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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도 ‘일찍병(!)’ 환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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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10일 18:00 프린트하기

※ 기자 주

학교든 회사든 집이 멀거나 가까운 것에 상관없이 지각하는 사람은 매번 지각, 일찍 오는 사람은 매번 일찍 옵니다. ‘넌 대체 왜 이렇게 늑장을 부리냐’고 구박을 해도, 사람의 습성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이 시간을 사용하는 행동패턴에 관련된 수학적, 과학적 연구으로 접근하는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본지에서는 정해진 시간보다 최소 20분은 일찍 도착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을 일컬어 ‘일찍병 환자(웃자고 표현)’라 칭하고,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수학적, 과학적 근거를 소개합니다.


요즘은 공항 시스템이 좋아져서, 해외로 가는 여정이라 해도 예전처럼 ‘출국시간보다 3시간 일찍’ 이렇게까지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무거운 수화물이 없고 자동 출입국심사 신청을 한 사람이라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체크인하고 출국 게이트까지 시간에 맞춰 40분~50분 전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 게이트까지 앞만 보고 달릴 경우)에만 도착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여유’가 선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시간이 임박해 오면 일찍병(!) 환자들은 ‘불안감’을 최대로 느낍니다.

 

당신은 주로 공항에 얼마나 일찍 가나요? - GIB 제공
당신은 주로 공항에 얼마나 일찍 가나요? - GIB 제공

● 최적의 공항 도착 시간, 수학으로 계산

 

조르단 엘른버그 미국 위스콘신대 수학과 교수는 개인별로 알맞은 최적의 공학 도착 시간을 계산해 자신의 저서 ‘잘못되지 않는 방법:수학적 사고의 힘’에 실어 발표했습니다. 엘른버그 교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공항 도착 시간이 다 다른 점에 주목했습니다. 여기에 경제학 개념인 ‘효용가치’를 사용해 사람마다 각자 다른 최적의 공항 도착 시간을 구했습니다. 효용가치란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얻는 만족을 측정하는 단위로, 그 크기는 개인별로 모두 다릅니다. (도깨비 신부의 효용가치가 갑자기 떠오르는 건 왜 일까요.)

 

엘른버그 교수가 주목한 변수는 ‘공항 대기시간’과 ‘비행기를 놓칠 확률’입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공항에서 1시간을 대기하며 소비하는 효용가치를 n이라고 할 때, 비행기를 놓칠 경우 소비하는 효용가치는 5n 정도입니다. 쉽게 말해 어떤 사람은 공항에서 4시간 대기하는 것이 비행기를 놓치는 것보다 더 낫다(4n<5n)고 생각하는 것이죠. 비행기를 놓치면 소비하는 효용가치가 더 크니까요.

 

공항에서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효용가치를 정하고 최적의 공항 대기시간을 계산해 보면 어떨지. - GIB 제공
공항에서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효용가치를 정하고 최적의 공항 대기시간을 계산해 보면 어떨지. - GIB 제공

 

또 엘른버그 교수는 과거 데이터를 정리해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놓칠 확률은 약 1/100, 출발 1시간 전에 도착해 비행기를 놓칠 확률은 약 1/20, 출발 30분 전에 도착해 비행기를 놓칠 확률은 1/5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에 엘른버그 교수는 이 두 변수를 활용해 확률의 기댓값을 더해 최적의 공항 도착 시간을 계산했습니다.

 

☞ 기댓값 이란? 확률에서 각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곱한 것을 모두 더한 값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시간당 소비하는 효용가치가 10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이 사람의 최적 공항 대기시간에 관한 효용가치는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출발 30분 전에 공항에 도착할 경우, 시간에 비례한 효용가치 5에다가, 만약 비행기를 놓치면 소비하는 효용가치 50에 놓칠 확률 1/5을 곱한 10을 더한 15가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효용가치가 됩니다. 반면 출발 1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할 경우, 시간에 비례한 효용가치 10에다가, 비행기를 놓치면 소비하는 효용가치 50에 놓칠 확률 1/20을 곱한 2.5를 더한 12.5가 최종 소비하는 효용가치가 돼죠. 그러면 괜히 공항에 일찍 도착해 시간을 허비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만큼 비행기를 놓칠 확률이 줄었으니 오히려 이 사람은 30분 일찍 도착하는 것보다 출발 1시간 전에 도착할 때 효용을 더 누릴 수 있는 겁니다.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효용가치를 결정한 다음 확률의 기댓값을 활용하면 각자에게 맞는 최적 공항대기 시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 사람의 미루기 본능은 ‘시간 할인’ 때문 

 

사람은 선택의 순간에 자신에게 더 가치있다고 판단되는 일을 택하곤 한다. - GIB 제공
사람은 선택의 순간에 자신에게 더 가치있다고 판단되는 일을 택하곤 한다. - GIB 제공

 

시간의 가치는 늘 상대적이지만,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이나 ‘딴짓을 하며 본래의 계획과 다르게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과 같이 꾸물대고 미루려는 습성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본성처럼 보입니다. 분명 하고자 하는 일의 가치나 그것을 계획대로 수행했을 때, 혹은 수행하지 못했을 때 얻는(또는 잃을) 효용가치가 있을텐데요.
 

