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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팬케이크 만드는 공식 있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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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18일 07:30 프린트하기

 

드.디.어. 기다리는 주말 아침이다!

충분히 늦잠을 자고 일어났으니

오늘은 아점으로 우아한 브런치를 먹어야겠다.

브런치하면 또 팬케이크가 빠질 수 없지.

팬케이크 (또는 핫케이크) 가루에 달걀 두 개를 풀고,

우유(때론 물)를 적당히 부어 농도를 맞춘다.

사실 이 반죽이 핵심인데 매번 기복 (편차)이 심하다.

어떤 날은 반죽이 되직해

팬케이크 표면에서

작은 구멍이 뽕뽕 생기고,

또 어떤 날은 반죽이 묽어 표면에 갈색 반점이 생기거나

가장자리가 먼저 익어 테두리가 생긴다.

 

 

사람들이 브런치 메뉴 중 하나로 즐겨찾는 팬케이크. 부드러운 식감은 물론 위에 새콤달콤한 과일과 단맛 나는 시럽을 뿌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 GIB 제공
사람들이 브런치 메뉴로 즐겨찾는 팬케이크. 부드러운 식감은 물론 위에 새콤달콤한 과일과 단맛 나는 시럽을 뿌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 GIB 제공

팬케이크 성공 여부는 반죽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음 핵심은 불조절이겠지요. 그런데 최근 ‘완벽한 팬케이크를 굽는 레시피’를 발견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황금 레시피는 매스매틱스투데이(Mathematics TODAY)라는 학술지 2016년 2월호에 실린 논문의 일부입니다. 무려 과학자와 안과의사가 공동 개발한 것이라고 하네요. 팬케이크? 수학?  과학자? 안과의사? 아무 연결고리도 찾지 못한 채 논문(팬케이크 레시피를 수학 논문에서 발견하다니요!)을 살펴봤습니다. 혹시 맛도 모양도 질감도 완벽한 팬케이크 레시피를 찾기 위해 방정식이라도 세운 걸까요?

 

● 팬케이크 반죽 되직할수록 표면에 구멍 많아

 

네 그렇습니다. 완벽한 팬케이크 레시피는 일부 수식과 그 결과로 탄생했습니다. 영국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기계공학과 이안 에임스 교수는 같은 학교 안과연구소(UCL Institute of Ophthalmology)의 펑 티 카우 소장, 얀 보우레멜 박사와 함께 팬케이크와 비슷한 조리 과정으로 만드는(ex. 프랑스의 크레페 등) 전세계 14 종류의 팬케이크 레시피를 비교·분석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안 에임스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 기계공학과 교수, 직접 구운 팬케이크를 놓고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고 있다. - UCL 제공
이번 연구를 이끈 이안 에임스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 기계공학과 교수, 직접 구운 팬케이크를 놓고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고 있다. - UCL 제공

영국에는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끼리 둘러 앉아 팬케이크를 먹는 팬케이크 데이(올해는 2월 28일)라는 날이 있습니다. (아마 이런 팬케이크에 대한 각별함이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이끌어 낸 것 같습니다.)

 

우유에서 (w)는 우유 대신 물을 넣기도 하는 레시피, 지름이란 팬케이크의 지름, 부피란 팬케이크를 높이가 낮은 원기둥으로 생각해 구한 값을 말한다. - Mathematics TODAY 제공
우유에서 (w)는 우유 대신 물을 넣기도 하는 레시피, 지름이란 팬케이크의 지름, 부피란 팬케이크를 높이가 낮은 원기둥으로 생각해 구한 값을 말한다. - Mathematics TODAY 제공

연구팀은 위와 같이 14 종류의 팬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달걀 양(g), 팬케이크 가루 양(g), 우유(때론 물) 양(ml), 팬케이크 지름(cm), 팬케이크 부피(ml)를 조사하고 표로 정리했습니다. 그런 다음 각각 팬케이크 지름의 세제곱(D3)과 팬케이크 부피(V, 부피를 구하기 위해선 완성된 팬케이크의 두께 T도 필요)의 비율(이하 I1)을 계산했습니다. 또 베이커 비율(Baker’s ratio)이라 부르는 반죽 내 가루와 액체 성분의 비율(이하 I2)도 측정했습니다. 비율을 계산하는 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기둥의 부피 구하는 공식만 알면 I1을 계산할 수 있고, 팬케이크 반죽에 포함된 액체와 가루의 질량만 알면 I2도 간단히 계산할 수 있다. - Mathematics TODAY 제공
원기둥의 부피 구하는 공식만 알면 I1을 계산할 수 있고, 팬케이크 반죽에 포함된 액체와 가루의 질량만 알면 I2도 간단히 계산할 수 있다. - Mathematics TODAY 제공

그러자 I1은 레시피에 따라 그 값이 크게 변했습니다. 크기가 작고 도톰한(작은 베개 모양) 네덜란드의 포퍼처스(poffertjes) 팬케이크가 최솟값인 I1=6/π≒2, 두께가 얇은 프랑스의 크레페는 최댓값인 I1≒240이었습니다. I1 값이 클수록 팬케이크의 두께는 얇은 편입니다.


