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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칼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는 어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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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 13일 17:00 프린트하기

폭풍같은 하루 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선고 시작 20여 분 만에 판결이 나는가 하면, 과격한 시위로 숨지는 사람도 생기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휴일 저녁인 지난 밤 전직 대통령이 순식간에 사저로 돌아갔습니다. 그야말로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네요.

 

● 개를 사랑해 온 역대 대통령들

 

4년 전 대선 시즌이 문득 떠오릅니다. 여러 후보들의 선거 운동이 뜨거운 가운데 후보들의 반려동물도 눈길을 끌었었지요. 당시 박근혜 후보는 개 파, 문재인 후보는 고양이 파였던 가운데 안철수 후보는 이공계 후보이니 로봇 강아지가 반려동물일 거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왔습니다.

셋 중 청와대에 들어간 것은 이제는 전 대통령이 된 박근혜 후보였습니다. 평소 개를 좋아했다는 박 전 대통령에게 동네 주민들은 진돗개 한 쌍을 선물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의 근황을 공식 채널을 통해 알릴 정도로 애정을 과시했었지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반려견, 새롬이와 희망이가 처음 낳았던 새끼들. 이 때 낳은 5마리는 공고를 통해 분양을 갔으며, 현재 새로 태어난 7마리가 청와대에 남겨졌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반려견, 새롬이와 희망이가 처음 낳았던 새끼들. 이 때 낳은 5마리는 공고를 통해 분양을 갔으며, 현재 새로 태어난 7마리가 청와대에 남겨졌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제공

 

 

박 전 대통령 뿐만이 아닙니다. 역대 대통령들 역시 반려동물과 함께 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 개를 키우다가 재산 몰수 당시 개도 재산으로 취급당해 압수당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개를 낙찰받았던 사람이 전 전 대통령에게 되돌려 줌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끝났지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함께 하던 반려견 ‘청돌이’를 사저로 데려갔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청돌이가 새 집에 적응 잘 한 것 같다는 근황을 올려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반려견 ‘청돌이’가 사저에 무사히 적응했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반려견 ‘청돌이’가 사저에 무사히 적응했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제공

 

 

사례는 좀 다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도 청와대에 개를 들인 적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선물받은 풍산개 한 쌍이었습니다. 5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지내게 하다가 서울대공원으로 보내 일반 대중에게 공개했습니다. 당시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상징인만큼 일반 국민에게 보여준 것이지요. 개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청와대 안에 있든, 청와대를 나가든 일단 한 번 맡은 생명은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 대기업 회장을 움직이며 올림픽 마스코트로 삼으려 했던 ‘진돗개’

 

박 전 대통령의 개 사랑은 예전부터 유명했습니다. 영애 시절에도 개를 키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에 들어갈 당시에도 동네 주민에게 ‘새롬이’와 ‘희망이’를 선물 받아 함께 지냈습니다. 새롬이와 희망이를 동물등록제에 맞춰 자신의 소유로 등록하는 등, 생활 속에서 꾸준히 동물보호를 위한 모습도 보여왔고요. 그래서 새롬이와 희망이는 소유자 ‘박근혜’,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로 등록됐습니다. 그 뒤 2015년 새끼 5마리를 낳아 공모를 통해 이름을 짓고 일반인에게 분양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일반인에게 분양된 새롬이, 희망이의 첫 새끼들. 당시 크리스마스를 맞아 기념 촬영을 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제공
이제는 일반인에게 분양된 새롬이, 희망이의 첫 새끼들. 당시 크리스마스를 맞아 기념 촬영을 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제공

 

 

박근혜 정부가 있었던 4년 동안 예상치 못한 여러 곳에서 진돗개가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마스코트로 진돗개를 내세우려고 했던 일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이 자가용 비행기까지 동원해 스위스에 갔다가 문전박대 당했다고 여러 매체에서 보도가 됐었지요. 최순실 국정농단의 중요한 증거를 남긴 박근혜 정부의 ‘사관’ 정호성 전 비서관 메모에도 진돗개가 등장합니다.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보낸 문서 중에 누리-보듬, 행복-희망, 새롬-이룸, 해치-현무라는 진돗개 이름 후보 4쌍이 있었습니다. 이 제안을 진짜로 받아들여졌는지 박 전 대통령은 진돗개 이름을 새롬, 희망이라고 지었습니다.

