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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양자암호에 주목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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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 17일 07:51 프린트하기

※기자 주 
본 기사에서 사용하는 암호라는 단어는 ‘donga1234’와 같이 웹사이트에 사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비밀번호(password)가 아니라, 이 비밀번호를 통신망으로 전송하거나 기억 장치에 저장할 때 특정 알고리즘에 따라 디지털화된 0과 1로 이루어진 암호(cipher), 보안 문자를 말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통신망 속에서 각 개인의 정보를 노출하며 살고 있다.  - GIB 제공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통신망 속에서 각 개인의 정보를 노출하며 살고 있다.  - GIB 제공

우리는 컴퓨터 통신망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사회에 살고 있다. 인류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준 것이 사실이지만, 개인의 정보가 항상 노출될 위험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암호’를 통해서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그 암호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다. 영화처럼 천재 해커가 나타나 손쉽게 풀어내거나, 성능 좋은 컴퓨터가 나타나면 뚫릴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양자역학을 활용해 해킹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소문난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 기술’ 얘기가 여기저기서 솔솔 나온다. 정말 안전한 것일까.

 

현재 우리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RSA 암호방식은 이제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게 보안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GIB 제공
현재 우리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RSA 암호방식은 이제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게 보안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GIB 제공

● RSA 방식 뚫을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나온다면?
 

현재 많이 쓰이는 암호화 방식은 소인수분해를 이용한 ‘RSA 공개키 암호 방식’이다. 공개키 암호 방식이란 쉽게 말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공개된 문제를 나만의 풀이법으로 문제를 풀어 답을 제출하고, 출제자는 채점 기준에 맞춰 정답을 확인해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원리다. 이때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그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중간 계산 과정이 복잡해 정해진 시간 내에 정확한 답을 구할 수 없다면 암호를 알아낼 수 없으므로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특히 소인수분해를 활용하는 RSA 암호는 마치 정문 앞에 커다란 수를 걸어 놓고, 이를 소인수분해 해야 문을 열어주는 것과 같다. 정문에 걸린 큰 수가 암호 해독을 위한 공개키가 된다. 수학을 좀 공부했다면 소인수분해 기본 원리와 개념은 알고 있을 것이다. 간단한 수야 바로 계산하면 되지만, 자릿수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지면 소인수 분해에 10년, 아니 몇백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서 암호 해독이 어렵게 만든 방식이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RSA 암호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응용수학자 피터 쇼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수학과 교수가 1993년 (당시 벨연구소 근무)에 아무리 큰 수라도 쉽게 소인수분해를 할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 (쇼어 알고리즘)을 만들면서 RSA 암호의 위기설이 본격화됐다.


실제로 양자 알고리즘을 수행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만들어진다면, 소인수분해 원리를 따르는 공개키 암호문은 모두 뚫리게 된다. 큰 수로 무장한 암호가 ‘방패’라면, 소인수분해 기술을 탑재한 양자컴퓨터는 이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거대한 창’이 되는 셈이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은 198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들어 일부 단계의 실물이 구현되기도 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진 못했다.

 

● 양자컴퓨터는 배낭 암호로 막는다?

 

암호계의 새 창과 방패로는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가 주목받고 있다. - GIB 제공
암호계의 새 창과 방패로는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가 주목받고 있다. - GIB 제공


과학자들은 기존 암호를 무너뜨릴 창과,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방패에 대한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최근 네이선 햄린 미국 워싱턴주립대 수리통계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자신의 논문에서 양자컴퓨터의 공격으로부터 공개키 암호를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햄린은 또 다른 공개키 암호방식 중 하나이지만 보안에 약한 부분이 있어 주목받지 못했던 기존 ‘배낭 암호’를 보완할 새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무게만 담을 수 있는 배낭엔, 어떤 물건을 골라 담아야 전체 이득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을까?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무게만 담을 수 있는 배낭엔, 어떤 물건을 골라 담아야 전체 이득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을까?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배낭 문제란 담을 수 있는 무게의 최댓값이 정해져 있는 배낭과 같이 한정된 공간에, 무게를 초과하지 않으면서도 실리를 최대한 챙길 수 있도록 담을 물건을 고르는 방식을 말한다. 정답은 없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 답이 여러 개인 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알고리즘 중 일부를 이용해 만든 암호를 ‘배낭 암호’라 부른다.

