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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21)] 인터넷으로 술도 배달시킬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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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21)] 인터넷으로 술도 배달시킬 수 있나요?

2017.02.10 17:00

강추위가 며칠째 이어진다. 이불 밖은 위험하니 침대와 혼연일체가 돼 그 동안 놓친 드라마를 정주행하며 이 혹한기를 넘겨보자. 그런데 집에 맥주가 떨어졌다. 맥주뿐 아니라 소주, 와인, 위스키에 매실주까지 알코올이 들어있는 음료는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다. 외출은 할 수 없는데 술은 떨어졌고… 이를 어찌해야 하나.


아침에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오후에 갖다 주는 마트 배달로 맥주까지 시켜볼까. 그런데 마트 온라인몰에는 주류가 아예 올라와 있지 않다. 맥주를 검색했더니 온라인 판매 금지 품목이라는 안내가 뜬다. 그러고 보니 와인 택배 배달이 된다고 했던 것도 같은데 온갖 사이트를 다 뒤져봐도 주문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다.

 

unsplas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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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의 온라인 판매, 통신 판매, 배송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상식적인 이유에서다. 국민 건강, 청소년 보호, 세수 확보 등을 이유로 대면 결제를 해야만 주류를 구입할 수 있다. 또 허가 받은 곳에서만 주류를 취급할 수 있고 한정된 장소에서만 주류를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국세청에서는 현실을 반영해 예외 사항을 마련하고 있다. 아래 사례 중에서 법적으로 가능한 것과 불가한 것은 무엇일까? 한번 맞춰보자.

 


Q1. H는 마트에서 평소 좋아하는 맥주를 반값에 판매하는 것을 발견하고 통 크게 두 박스를 구매했다. 가져오자니 엄두가 안 나 조심스럽게 배달이 가능한 지 물어봤다. 마트에서는 배달을 해줘도 될까?


A) 된다. 일단 대면 판매를 한 후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는 가능하다. 마트에서 맥주, 소주, 위스키 등 주류를 골라 결제를 하고 나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Q2. 와인판매점이 재고 처리 행사를 한다. H가 평소 친분이 있던 사장님을 통해 전화로 주문하고 입금한 뒤 택배로 받을 수 있을까?


A) 안 된다. 주류 배송은 반드시 대면 판매를 한 후 가능하다. 아무리 평소에 얼굴을 알고 있고 성인임을 과거에 증명한 바 있더라도 해당 시점에 만나서 결재를 하지 않으면 불법의 소지가 있다.

 


Q3. 야구장에 간 H. 응원하는 팀의 점수도 안 나고 경기가 길어지다 보니 소맥 한 잔 말아 시원하게 들이키고 싶다. 야구장 ‘맥주보이’가 소주를 팔 수 있을까?

 

pexe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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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팔 수 있다. 원래 주류는 면허 받은 장소(경기장에서는 매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지만 맥주보이 이슈가 등장하면서 경기장, 전시장 등 한정된 공간 내에서는 주류를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맥주뿐 아니라 어떤 주류든 판매해도 된다.

 


Q4. 펍을 오픈한 H는 안주 조리에 쓸 계란, 야채, 고기 등을 도매상으로부터 배달 받아 쓰고 있다. 고기나 생선 요리에 필요한 ‘맛술’까지 배달 받을 수 있을까?


A) 있다. 맛술도 주류로 분류되긴 하지만 조미용 주류는 식자재로 사용되는 특수성을 고려해 전화 주문과 배달이 허용된다.

 


Q5. 치킨을 배달 주문하려고 하는데 맥주가 똑 떨어졌다. 치킨 가게에서 파는 생맥주가 간절하다. 치킨과 함께 맥주까지 배달 받을 수 있을까?


A) 있다. 과거에는 모든 주류의 배달이 불법이어서 치킨과 함께 배달하는 맥주에 대한 불법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2016년 7월 음식과 함께 소량 판매하는 주류는 배달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Q6. 복분자, 야관문 같은 게 몸에 정말 좋다는데 그냥 먹기는 그렇고.. H는 새해에 복분자주, 야관문주로 건강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이런 전통주를 인터넷에서 살 수 있을까?


A) 있다. 주류는 인터넷에서 살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전통주만은 인터넷 판매가 허용된다. 전통주의 육성을 위한 것. 우체국쇼핑 등의 사이트에서 본인 인증을 거쳐 성인임을 확인하고 전통주를 주문할 수 있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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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H는 집 앞 편의점에서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맥주를 사 먹을 수 있을까?


A) 사 먹을 수 없다. 소규모 사업자는 수퍼마켓·편의점 등 소매점에 판매를 할 수 없다. 국세청은 주류 유통 질서를 지키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되면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술 배달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원칙과 예외가 혼재하고 이를 단속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보니 암암리에 주류의 전화 주문, 배달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 보호라는 규제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도 헛점이 있다. 청소년이 족발과 소주를 배달 주문할 수 있는 것이고 안동소주, 이강주, 막걸리를 인터넷에서 사서 마실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규제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전통주 육성을 위해 인터넷 판매를 허용한다면 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 아래 수제맥주 온라인 유통 규제를 못 풀어줄 이유도 없다. 소규모 수제맥주 양조장의 경우 맥주 대기업에 비해 생산 단위 대비 고용이 더 크다. 미국 양조자협회(Brewers Association)에 따르면 2014년 미국의 수제맥주 산업은 미국 경제에 557억달러(약 63조8100억원)를 기여하고 42만4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수제맥주 산업을 둘러싼 새로운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소규모 맥주 제조 장비 개발, 맥주 큐레이션 서비스, 배송 서비스 등이 나타나 풍성한 산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은 맥주를 마시면서 국민 건강, 청소년 보호, 세수 확보와 함께 소비자 편의 증진, 산업 발전이라는 목표를 모두 달성할 규제의 묘수를 고민해봐야겠다.

 


<’1일 1맥’ 추천맥주>

 

바이엔슈테판 브루어리 제공
바이엔슈테판 브루어리 제공

이름 : 바이엔슈테판 크리스탈바이스비어(weihenstephan Kristallweißbier)
도수 : 5.4%


724년 설립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독일 바이엔슈테판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밀맥주. 효모를 거르지 않은 밀맥주 ‘헤페 바이젠’과 달리 효모를 여과해 투명한 것이 특징. 일반적으로 밀맥주가 단맛을 남기고 끈적한 느낌이 있는데 크리스탈바이스비어는 밀맥주 본연의 바나나향, 스파이시함 등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깔끔한 맛이어서 가볍게 마시기 좋다.

 

 

※ 필자소개
황지혜. 비어포스트 에디터,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폭탄주와 함께 청춘을 보내다 이제는 돌아와 수제 맥주 앞에 선 한량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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