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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23)] 맥주 소믈리에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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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24일 17:00 프린트하기

붉은 와인을 잔에 따른다. 잔을 높이 들어 빛깔을 살펴본다. 루비빛인지 아니면 검붉은빛인지…. 와인 잔을 돌리고 와인이 흘러내리는 속도를 탐지한다. 이제 와인에 빠지기라도 할 것처럼 잔에 코를 박고 향기를 맡는다. 향긋한 열대과일의 냄새인지 딸기나 자두의 냄새인지, 아니면 꽃향기나 말린 검은 과일의 냄새인지…. 마지막으로 와인을 마셔본다. 단맛이 많은지 신맛이 많은지, 입안 느낌이 묵직한지 가벼운지 가늠해본다.


와인 소믈리에들은 이렇게 라벨을 보지 않은 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고 포도의 품종, 생산지, 수확 연도(빈티지)를 모두 맞춘다. 그렇게 용할 수가 없다. 빛깔과 냄새로는 포도 품종과 생산지를, 입안 느낌으로는 알코올 도수를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unplash 제공
unplash 제공

와인 분야에만 소믈리에가 있는 게 아니다. 와인만큼 각기 맛과 향기, 개성이 다른 맥주에도 맛을평가하는 소믈리에가 있다. 맥주 소믈리에는 고도로 훈련된 후각과 미각, 시각을 통해 맥주를 평가하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보관한다. 또 분위기에 맞는 맥주를 추천하고 어울리는 음식을 골라주는 역할도 한다. 


맥주 소믈리에로 활동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국제 자격증으로는 ‘비어소믈리에(Biersommelier)’와 ‘BJCP(Beer Judge Certification Program)’, ‘씨서론(Cicerone)’ 등이 있다.


비어소믈리에는 독일의 맥주 전문교육기관 되멘스 아카데미(Doemens Akademie)에서 발급하는 것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맥주 생산에서 테이스팅에 이르는 다양한 전문 지식을 쌓은 후 받을 수 있다. 독일, 미국,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전 세계 7개국에서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브루웍스 아카데미(breworx.com)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BJCP는 미국의 비영리 기관(www.bjcp.org)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으로 시험에 합격하면 맥주 대회 심사관으로 활동할 수 있다. 또 ‘관광 안내원’이라는 의미의 씨서론(www.cicerone.org)은 4단계로 이뤄져 있는데 최고 단계인 마스터 씨서론(Master Cicerone)은 전 세계에 1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맥주덕후의 꿈’으로 불린다.


자격증들을 취득할 때 맥주 감별 능력은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맥주 스타일에 대한 지식이 기반이 되어야 하고 맛과 향을 올바르게 감지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험을 준비할 때 맥주에서 날 수 있는 냄새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익히는 훈련을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밀맥주에서 감지되는 정향(클로브)과 바닐라를 구해서 냄새를 맡아보거나 아예 수십 가지의 향을 모아놓은 아로마 키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잘못 만들어진 맥주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이취(Off-flavor)도 잘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부러 맥주가 상하거나 잘못 만들어졌을 때 나는 나쁜 냄새들을 모은 키트가 사용된다. 여기엔 채소를 삶은 냄새, 잔디를 잘랐을 때 나는 냄새, 소독약 냄새, 곰팡이 냄새 등 기상천외하게 표현되는 냄새들이 모여있다.

 

GABF 제공
GABF 제공

그러나 맥주에 대한 여러 지식들을 쌓아 험난한 여정을 뚫고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자격증이 있다고 하루 아침에 양조장에 취직이 되고 맥주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격증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양조장에 취직하면 바닥 청소부터 시작하게 된다. 또 국제 맥주 대회의 심사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맥주 업계에서의 경험이 더 많이 고려된다.


먹고 마시고 놀기에도 바쁜데 무슨 자격증! 자격증 없는 우리도 (마음만) 비어소믈리에가 될 수 있다. 맥주 마시면서 평가하면 소믈리에지…


맥주 감별은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이를 습관처럼 몸에 익혀두면 와인 소믈리에가 와인 맛을 음미하듯 품격 있는 맥주 생활을 할 수 있다.


