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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 TV의 고민,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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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06일 14:00 프린트하기

다음 세대 TV의 고민은
다음 세대 TV의 고민은 '색'이다. - 최호섭 제공

TV는 늘 CES의 큰 관심사다. 최근 3D TV가 쓸쓸히 퇴장했고, 스마트TV도 시들해진 마당에 TV 기술에 대한 회의감도 무시할 수 없게 된 듯하다. 하지만 더 좋아질 게 있을까 싶으면서도 매년 TV는 더 선명한 화면을 들고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CES 2017에서는 유난히 더 선명한 화면들이 선보였다. 정말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분위기가 삼성과 LG전자 사이의 디스플레이 전쟁으로 비춰지는 모양새다. 정확히는 OLED와 퀀텀 기반의 LCD의 대결로 보는 편이 맞겠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일반인들에게 아직 먼 이야기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기천만원씩 TV에 쏟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초점이 너무 한 곳에만 쏠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OLED와 LCD의 대결은 아직 진행중이다. 물론 답은 정해져 있지만 가격과 시기의 문제가 남아 있다. - 최호섭 제공
OLED와 LCD의 대결은 아직 진행중이다. 물론 답은 정해져 있지만 가격과 시기의 문제가 남아 있다. - 최호섭 제공

TV의 조용한 변화 ‘색 표현’

지금 TV 시장의 변화는 아주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OLED의 보급을 둔 디스플레이 전쟁은 그 중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전체적인 디스플레이 시장에는 엄청난 변화가 오고 있다. 단순히 4k 같은 해상도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색’이다. HDR, 즉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High Dynamic Range)다.


우리 눈은 지금 디스플레이에 익숙해 있지만 사실 우리가 보는 TV나 모니터, 스마트폰의 화면은 실제 색과 거리가 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디스플레이 자체에 있다. TV를 비롯해 대부분의 디스플레이는 아직 원래 색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특히 디스플레이 시장의 대세인 LCD 기반 TV는 컬러 패널 뒤에서 LED 등으로 빛을 쏘기 때문에 검은색 표현에 취약하다. 이 뿐 아니라 기본적인 빛의 3원색을 그대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한번이라도 화면을 보면서 ‘물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정확하게 본 것이다.

그동안 TV는 색 표현력을 넓히기 위해 여러가지 개선책을 펼쳐왔다. 빨간색은 더 빨갛게, 파란색은 더 파랗게 보여주는 것이다. 요즘 나오는 고급 디스플레이들은 DCI-P3 색 영역을 표현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존의 표준이었던 sRGB보다 25% 이상 더 넓고 정확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예전 TV는 그나마도 sRGB의 50%, 70%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콘텐츠도 DCI-P3 등 더 넓은 색 공간으로 만들고, TV도 이를 보여줄 수 있지만 정작 영상이 전송될 때는 이 색을 담지 못한다. 특히 TV의 경우 해상도는 상대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높아졌지만 색을 담는 규격은 초기 브라운관 시절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최근 몇 년동안 이어졌다. 특히 UHD TV의 지상파 전송 규격 표준에 색과 관련된 규격이 더해지는 게 최근 업계의 목표다.

 

돌비는 돌비 비전으로 HDR의 한 축을 맡고 있다. - 최호섭 제공
돌비는 돌비 비전으로 HDR의 한 축을 맡고 있다. - 최호섭 제공

표준이라고 하면 으레 경쟁 구도가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당연히 경쟁 관계가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기술은 UHD얼라이언스의 ‘HDR10’, 돌비의 ‘돌비비전’, 위성방송사들의 ‘HLG’ 등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경쟁 구도는 복잡하지만 기본적인 목표는 비슷하다. 더 넓은 색을 표현하고,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밝은 곳은 더 밝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게 잘 안 되니 기존에는 TV의 컬러엔진이 직접 밝기와 콘트라스트, 샤프니스 등을 매만져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인위적인 조정이고, 실제 색을 보여주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러니까 이제 TV 환경은 제작부터 전송, 그리고 가정까지 더 넓은 색을 보여주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OLED나 퀀텀디스플레이냐의 문제는 맨 마지막 단계의 고민인 셈이다. 그리고 당장은 두 디스플레이 사이의 차이보다 돌비비전, 혹은 HDR10에 대한 차이가 주는 충격이 더 크다.


다시 만난 돌비 비전, 499달러에 성큼


몇 년 전 돌비비전이 적용된 TV를 볼 기회가 있었다. 당시 이 디스플레이의 특성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전달할 방법이 없다는 게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눈이 부시다’는 점이었다. 눈은 어느새 불그스름한 색을 빨갛다고 느끼고 있었고, 환한 장면을 눈부시다고 인정하고 보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동안 화면에 속고 살았다는 게 당시의 결론이었다.


