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꿀벌, 공굴리기 가르칠 수 있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7년 02월 27일 17:00 프린트하기

최근 꿀벌과에 속하는 뒤영벌(Bumble bee, 범블비)의 학습 능력이 확인돼 화제입니다.

백문이불여일견. 아래 영상부터 확인해 보시죠.

 

뒤영벌 한 마리가 가운데 목표를 향해 스스로 공을 굴리고 있다. 이는 학습에 의해 나타난 결과다. 이를 통해 뒤영벌은 특수 환경에서 일부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Olli Loukola/QMUL 제공
뒤영벌 한 마리가 가운데 목표를 향해 스스로 공을 굴리고 있다. 이는 학습에 의해 나타난 결과다. 이를 통해 뒤영벌은 특수 환경에서 일부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Olli Loukola/QMUL 제공

영국 라즈 칫크(Lars Chittk) 런던퀸매리대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 교수팀은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뒤영벌의 학습 능력을 확인했습니다. 뒤영벌 스스로 일정 거리 이상 공을 굴리도록 훈련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논문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2월 24일자)’ 최신 호에 공개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 벌이 최종 목표인 노란 원 안의 위치를 인지하고 거기에 공을 굴려 놓을 수 있도록 반복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먹이를 보상으로 주어 학습 동기를 부여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 벌을 세 그룹으로 나눠 뒤영벌의 학습 능력을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이미 훈련된 벌이 공을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두 번째 그룹은 움직여야 할 공에 자석을 붙여 사람이 실험대 아래에서 조종하며 공이 스스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세 번째 그룹은 공을 움직여야 할 최종 위치에 공과 먹이(보상)를 함께 올려놓은 모습만 보여줬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뒤영벌은 단순한 공굴리기 훈련 뿐 아니라 최적의 경로를 찾는 고난이도의 미션도 성공했다.  - Iida Loukola/QMUL 제공
실험에 참여한 뒤영벌은 단순한 공굴리기 훈련 뿐 아니라 최적의 경로를 찾는 고난이도의 미션도 성공했다.  - Iida Loukola/QMUL 제공

그 결과 자석으로 공만 움직이는 모습을 본 벌이나 최종 목표만 확인한 벌들과 비교해, 직접 다른 벌의 움직임으로 학습한 벌들이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뒤영벌들이 다른 개체의 행동을 보고 학습하는 능력을 가졌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더 놀라운 점은 훈련된 벌의 이동경로를 관찰한 다른 벌들이 그 경로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경로를 찾아간다는 점이었습니다.

 

논문을 함께 쓴 오위 루콜라(Owi Loukola) 박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뒤영벌의 작은 뇌도 공굴리기와 같은 복잡한 행동을 학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특히 각자의 방식대로 새 경로를 찾아가는 걸 확인한 일은 최초”라고 강조했습니다.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을 최적의 이동경로로 움직이게 하는 훈련도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의 움직임을 확인하지 못하고, 목표와 보상만 확인했던 마지막 그룹에 속한 벌들은 이동경로를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목표로 가는 최적의 경로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연구팀은 뒤영벌의 고난이도 학습 능력도 확인하기 위해, 뒤영벌이 최적의 경로를 찾아가는 모습도 관찰했습니다.

 

연구팀을 이끈 칫크 교수는 과거 자신이 진행했던 연구를 기초로 뒤영벌이 최적의 경로를 찾도록 훈련하는 과정에서 수학자들이 80여년 동안 연구해온 ‘외판원 문제’를 떠올렸습니다. 외판원 문제란 여러 도시를 방문해 물건을 파는 외판원이 시간과 비용을 최소로 하면서도 판매의 효율을 높일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음은 “여러 도시들이 있고,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거리가 모두 주어졌을 때, 모든 도시들을 단 한 번만 방문하고 원래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가장 짧은 경로는 무엇인가?”와 같습니다. 

 

수학자들은 이 문제에 1930년대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나열한 뒤 가장 짧은 경로를 선택하면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간단한 문제로 보입니다. 하지만 방문할 할 도시의 수가 많아질수록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도시 수가 24개만 돼도 가능한 경우의 수는 모두 9407경 3336조 개나 됩니다. 초당 1000억 번 계산이 가능한 컴퓨터라도 모든 경로를 찾는 데 30년이 넘게 걸립니다. 따라서 사람이 경우의 수를 나열하고 계산하는 방법으로는 최적의 경로를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수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의 정답을 찾고 있고,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근사해’를 찾는 방법으로 유의미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칫크 교수는 “뒤영벌이 직접 이동이 가능한 경로의 경우의 수를 떠올려 최적의 경로를 찾진 않겠지만, 반복 훈련을 통해 본능적으로 최단 거리를 선택하는 모습은 확인했다”며, “이는 뒤영벌이 본능적으로 이왕이면 에너지를 최소로 쓰고 빠른 시간 안에 보상을 받는 경로를 선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외판원 문제는 세계 곳곳의 공항에서 매일 출발하고 도착하는 항공기의 비행 계획이나, 정해진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전기회로를 집어 넣어야 하는 반도체 설계 등의 문제를 풀 때 활용되기도 합니다.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7년 02월 27일 17:0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5 + 2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