사무엘 맥쿨러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했습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5달러에서 40달러 사이의 금전적 보상을 하기로 하고, 지금 당장, 한 달 뒤, 1년 뒤와 같이 지급 시기를 달리할 때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봤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대부분 불확실한 미래의 즐거움보다는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소소운 즐거움을 택했습니다. 맥쿨러 교수는 “1년 뒤 40달러보다, 지금 당장의 5달러가 더 나를 즐겁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내일 오전에 중요한 시험이 있다 해도 당장 친구가 오늘 저녁에 먹고 올린 인증샷이 더 궁금한 이유가, 그걸 보고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이 미래의 시험 점수보다 더 큰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시간 할인(temporal discounting)’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이런 경우 기댓값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미래의 시간을 - 당장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 원래의 가치보다 할인해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뿐 아니라 뭔가 즐거운 일이 일어날 때마다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에, 금방 얻을 수 있는 보상(소소한 즐거움 등)을 쉽게 포기 못하는 것입니다.

 

평소 약속 시간에 딱 맞춰 행동하는 사람도, 시간관리에 철저한 일찍병 환자도 ‘미루기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꾸준한 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일찍병 환자는 당연히 아침형 인간? 아니, 사자형 인간!

 

실제로 과학자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과 늦게까지 활동하고 아침잠이 많은 ‘저녁형 인간’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유전적 요인이 고유의 생체리듬을 결정한다는 이론에 근거해, 계속해서 꽤 많은 유전자들이 수면 리듬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생체리듬이 다르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자신의 생체리듬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 GIB 제공
사람마다 생체리듬이 다르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자신의 생체리듬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 GIB 제공

과학자들은 이런 분야를 시간생물학(chronobiology)라고 부르고,  사람의 생체 리듬에 대해 연구합니다. 에란 터버 영국 레스터대 유전학부 교수팀은 초파리 유전자를 분석해 아침형과 저녁형 인간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결과를 2015년 5월 신경학분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인 뉴롤로지’에 발표했습니다. 초파리의 유전자는 70% 이상 사람과 같고, 모든 유전자 역할이 밝혀져 있어 기초의학 연구용으로 자주 쓰입니다. 연구팀은 ‘RNA염기순서결정법’이라는 분석법으로 초파리의 1만 5000여 개의 유전자 중 0.5%가 수면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한편,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마이클 브레우스 박사는 자신의 저서 ‘적절한 시간의 힘(The Power of When)’에서 개개인의 특성이 다양한 것에 주목해 아침형-저녁형 인간 대신, 돌고래형-사자형-곰형-늑대형과 같이 4가지로 사람을 새롭게 분류하고 각 유형의 특징을 소개했습니다. 브레우스 박사는 이런 유전 인자를 크로노타입(chronotype)이라 부르고, 사람마다 고유의 크로노타입이 다르게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브레우스 박사는 오랜 시간 자신의 환자 2만 여 명을 상담하며 알게된 사람들의 일정한 수면리듬과 시간 활용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각 유형에 따라 어떤 일과를 보내면 좋은지, 추천 일과표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 돌고래형 : 얕은 잠을 잔다. 자는 동안 자주 깨고 불면증을 진단 받을 확률이 높다.

  - 사자형 : 일찍 일어나는데 문제가 없고 아침엔 활력이 넘친다. 하지만 오후에 급격한 체력저하를 느낀다.

  - 곰형 : 해가 뜨면 눈을 뜨고, 해가 지면 눈을 감는 타입. 하루에 최소 8시간은 자야 피곤하지 않다.

  - 늑대형 : 아침잠이 많아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다. 일찍 일어나면 정신을 잘 못차린다. 하지만 오후에 활력이 넘친다

  

당신은 어떤 유형에 가깝나요?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자료 출처:마이클 브레우스) 제공
당신은 어떤 유형에 가깝나요?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자료 출처:마이클 브레우스)

만약 자신의 유형이 궁금하면 직접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단, 영어로 진행되며 5분 정도 시간이 소요됩니다.) 당신은 일찍병 환자입니까? 사자형 인간? 아님 반대로 늑대형 인간? 각자의 생체리듬에 따라 중요한 일정은 가장 활력이 넘칠 때 처리하는 걸로, 다시 설계해 보면 어떨까요.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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