가 유리하다”는 응답도 5% 포인트 높았다. RFP 작성과정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이 더 부정적으로 답변한 것이다.


셀프수주 문제의 해결책으로 ‘RFP 작성 참여자 공개’를 찬성하는 응답자는 95%에 가장 많았다. 세부적으로는 ‘RFP 참여자 모두 공개’가 62%, ‘RFP 참여자가 과제를 공모한 경우에 한해 공개’가 22%, ‘RFP 참여자가 과제에 선정된 경우에 한해 공개’가 11%를 차지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연구자는 생명과학(51%)과 의약학(37%) 분야가 다수였다. 여타 자연과학, 공학 등은 12%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소속으로는 대학(74%)이 가장 많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13%)과 기업(11%), 기타(2%)가 뒤를 이었다. 직책은 교수급(56%)이 가장 많았고 책임급 연구원(16%), 박사후과정(9%), 연구원(8%), 대학원생(9%), 기타(2%)가 뒤를 이었다. 

 

BRIC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셀프수주’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 BRIC 제공
BRIC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셀프수주’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 BRIC 제공

[View]

 

●셀프수주 무엇이 문제?


셀프수주는 연구제안요청서(RFP) 작성에 참여한 사람이 입찰경쟁에 뛰어들어 해당 과제를 스스로(Self·셀프) 수주해 가는 것을 뜻하는 ‘업계용어’다. 셀프과제라고도 부른다. 운동경기로 비유하자면 규칙을 만든 사람이 선수로 뛰는 것과 비슷하다.


RFP는 정부가 국가연구개발(R&D)사업 신청자를 공개모집할 때 과제의 목적과 세부목표, 기대성과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발표하는 문서다. 연구자들은 RFP에 맞춰 과제 수행계획을 짠 뒤 경쟁을 거쳐 사업을 수주한다. 그런데 RFP가 처음부터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짜이는 경우가 있다고 연구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BRIC 설문조사에서 주관식 문항에 답한 한 연구자는 이렇게 말했다.


“RFP를 읽어보면 특정한 주제, 특정한 연구방법만 신청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제 공모기간이 2~3주에 불과해 해당 주제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아이디어를 낼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고요. 과제의 세부항목이 지나치게 세세해 작성자가 아니면 도전해 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RFP들이 있습니다.”  (설문 주관식 응답 중에서)


한편 셀프수주가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분야는 연구자의 수가 워낙 적어 RFP 작성에 참여한 연구자를 배제하기 힘들고, RFP 작성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고려할 때 자칫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셀프수주’는 경기의 규칙을 만든 사람이 선수로 뛰는 것과 비슷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나온 바 있다. - GIB 제공
‘셀프수주’는 경기의 규칙을 만든 사람이 선수로 뛰는 것과 비슷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나온 바 있다. - GIB 제공

●연구과제에도 비선실세? RFP부터 기회 불평등


BRIC은 RFP 작성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는 164명만 추려서 참여경로를 조사했다. 어떤 경로로 RFP 작성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36%는 ‘친분이 있는 RFP 작성 참여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답했다. RFP 작성에 사적인 관계가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설문의 응답중에는문제 해결을 위해 ‘공개경쟁’과 ‘기회의 평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일부 공무원들과 컨택 포인트가 있는 과학자들 혹은 학회의 주요 과학자들에게만 RFP를 제안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진행과정도 공개되지 않아 실제 기획과제가 어떻게 선정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문 주관식 응답 중에서)


“RFP도 다양한 후보를 추천받아 투표로 결정해야 합니다. 정부 R&D 중점전략 등을 고려해 기획과제 구성원 투표를 50% 반영하고, 외부 연구자들의 온라인 투표를 50% 반영하는 식으로 진행해 점수를 공개하면 투명성이 높아질 겁니다.” (설문 주관식 응답 중에서)

 

셀프수주 방지를 위해 연구자들로부터 다양한 RFP 후보를 추천받아 공개적으로 논의한 뒤 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 GIB 제공
셀프수주 방지를 위해 연구자들로부터 다양한 RFP 후보를 추천받아 공개적으로 논의한 뒤 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 GIB 제공

●방지규정 있어도 잘 안 지켜져

 

셀프수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그래서 각 연구관리전문기관별로 셀프수주 방지대책이 마련돼 있다. 한 예로 한국연구재단은 RFP를 작성하는 회의의 최종단계에 참여한 연구자는 과제를 수주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불신은 여전했다. 응답자 63%는 ‘셀프수주 방지규정이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규제를 피하는 우회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꼼수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정유라 씨에게 특혜를 준 이인성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8억2000만 원에 이르는 과제를 셀프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실이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교수는 RFP 작성을 위한 회의에 3차례에 걸쳐 참석했으나 마지막 ‘RFP 최종검토’ 단계에서는 빠졌다. 신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 교수는 RFP 최종 검토에 참여한 전문가가 해당 과제를 신청할 수 없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 회의에서 이 교수 과제의 연구참여자인 신 모 교수를 참석하게 하는 꼼수를 썼다”고 꼬집었다.

 

정유라 특혜의혹으로 1월 27일 특검에 구속된 이화여대 이인성 교수. - 동아DB 제공
정유라 특혜의혹으로 1월 22일 특검에 소환된 이화여대 이인성 교수. - 동아DB 제공

●“RFP 참여자 투명하게 공개하라”


RFP 참여자 구성에 대한 불신이 크다보니 아예 ‘RFP 참여자를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의견이 대세다. 일단 명단을 공개하면 셀프수주 사례 중에서도 실력 있는 연구자와 꼼수 연구자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BRIC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한 연구자는 이렇게 말했다.


“상황에 따라 셀프수주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정말 실력 있는 전문가라면 큰 불만이 나오지 않습니다. RFP 참여자 명단이 공개되면 연구자 사회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날 겁니다. 실력 없고 정치력만 있는 사람이 셀프수주한 경우는 문제가 되겠죠.” 


벌써 일부 연구전문관리기관은 RFP 참여자 공개에 나섰다. 2015년 신규과제 중 45%가 셀프과제로 나타나는 등 여러 차례 국회 지적을 받은 바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올해 신규과제부터 PD 자문그룹(RFP 작성에 참여) 명단을 공개했다.

 

RFP 참여자 명단을 공개하면 셀프수주 중에서도 실력 있는 연구자와 꼼수 연구자를 구분해 학계 내부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날 것이란 시각이 있다. - GIB 제공
RFP 참여자 명단을 공개하면 셀프수주 중에서도 실력 있는 연구자와 꼼수 연구자를 구분해 학계 내부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날 것이란 시각이 있다. - GIB 제공

한편 설문조사 주관식 문항에선 “셀프과제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탑-다운(Top-Down)식의 기획과제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나타났다.


“지진이나 메르스처럼 탑다운 방식의 기획과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산학연 같은 경우도 기획주제 발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학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위해 자유응모과제를 늘려야 합니다.”  (설문 주관식 응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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