 

지난 해 4월에는 정유라 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자기 개 관리도 못한다’는 내용의 글이 남겨지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퍼스트독(First dog, 퍼스트 레이디에 빗댄 말)’이라거나 ‘청와대의 실세’라거나 하는 식으로 박 전 대통령이 개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는 정황상 증거가 곳곳에서 보입니다. 그래서 일부 동물애호가들은 박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동물들의 권리가 조금이라도 신장되지 않을까 기대도 많이 했었습니다. 이제는 과거형이 됐지만요.  

 

● 동물의 권리가 신장되는 사회로 가는 길

 

청와대의 퍼스트독, 새롬이와 희망이는 1월 하순 새끼 7마리를 출산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후 청와대에는 무려 9마리나 되는 진돗개가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사저로 돌아갔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데리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일단 분양을 시도한 뒤 분양이 되지 않으면 보호소로 보냈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전합니다. 이에 반발한 한 동물보호단체는 스스로가 나서서 책임지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겠다고 나섰고요.

 

사실 정치가 움직이는 것과 별개로 우리 사회에서는 인간과 함께 하는 반려동물의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입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는 지난해부터 제기됐던 동물보호법 개정안 중 일부가 통과해 관련 행정부서에서 공포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물 생산업이 허가제로 전환이 되고,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습니다. 동물을 유기할 경우 과태료도 현행 최대 10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번 개정안에서 모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꾸준히 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법안과 시행령이 개정되고 준비가 될 겁니다. 사람들 역시 점점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공감할 거고요. 그래서일까요?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반려견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빠르게 진행되는 탄핵 후 판결 일정과 주변의 눈초리 속에 개까지 챙길 여력은 없었을 겁니다. 경호원이 머물 공간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니까요. 아마 주변 일정이 어느 정도 수습이 되고 정리가 되면 청와대에서 좋은 시간, 힘든 시간을 함께했던 반려견을 챙기겠지요.

 

청와대 관계자의 ‘분양을 해보고 안되면 보호소에 보낸다’는 발언을 듣고 눈쌀이 찌푸려지는 것은 그 때문일겁니다. 동물에 대한 권리가 나날이 신장되는 사회에서 청와대에서 ‘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뜸 ‘보호소’라는 단어가 나왔거든요. 익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다시피 보호소는 유기된 동물이 임시로 머무는 장소로, 새로운 주인을 찾는 임시 거처입니다. 그리고 주인을 못 찾으면 안락사로 이어지게 되는 슬픈 장소지요. 

 

최소한 ‘박 전 대통령께서 급히 이사 준비를 하느라 개를 미쳐 챙기지 못했다, 청와대에서 돌보다가 신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을 때 개를 사저로 데려갈지, 새 주인을 찾을지 의향을 물을 예정이다’ 정도로 답변을 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 출신 개들이 새 주인을 찾은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청와대에서 직접 나선다면 개들의 주인은 금새 주인을 찾을 겁니다. 1월 하순에 태어난 새끼들은 이제 막 두 달쯤 된 강아지고, 새로운 주인을 찾기에 딱 좋은 시기입니다. 청와대가 책임지고 나서서 강아지들의 주인과 함께 동물등록까지 마친 뒤 보낸다면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겁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과 함께했던 새롬이와 희망이는 사저, 그러니까 박 전 대통령 곁으로 돌아가는 거지요.

 

익히 알려지다시피 진돗개는 첫 주인을 잘 잊지 못하는 개로 유명합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주인이 아무리 잘해줘도 첫 주인을 보면 바로 따라나선다는 말이 있을 정도지요. 희망이, 새롬이는 벌써 4살이나 된, 첫 주인을 정한 개입니다. 그리고 그 주인은 분명 박 전 대통령일겁니다(설마 박 전 대통령의 개인데 정작 개들은 엉뚱한 사람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겠지요). 그들이 새 주인을 찾는다고 해도 과연 첫 주인과 함께 하는 것보다 행복할까요?

 

유기 동물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유기동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 일부가 통과돼 공포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관련 법규가 부족한 것도 현실입니다. 다이나믹 코리아에서 누군가는 ‘그깟 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반려동물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새롬이와 희망이에게 가장 행복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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