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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 ‘VX’는 어떤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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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 ‘VX’는 어떤 물질?

2017.02.24 16:00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용의자 여성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 맏형 김정남을 뒤에서 공격하는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의 얼굴 피부와 눈 점막에서 치명적인 신경작용제인 ‘VX’가 검출됐다고 24일 밝혔다. - 포커스 뉴스 제공 - 포커스 뉴스 제공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용의자 여성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 맏형 김정남을 뒤에서 공격하는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의 얼굴 피부와 눈 점막에서 치명적인 신경작용제인 ‘VX’가 검출됐다고 24일 밝혔다. - 포커스 뉴스 제공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은 고통스러운 통증을 동반하며 신경을 마비시키는 신경작용제인 ‘VX’인 것으로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부검 결과 김정남의 얼굴 피부와 눈 점막에서 VX 성분이 검출됐다고 24일(이하 현지 시간) 공식 발표했다. 김정남 피살 독극물에 관한 최종 보고서는 다음 주 발표될 예정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 맏형인 김정남은 13일 오전 9시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에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국적의 두 여성에 의해 피살됐다. 독살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돼 온 가운데, 부검 결과가 공식 발표되면서 김정남이 독에 의해 사망한 사실도 확인됐다.


● VX, 피부에 닿기만 해도 사망…91년 UN이 금지한 ‘대량살상무기’
 
무색무취의 VX는 1952년 당시 영국의 최대 화학물질 제조업체 ICI에서 처음 개발한 물질이다. 신경계에 들어가면 심장 박동수가 감소하고 근육이 수축하면서 경련을 일으키다 사망에 이르게 한다. 호흡기나 눈을 통해 노출되는 경우뿐 아니라 피부를 통해 극미량 흡수되는 경우에도 사망할 수 있다. 치사량은 흡입할 때에는 ㎡당  50㎎, 피부에 접촉했을 때에는 ㎡당 10㎎ 수준이다.
 
VX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막아 신체를 마비시킨다. 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이 인근 근육에 전달되면 근육이 수축한다. 전달이 끝난 후 아세틸콜린은 콜린에스테라아제에 의해 콜린과 아세트산으로 분해된다. 이때 나온 콜린이 다시 아세틸콜린이 되면서 자극 전달을 반복한다. VX에 노출되면 아세틸콜린이 분해되지 않고 쌓이며 근육을 과도하게 수축시켜 결국 근육의 마비를 일으킨다. VX는 중추신경계에서도 유사한 작용을 일으킨다.

 

유기농약제와 비슷한 원리로 작용하지만, 피부에 닿았을 때 독성은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 강하다.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VX가 아세틸콜린 분해를 방해하면 신경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신체가 마비된다”고 설명했다.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로 지목된 신경작용제 ‘VX’의 구조. 신경 전달을 막아 고통스러운 통증을 동반하며 순식간에 신체를 마비시키고 사망에 이르게 한다. - 위키미디어 제공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로 지목된 신경작용제 ‘VX’의 구조. 신경 전달을 막아 고통스러운 통증을 동반하며 순식간에 신체를 마비시키고 사망에 이르게 한다. - 위키미디어 제공

VX는 쉽게 기화하는 휘발성이 있어 가스 형태로도 살포 가능하다. 1988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반정부 세력인 쿠르드족 게릴라의 근거지인 할라브자에 VX가스를 대량 살포해 5000여 명이 사망했다.
 
이후 1991년 국제연합(UN)은 유엔안보리 결의 687호를 통해 VX를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했으며, 현재 생산과 사용이 금지돼 있다. 1993년 체결된 ‘화학무기금지조약’에 가입된 미국, 러시아, 한국 등 65개국은 연간 100g을 초과하는 VX를 보유하면 안 된다 (단 예외적으로 연구 목적으로만 연간 10㎏ 이하의 VX를 보유할 수 있다). 북한은 이 조약에 가입돼 있지 않다.
 
● 용의자는 손에 독 묻었는데도 무사…끊이지 않는 의혹
 
전문가들은 VX의 맹독성을 고려할 때, 김정남을 살해한 두 여성이 고도의 트레이닝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영상에는 두 여성이 손에 무언가를 묻혀 김정남의 얼굴에 문지르는 장면이 나온다.
 
류 연구원은 “용의자 여성들의 맨손에 VX가 묻었는데도 이들이 무사하다는 것은 해독제를 썼거나 바로 씻어내면 되는 수준으로 로션 같은 것에 VX를 섞어 정교하게 농도를 조절하는 등의 치밀한 계획 하에 움직였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여성들은 범행 직후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정황이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이 VX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보통 VX에 노출되면 수분 안에 사망에 이르기 때문이다. 당시 김정남은 피습을 당한 뒤 즉시 쓰러지거나 사망하지 않고 한동안 비틀거리며 걸어 다녔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등 말도 했다. 그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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