 

배낭 암호는 암호를 만드는 코드가 0과 1로만 이뤄져 있어, 그동안 RSA 암호보다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함린 연구원은 0과 1보다 복잡한 문자를 사용해 암호를 만드는 새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학계에서는 양자컴퓨터의 공격에 맞설 공개키 암호 방식으로 다시 배낭 암호를 주목하고 있다. 이 논문은 이산수학 저널 최신호(1월 23일자)에 공개됐다.

 

● 난공불락 양자암호, 이론상 100% 안전

 

그나마 암호계의 새 창인 양자컴퓨터보다 새 방패인 양자암호가 먼저 상용화 될 전망이어서 다행이다. - GIB 제공
그나마 암호계의 새 창인 양자컴퓨터보다 새 방패인 양자암호가 먼저 상용화 될 전망이어서 다행이다. - GIB 제공

양자컴퓨터와 같은 원리로 만든 양자암호는 대표적 새로운 방패로 주목받는다. 찰스 베넷 IBM 박사와 질 브라사드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가 1984년에 발명한 이 암호는, 양자역학 원리를 응용해 통신당사자들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자연발생 일회용 난수표로 암호화, 복호화를 할 수 있다. 난수표란 통신당사자만 알고 있으면서 암호해석을 돕는 일종의 보안코드다. 매번 그 코드가 불규칙하게 달라져 암호의 보안력이 매우 높다.

 

전통적 컴퓨터에서 정보의 양은 비트(bit) 단위로 측정하지만, 양자는 정보의 양을 큐비트(qubit) 또는 양자비트라는 단위로 측정한다. 0과 1만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는 00, 01, 10, 11의 4가지 상태로 정보를 인식한다.

 

양자암호로 만든 메시지는 누군가 도청하면, 그 순간 양자암호가 반응해 메시지를 이루는 양자 상태가 0 또는 1 어느 한 쪽으로 결정돼 버린다. 아예 처음 메시지가 변질돼 버리기 때문에 통신 당사자는 도청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 염지현(이미지 소스:Pixabay) 제공
양자암호로 만든 메시지는 누군가 도청하면, 그 순간 양자암호가 반응해 메시지를 이루는 양자 상태가 0 또는 1 어느 한 쪽으로 결정돼 버린다. 아예 처음 메시지가 변질돼 버리기 때문에 통신 당사자는 도청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 염지현(이미지 소스:Pixabay) 제공

양자암호는 00, 01, 10, 11 상태의 양자가 0 또는 1의 상태를 동시에 취하고 있다가 외부 자극을 한 번이라도 받으면 0이나 1 어느 한 쪽으로 상태가 결정돼 버리는 성질을 이용한다. 이 성질 덕분에 양자암호로 만든 메시지는 누군가 도청하면 그 순간 양자암호가 반응해 메시지를 이루는 양자 상태가 0 또는 1 어느 한 쪽으로 결정된다. 아예 처음 메시지가 변질돼 버리기 때문에 통신 당사자는 도청 사실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면 이미 도청당한 메시지는 괜찮은 걸까. 다행히 양자암호로 변환돼 전달되는 메시지는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다. 통신당사자만 가지고 있는 난수표를 활용해야만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자암호는 메시지를 숨기는 보안력이 뛰어나고, 심지어 도청 사실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어 즉각 대응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자암호 전문가인 김재완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양자암호는 이론적으로는 어떤 외부의 공격에도 100% 안전한 암호”라고 설명했다.

 

현대인은 점점 다양한 컴퓨터 통신망으로 연결된 세상에 살게 되며, 그중에는 보안이 완벽하지 않으면 종종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에 놓이는 기술도 있다.   - GIB 제공
현대인은 점점 다양한 컴퓨터 통신망으로 연결된 세상에 살게 되며, 그중에는 보안이 완벽하지 않으면 종종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에 놓이는 기술도 있다.   - GIB 제공

최근 양자암호는 무인자동차나 사물인터넷의 확산과 맞물려 더욱 관심이 크다. 무인자동차 주행 중 누군가가 통신망을 해킹한다면, 탑승자의 목숨은 위험해진다. 통신망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는 난공불락의 성벽으로 과학계가 양자암호를 주목하는 이유다.   


※도움말 김재완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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