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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가우디 대성당과 MWC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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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가우디 대성당과 MWC의 공통점은?

2017.03.01 17:00

1987년 시작된 GSM 월드 콩그레스(World Congress)를 모태로 하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가 30주년을 맞아 올해도 어김 없이 ‘모바일의 수도’로 불리는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MWC는 여러모로 여느 해와는 다른 의미를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세계에 보급된 모바일 기기의 수가 인구수 74억 명을 추월했고, 모바일 산업의 규모가 3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전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를 초과하게 된 의미있는 시점에 열렸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행사장에서 과거와 같은 기대와 흥분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 첫 행사로도 기록될 것으로도 보인다. 지금까지 MWC를 이끌던 스마트폰이 사물인터넷(IoT)에 밀려 주인공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터리 폭발 사고의 오명을 쓴 삼성전자가 플래그쉽 스마트폰을 공개하지 않은 반면, 잊혀지고 있던 노병 노키아(Nokia)가 과거에 히트한 피쳐폰인 모델 3310을 리메이크한 것이 큰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MWC 2017의 주 행사장인 피라 그란 비아의 외부 전경 - 필자 제공
MWC 2017의 주 행사장인 피라 그란 비아의 외부 전경 - 필자 제공

●방향 잃고 뒷걸음질 친 스마트폰

  

삼성전자가 갤럭시 S8을 3월 뉴욕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번 MWC에서 가장 주목받을 것으로 보였던 스마트폰은 당연히 절치부심한 LG의 플래그쉽 모델 G6와 이번 행사의 메인 스폰서 자리를 차지한 화웨이의 P10이었다.

 

그러나 행사장에서 G6와 P10을 체험해본 관람객들이 보인 반응은, 스마트폰 산업이 맞이하고 있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누적됐던 스마트폰의 스팩 전쟁이 그 정점에 이르고 있는 모습이지만, 항상 애플에게 따라 붙었던 이른바 ‘혁신은 없었다’라는 평가를 떠올릴 만큼 관람객의 눈길을 끌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대신 그야말로 뒷방 늙은이로 취급받던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이른바 과거의 향수를 반영한 신제품들로 주목을 받은 상황은,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노키아가 17년전 동명의 히트작을 리메이크하여 만든 저가폰 3310을 공식 발표하는 자리에서 “스네이크(게임)도 들어있고 그 때 그 노키아 발신음도 들어있다”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한 장면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노키아6, 5, 3라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라인업을 선보였음에도, 미디어의 관심이 3310에만 쏠렸다는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잘 말해준다. 오죽하면, 엔가젯(Engadget)이 ‘2017년 MWC에서 노키아 3310이 삼성의 쇼를 빼앗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을 정도다.

 

왼쪽부터 노키아의 3310 리메이크 제품, LG가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G6,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블랙베리의 신작 Keyone. - 필자 제공
왼쪽부터 노키아의 3310 리메이크 제품, LG가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G6,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블랙베리의 신작 Keyone. - 필자 제공

●결정적 한 방이 없는 사물인터넷

 

IoT(사물인터넷)는 데뷔한 지 얼마안된 조연배우가 어느 사이 주인공 자리를 꿰차버린 상황을 연출했다. 벤츠ㆍ푸조 등 완성차 업체, 보쉬ㆍ하만 등 부품업체, AT&Tㆍ버라이즌ㆍ오렌지 등 통신업체, 인텔ㆍ퀄컴ㆍNXP등 반도체 업체와 같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이른바 커넥티드 카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행사가 열린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 실물로 전시된 자동차만 수십 대에 이르렀다는 것이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이른바 자율주행기능이 장착된 자동차들이 판매되고 있는 마당에, 이들 기업들이 전시장에서 홍보하려한 여러가지 네트웍 연동 서비스들은 그다지 눈길을 끌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이는 해당 산업을 선도하는 구글이나 테슬라 등이 이번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것에서 가장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더불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존 완성차 업계와 파트너쉽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에, 그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있다.