그 이후 돌비 비전은 개인적으로 ‘판타지’였다. 그런데 그게 현실로 다가왔다. 제대로 된 색을 거실에서 볼 수 있는 환경이 오는 것이다.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CES 2017 현장에서 돌비의 독립 부스를 찾았다. 일반에 공개한 부스는 아니고 사전에 따로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사실 전시장에서는 혼란스러워서 화면이든 소리든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는데 별도의 감상 공간에서 느긋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HDR을 적용한 PC용 게임의 한 장면이다. HDR의 차이를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디스플레이가 대부분 HDR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최호섭 제공
HDR을 적용한 PC용 게임의 한 장면이다. HDR의 차이를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디스플레이가 대부분 HDR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최호섭 제공

먼저 자리를 잡고 본 건 LG전자의 OLED TV인 W7이다. 자그마한 방에 TV와 사운드바 하나만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TV는 돌비 비전을 보여줄 수 있고, 기본 사운드바는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들려준다. 돌비로서는 거실에서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인 듯 하다.


몇 가지 영화 트레일러를 통해 데모 영상을 봤는데, 확실히 예전에 느꼈던 바로 그 느낌, 색과 밝기가 어느 정도 현실적이라는 부분이 가장 먼저 와 닿았다. 이 느낌은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로 전하기 어렵다.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일단 TV는 제품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화면을 어디에서 볼 수 있느냐다. 지상파 UHD TV의 표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도 않았고 직접적인 판단도 어렵다. 지금 당장 돌비비전은 UHD 블루레이의 일부 영화에 채택되고 있고, 넷플릭스도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돌비비전 TV만 있다면 구글의 ‘크롬캐스트 UHD’로 4k HDR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돌비 비전 블루레이 타이틀도 현재 100개 정도 나와 있다고 한다.

TV도 상당히 많아졌다. CES가 마침 TV의 가장 좋은 데뷔 무대이기도 해서 거의 모든 TV 제조사가 HDR과 돌비비전 TV를 들고 나왔다. 당연히 지금으로서는 지상파 TV 전송 규격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돌비는 HDR10과 경쟁 관계에서 HDR10을 품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바 있다. 그러니까 돌비비전 TV를 구입하면 HDR10로 만든 콘텐츠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반대는 안 된다. 돌비의 라이선스 문제가 첫번째 이유지만 기술적으로도 HDR10이 10비트, 돌비비전이 12비트로 색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돌비가 기술적으로는 더 풍부한 색을 보여준다.

 

HDR TV의 대중화는 성큼 다가왔다. 남은 건 표준 전송 규격이다. - 최호섭 제공
HDR TV의 대중화는 성큼 다가왔다. 남은 건 표준 전송 규격이다. - 최호섭 제공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블루레이를 비롯한 돌비 비전 콘텐츠들은 10비트 HDR 영상위에 돌비비전 레이어와 메타데이터를 추가로 덮어서 색을 확장하는 개념이다. 기존 콘텐츠에도 돌비비전 레이어를 올리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이 때문에 돌비 비전 TV는 표준 걱정에서 우려를 덜 수 있다.

그럼 돌비비전 TV는 고가 제품만 나올까? 그렇지는 않은 듯 하다. 현재 필립스나 TCL은 저렴한 제품의 경우 499달러, 우리 돈으로 60만원도 안 되는 제품도 발표했다. LED 백라이트 기반의 LCD TV지만 색 표현력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기술적인 조건이 따로 있을까?


돌비는 이에 대해 한 마디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사실 오디오 쪽에서도 마찬가지로 돌비의 기술 라이선스는 복잡한 과정을 겪기 때문에 기준을 쉽게 설명하지 않는다. 기본은 300니트 정도의 밝기가 요구된다. 앞서 이야기한 밝은 화면을 눈 부시게 표현하려면 밝기가 좋아야 한다. 사실 300니트는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니고 눈부시다고 느끼려면 1000니트 정도는 만족해야 하고, 실제 제품들도 1000니트 정도에 맞춰져 있다. 이 외에도 콘트라스트나 색 표현력 등의 최소 기준을 채워야 돌비 비전 엔진을 넣을 수 있다. 그 이후에 디코더를 비롯해 돌비의 기술이 들어가는 것이다. 간혹 디스플레이 설계 단계부터 돌비와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HDR을 보여주는 기술 자체는 성큼 다가왔다. ‘이게 과연 거실에 들어오는 데 얼마나 걸릴까’라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손만 내밀면 닿는 거리까지 다가왔다. 아직 UHD TV의 전송 규격을 둔 표준화 논란은 이어지고 있지만 큰 걱정거리는 아닌 듯하다. 적어도 3DTV처럼 애매하게 마무리될 것도 아니다.


사실 지금 TV 시장의 이슈인 4k, 디스플레이 방식, 그리고 HDR의 세 가지 주제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첫번째로 꼽는 요소는 HDR이다. 꼭 돌비가 아니어도 HDR10만 해도 콘텐츠는 엄청난 변화를 보여준다. 이 글을 쓰면서도 가장 답답한 것은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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