1. 외관(Appearance)
먼저 맥주를 잔에 따라서 색상, 탁도, 거품의 밀도, 유지 시간 등을 확인한다. 담황색부터 황금색, 호박색, 구리색 붉은색, 갈색, 검은색 등의 빛깔에서 맥주의 종류를 유추할 수 있다. 탁한 정도로는 효모를 거른 맥주인지 거르지 않은 맥주인지 등을 알 수 있다. 효모를 안 거른 헤페바이젠의 경우 탁한 모습을 보인다.


2. 향(Aroma)
향은 마셔보기 전에 코로만 느끼는 냄새다. 몰트(싹튼 보리)의 종류나 볶은 정도에 따라 빵, 비스킷, 커피, 캐러멜, 초콜릿, 훈제향 등이 제각각 느껴지고 쓰인 홉에 따라 자몽, 오렌지, 망고와 같은 열대 과일부터 솔잎, 풀잎향, 말린 검은 과일향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발효하면서 에스테르라고 불리는 바나나 같은 과일향도 나게 된다.


3. 맛(Flavor)
직접 맛을 봤을 때 감지할 수 있는 느낌이 맛이다. 단맛, 과일맛, 초콜릿맛, 씁쓸한 맛, 심지어 신맛과 짠맛에 매운 맛까지 다양한 맛이 맥주 안에 있다.


4. 입안 느낌(Mouthfeel)
입안에 머금었다가 넘길 때의 무게감 정도를 뜻하는 바디감이 맥주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도수가 높으면 점도가 높아 바디감이 크게 느껴진다. 또 입안 느낌으로는 탄산의 정도도 파악할 수 있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내 느낌을 다른 사람들도 가졌는지 궁금하다면 레이트비어(www.ratebeer.com)나 비어어드버킷(www.beeradvocate.com) 사이트에 들어가 맥주 이름을 쳐 보면 된다. 일반인들이 맥주를 마시고 느낀 점들을 올려놨다. (영문인 것은 함정)


전문가들이 평가한 맛과 내가 느낀 맛이 일치하는 지 궁금하다면 BJCP 가이드(www.bjcp.org/stylecenter.php)를 참고해 볼만하다. BJCP 가이드는 맥주 스타일별로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앞서 언급한 외관, 향, 맛, 입안 느낌 등으로 나눠 기술해놓은 것이다. 물론 모든 상업 맥주 양조장이 이 가이드에 맞춰 맥주를 만드는 것은 아니고 이 가이드에 따라 이름을 짓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이 스타일은 이런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맥주를 마시다 보면 맥주 맛이 기억도 안 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맥주를 먹어봤는지조차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앞서 본 네 단계로 맥주를 평가하고 또 그것을 적으면서 마시다 보면 맥주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평소 맥주 대회 심사위원들은 좋은 맥주를 많이 먹겠다며 부러워하던 중 최근 대회 심사를 곁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아침 일찍 모여 심사위원장의 잔소리를 한껏 들은 후 좁은 공간에 갇혀 맛이랄 게 거의 없는 크래커를 안주로(안주가 아니라 입을 씻어내는 용도) 수십 종의 맥주를 쉼 없이 맛보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은 다름 아닌 극한직업이었다. 전 그냥 즐기면서 천천히 마실게요….

 


<’1일 1맥’ 추천맥주>

 

오르발 브루어리 제공
오르발 브루어리 제공

이름 : 오르발(Orval)
도수 : 6.2%


수도원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 가운데서도 품질 인증을 받은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 중 하나. 1931년 설립된 벨기에 오르발 수도원 양조장에서 만들었다. 맥즙을 끓일 때 홉을 넣을 뿐 아니라 숙성 단계에서도 홉을 넣는 ‘드라이 호핑’ 기법을 활용해 오렌지, 레몬 같은 향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또 효모에서 나오는 쿰쿰한 향도 매력이다.


반지를 물고 있는 숭어가 그려진 라벨에는 전설이 얽혀있다. 1076년 마틸다라는 이름의 백작 부인이 반지를 연못에 빠뜨렸는데 “반지를 찾기만 하면 수도원을 짓겠다”고 기도하자 숭어가 반지를 물고 나타났다고 한다. 그 약속에 따라 설립된 것이 오르발 수도원이다.

 

 

※ 필자소개
황지혜. 비어포스트 에디터,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폭탄주와 함께 청춘을 보내다 이제는 돌아와 수제 맥주 앞에 선 한량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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