반면  I2는 레시피가 달라도 그 값이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14종류의 팬케이크 중 에디오피아의 인제라(Injera) 팬케이크를 제외하고, 모두 100~175 사이였습니다.  I2는 반죽 농도와 직결돼 있고, 반죽이 되직할수록 그 값은 작아집니다. 그리고 반죽이 되직할수록 두꺼운 팬케이크가 만들어집니다. 

전세계 14종의 팬케이크를 나타내는 표시는 위 표를 참고하면 된다. I1이나 I2 값에 따라 팬케이크의 두께와 크기가 달라졌다. - Mathematics TODAY 제공
전세계 14종의 팬케이크를 나타내는 표시는 위 표를 참고하면 된다. I1이나 I2 값에 따라 팬케이크의 두께와 크기가 달라졌다. - Mathematics TODAY 제공

 I2가 작을수록(되직한 반죽을 사용할수록) 팬케이크 표면에 작은 구멍(기포)가 많이 생깁니다. 반죽이 되직할수록 반죽의 밀도가 높아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팬케이크를 굽다보면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팬케이크 반죽 속에 머물던 수분이, 구워질 때 밖으로 나가면서 구멍이 생겨 퐁퐁 터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I2가 커지면, 가장 자리가 갈색으로 익는 현상(아래 그림에서 반지모양)이 일어납니다. 반죽 속 수분이 증발하면서 타버리기 때문이죠.

  

I1, I2 값에 따라 달라지는 팬케이크의 표면 모습 - Mathematics TODAY 제공
I1, I2 값에 따라 달라지는 팬케이크의 표면 모습 - Mathematics TODAY 제공

에임스 교수는 “적절한 수분을 머금고 있으면서도(촉촉한 식감), 거뭇거뭇한 팬케이크는 피하려면  I2를 175 정도로 맞추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I2는 반죽에 넣는 액체의 질량과 가루의 질량만 알면 되니 누구나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 팬케이크 반죽 비율로 녹내장 치료 도와

 

이 연구가 더 유의미한 이유는 이 결과로 녹내장 치료를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내장이란 안구의 압력(안압)이 높아져 망막의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력이 점차 떨어져, 심하면 실명에 이르는 안질환입니다.

 

방수가 빠져나가는 구멍이 막혀 안압이 높아지면, 녹내장에 걸린다. 연구팀은 팬케이크의 알맞은 농도 분석으로, 팬케이크 반죽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원리를 녹내장 수술에 적용해 새로운 치료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 UCL 제공
방수가 빠져나가는 구멍이 막혀 안압이 높아지면, 녹내장에 걸린다. 연구팀은 팬케이크의 알맞은 농도 분석으로, 팬케이크 반죽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원리를 녹내장 수술에 적용해 새로운 치료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 UCL 제공

눈 속에서는 ‘방수’라는 액체가 주로 모양체에서 만들어지고, 주변 조직에 적절히 흡수돼 안구 내 일정한 압력이 유지됩니다. 그런데 방수가 빠져나가는 구멍인 전방각이 막히거나 좁아질 때 안압이 오르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구멍이 막혀 방수가 제대로 흘러갈 수 없게 되어 압력이 높아지는 원리죠.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시신경이 압박을 받아 시력에도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카우 소장은 “우리는 녹내장 치료를 위해 막힌 통로를 뚫어 방수가 빠져나갈 길을 내는 수술을 하곤 한다”며, “팬케이크 반죽의 농도나 굽는 프라이팬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반죽 속 수분의 움직임, 팬케이크 표면의 모양을 관찰해 새로운 수술법을 고민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공학자, 수학자, 안과 의사의 협업으로 연구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연구팀이 직접 설명하는 팬케이크 황금레시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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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주말 아침을 책임지던 팬케이크에서 녹내장 치료법을 떠올릴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계속해서 생활 속 곳곳에서 활약하는 수학을 만나길 바라며 기사를 마칩니다.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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