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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fake) 저널’ 기승...있지도 않은 사람을 편집자로 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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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fake) 저널’ 기승...있지도 않은 사람을 편집자로 앉혀

2017.03.23 03:00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가짜(fake) 과학 저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저널의 가치를 평가하는 저널 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저널들이 버젓이 과학자들에게 고액의 논문 투고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저널을 만드는 편집자 역시 검증된 사람일 리 만무하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가짜 저널들의 상당수가 실존하지도 않는 ‘가짜 지원자’에게 편집자 자리를 내 주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카타르자이나 피산스키 영국 서섹스대 교수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조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22일자에 공개했다. 피산스키 교수는 “자격이 없는 사람을 편집자로 앉혀 ‘동료 평가(peer-review)’를 하도록 하고, 이를 명목 삼아 과학자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논문 투고료를 받는 가짜 저널들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저널은 수천 개에 이르지만 그 중 질적 수준이 보장된 저널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 가짜 저널 3분의 1은 ‘Dr. 사기꾼’을 편집자로 앉혀

 

피산스키 교수는 가상의 인물인 ‘안나 슈스트’ 박사를 설정해 저널의 편집자로 일하고 싶다는 가짜 지원서를 세계 360개 저널에 제출했다. ‘슈스트’는 폴란드어로 ‘사기꾼’이라는 뜻이다. 360개 저널은 ‘저널인용보고서(JCR)’에 등재된 저널 120개, 무료로 공유되는 ‘오픈액세스저널목록(DOAJ)’에 올라간 OA 저널 120개, JCR 등 저널 목록에 단 한 번도 등재되지 않은 가짜 저널 120개로 구성했다.
 

지원 결과, 가짜 저널의 3분의 1이 넘는 50개가량의 저널들이 슈스트 박사를 편집자로 선임했다. 몇몇 저널들은 노골적으로 “우리 저널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돈을 버는 데 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 저널은 편집자들이 논문을 질적으로 평가하는 것보다 무조건 더 많은 논문을 끌어 오는 데 집중하도록 압박했다.
 

한 가짜 저널은 “당신이 맡아야 할 일은 없지만 당신의 이름을 우리 편집진에 추가하게 돼 기쁘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어떤 저널은 슈스트 박사가 새로운 편집자로 선임됐다는 문구를 저널의 표지에 싣기도 했다. 향후 피산스키 교수팀이 이번 지원이 가상 인물을 통한 실험 조사였음을 밝힌 뒤에도 여전히 웹사이트에 슈스트 박사 이름을 걸어 두는 저널도 있었다. 심지어는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저널에서도 슈스트 박사 이름이 편집진 명단에 등장하는 일도 벌어졌다.
 

조건을 달아 편집자 선임을 흥정하는 가짜 저널도 10여 곳이 됐다. 가령 50달러를 기부하면 편집자로 뽑아주겠다는 식이었다. 한 가짜 저널은 750달러 상당의 정기 구독권을 구매하면 뽑아 주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이를 650달러까지 깎아서 제안하기도 했다. 책임 편집자로 들어와 새로운 저널을 출판하면 이윤의 30%를 나눠 줄 수 있지만, 기존의 저널에 참여하면 20%만 나눠 줄 수 있다는 가짜 저널도 있었다.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 가짜 저널, 지원자 학력·경력도 검증 안 해

 

피산스키 교수는 “모든 과정은 이상할 정도로 쉽고 간단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가짜 저널은 며칠 내로 긍정적인 취지의 답변을 보내 줬고, 그 어떤 저널도 슈스트 박사에게 편집자로서의 경험을 묻지 않았다. 그의 가짜 이력서 경력사항에 기재된 대학이나 연구소에 직접 연락한 저널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DOAJ 저널 중에도 8개는 그를 편집자로 받았다. 피산스키 교수는 “무료로 논문을 공유하자는 취지의 OA 운동을 악용해 검증되지 않은 편집진이 과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논문을 제멋대로 실어 주는 일도 간혹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JCR 저널의 경우에는 48개 저널에서 답변을 하긴 했지만 슈스트 박사를 편집자로 받아들인 저널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런 가짜 저널에 속지 않으려면 논문을 투고하기 전에 저널의 등재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JCR과 ‘과학인용색인(SCI)’, ‘과학저널랭킹(SJR)’ 등이다. 국내에서도 한국연구재단이 저널(학술지)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등재 기준은 피인용지수(IF) 같은 해당 저널의 영향력이다.

 

피산스키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가 학술 저널계에 경종을 울릴 순 있겠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저널들 스스로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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