 

이런 문제점은 IoT의 다른 줄기인 스마트 홈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주로 통신사들과 가전업체들이 선보인 스마트 홈 솔루션들 또한 명확한 소구점이 없는 선언적인 데모 수준에 그치고 있고, 그 내용도 지난 몇 년간 CES 등을 통해 공개된 것들에서 크게 발전된 부분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마스터 카드가 선보인  스마트폰을 활용한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의 시현 모습. - 필자 제공
마스터 카드가 선보인  스마트폰을 활용한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의 시현 모습. - 필자 제공

●들러리로 만족하는 VRㆍAR

 

지난해 CES 때부터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 시작한 VR과 AR은 지난 1년간 거의 모든 IT관련 분야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은 이른바 ‘포토제닉상’ 감이었다. 이번 MWC도 예외는 아닌데,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과 오큘러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VR 컨텐트의 체험 공간들을 만들어 관람객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VR의 해상도와 전송속도 등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컨텐트 자체도 그간 별다른 진전이 없어서, ‘전시장을 놀이동산으로 만들었다’는 비아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인텔이 HTC와 손잡고 8K 해상도의 VR기기를 선보이는 등 수 많은 기업들이 VR을 전시장에 설치에 이목을 끌려했지만, 단순한 홍보 영상을 대체하는 용도 이상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는 AR분야도 마찬가지인데, 포켓몬고의 놀라운 성공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MWC에서는 AR이 게임 이외에의 응용분야에서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보이지 않았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홀로렌즈가 여러 기업의 전시장에서 VR을 대체하는 기기로 쓰여지긴 했지만, 그 반향이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 외에도 결제 서비스 업체인 VISA가 지역의 상권 분석 결과를 AR 기법을 이용하여 스마트패드로 보여주는 데모를 가지고 나오긴 했지만, 이 경우도 그리 설득력이 높지는 않았다. 

 

왼쪽 상단 부터 시계 방향으로  ‘삼성과 손잡은 푸조’, ‘BMW’, ‘SAP가 노키아, 허츠렌터카와 함께 선보인 커넥티드 카’, ‘SKT의 차량용 인텔리전트 어시스턴드 서비스’ - 필자 제공
왼쪽 상단 부터 시계 방향으로  ‘삼성과 손잡은 푸조’, ‘BMW’, ‘SAP가 노키아, 허츠렌터카와 함께 선보인 커넥티드 카’, ‘SKT의 차량용 인텔리전트 어시스턴드 서비스’ - 필자 제공

 

●불안과 희망이 엇갈리는 서비스 업체들

 

이번 MWC는 첨단 IT기업에 속하지 않은 서비스업체들의 참가도 많았던 것도 화제가 됐다. 회계/컨설팅 업체인 PWC, 경영컨설팅 업체인 맥킨지, 결제업체인 VISAㆍ마스터, 광고회사 WPP의 자회사 칸타(Kantar) 등이 그 대표적인 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산업의 격변기에 자칫하다가는 사업 모델 자체가 사라지거나 혹은 새로운 경쟁환경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지속적인 리서치와 투자를 진행해온 기업들이다.

 

그러나 전시된 내용만 가지고는 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시장 내 위상을 확고히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매출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환경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독립 변수가 아닌,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종속 변수의 입장에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부류하고는 할 수 없지만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전면에 내세워 B2B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IBM의 경우는 확실히 달라보였다. ‘Create with Watson’이라는 모토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동안 쌓아놓은 자신감을 그대로 드러낸 IBM는, 착용한 사람의 감정 상태를 파악해 색깔을 변하게 만든 ‘인지 드레스’(Cognitive Dress)와 가우디의 건축 감각을 학습하여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생각하는 조각’(Thinking Sculpture)을 선보여 큰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것들 안에 어떤 인공지능 기능이 들어 있는지를 세부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IBM이 구축한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명성만으로도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하기에는 충분한 것들이었다.

    

IBM이 행사장에 설치한 왓슨 기반의 생각하는 조각. - 이철민 제공
IBM이 행사장에 설치한 왓슨 기반의 생각하는 조각. - 필자 제공

●가우디가 설계한 대성당의 길을 따라가는 MWC

 

이처럼 전체적인 올해 MWC가 변곡점을 맞이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해가 가면 갈수록 점점 더 큰 변화를 이루어내기에는 힘들어지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워낙 압도적이어서 계속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측면에서는, 1882년 건설을 시작하여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 때문에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가 된 가우디의 대성당(성가족 성당)과도 꼭 빼 닮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주인공인 IoT와 이를 가능케 해주는 5G라는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도입이 되는 2020년 이후에는 지금과는 또 다른 평가가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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