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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27·끝)] 살랑살랑 봄과 어울리는 맥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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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맥주생활 (27·끝)] 살랑살랑 봄과 어울리는 맥주들

2017.03.24 17:00

H가 맥주를 마시는 이유는 백만 스물세 가지쯤 된다. 기뻐서 속상해서 축하하려고 울적해서 피곤해서 심심해서… 그 중에서도 가장 써먹기 좋은 것은 계절과 날씨.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오고 맑든 흐리든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매일의 날씨가 있다.


때마침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왔다. 봄에는 역시 맥주다. 겨우내 종종 사케, 소주, 와인이 땡겼지만 이제 맥주에 집중할 수 있다. 집에서 마셔도 되고 펍에서 마셔도 되고 (미세먼지 공격만 없다면) 소풍을 가서, 야구장에서 어디서나 맥주와 함께 한다. 봄을 즐기며 지인들과 맥주를 마실 때 필요한 것은 안주와 사소한 지식. 이런 봄에는 어떤 썰을 풀면서 맥주를 마시면 좋을까.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겨울에 만든 맥주


동서를 막론하고 옛 조상들은 지혜로웠다. 농한기인 겨울 동안 마냥 놀지 않고 다가올 봄에 마실 맥주를 빚어뒀던 것.


대표적인 맥주로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역에서 봄에 마셨던 마이복(Maibock)이 있다. 마이(Mai)는 독일어로 5월이라는 뜻으로 5월에 마시는 복(bock) 맥주를 일컫는다. 복 맥주는 라거 효모로 양조하되 도수를 7~8%, 높게는 10% 언저리까지 높인 맥주다.


복 맥주의 종류는 도펠복(Doppelbock), 아이스복(Eisbock) 등으로 다양한데 그 중 마이복은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는 봄에 마시기 좋게 6.5~7.5% 도수로 만든다. 다른 복 맥주에 비해 색깔이 밝아 밝다는 의미의 헬(hell)을 붙여 헬레스복(Helles Bock), 헬러복(Heller Bock)이라고도 불린다. 구릿빛에 구수하고 단맛이 느껴지면서 꽃향기가 묻어나는 홉을 사용해 봄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마이복 맥주는 국내에 수입된 것이 거의 없어 안타깝다. 한때 독일 호프브로이의 마이복이나 미국 로그 에일즈 양조장에서 만든 로그 데드 가이 에일 등이 들어오기도 했는데 수입이 중단됐다. 봄의 낭만을 맥주로 즐기는 사람이 그다지도 없었던 것인가.

 


세종(Saison)은 벨기에 남부 왈롱 지역에서 농부들이 겨울철에 빚어 늦은 봄에서 여름철까지 농사일을 하면서 마시는 맥주였다. 세종은 프랑스어로 계절(season)이라는 뜻. 우리의 막걸리처럼 노동하면서 갈증을 해소하고 원기를 북돋는 역할을 하는 알코올 도수 3% 정도의 농주다. 이 지역에서는 집집마다 다른 맛의 세종 맥주를 양조했다고 한다. 농가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팜하우스에일(Farmhouse Ale)로도 불린다.


황금처럼 밝은 색이 대부분이고 과일과 허브 향이 다채롭다. 단맛이 거의 없는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고 세종 맥주를 만들 때 쓰는 효모에서 나오는 후추와 같은 특별한 향을 경험할 수 있다.


세종 맥주는 펍이나 바틀샵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대표적인 맥주로는 벨기에 세종 가운데 가장 유명한 세종 뒤퐁(Saison Dupont)이 있다. 또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굿맨브루어리, 플레이그라운드 등 국내 양조장에서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세종 뒤퐁 - 뒤퐁브루어리 제공
세종 뒤퐁 - 뒤퐁브루어리 제공

봄에 만드는 맥주도 있다. 3월에 양조해 9월말부터 10월초에 걸쳐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에서 마시는 메르첸(Märzen)이 그것이다. 메르첸의 어원은 독일어로 3월이라는 뜻의 메르츠(März)다.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 본격적으로 기온이 올라가기 전인 3월에 맥주를 양조해 서늘한 알프스 동굴에 보관했다고 한다.

 


봄 한정 맥주


이런 전통과 관계 없이 맥주 양조장에서 봄 느낌을 담아 계절 한정 맥주를 내놓기도 한다. 특정 스타일이 아니라 양조자의 느낌대로 봄을 담은 맥주들이다.


올 봄에는 미국 시카고의 구스 아일랜드 양조장에서 내놓는 봄 계절맥주 ‘구스 프리시즌 라거(Goose Preseason Lager)’가 수입됐다. 본격적인 맥주 시즌이 시작되기 전 몸을 푸는 맥주라고나 할까. 상큼한 감귤류의 향과 허브향이 느껴지는 상큼한 맥주다.


또 몇 년 전에 수입됐던 봄 맥주 중에는 미국 보스턴비어컴퍼니의 봄 계절 맥주 중 하나인 콜드 스냅(Cold Snap)이 있다. 겨울과 봄 사이 일시적 한파라는 이름은 봄 계절 맥주에 딱 어울린다.

  

왼쪽부터 구스 프리시즌 라거, 사무엘아담스 콜드스냅 - 구스아일랜드, 보스턴비어컴퍼니 제공
왼쪽부터 구스 프리시즌 라거, 사무엘아담스 콜드스냅 - 구스아일랜드, 보스턴비어컴퍼니 제공

봄기운이 돌면 마트에 깔리는 일본 맥주회사들의 봄 한정 제품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아사히, 기린 등에서 벚꽃을 넣은 패키지로 나오는 사쿠라 시리즈들이다. 이들 맥주는 패키지만 새로 한 것도 있고 단맛을 추가해 발랄한 봄기운을 불어넣은 것도 있는데… 봄맞이 인스타그램용으로는 적당하지만 맛으로는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알림


‘H의 맥주생활’에서는 지난 6개월 간 맥주 스타일, 맥주 재료, 안주와의 조화 등을 두루 다뤘다.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얕은 지식을 풀어봤다. 관심 가져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맥주생활이 조금이나마 풍성해졌길 바란다.


이제 H의 맥주생활 시즌1을 마무리하고 시즌2를 준비해 보려 한다. H의 맥주생활 시즌2에서는 맥주와 문화를 함께 즐기기 위한 펍 탐방을 시작한다. 맥주 구색이 좋은 펍, 안주가 좋은 펍, 갤러리처럼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펍, 다정한 펍 주인이 기다리는 펍...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언제든 가서 맥주 한잔을 하며 쉴 수 있는 나만의 펍을 찾아보자. 평생의 안식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본격 맥주 시즌에 시작되는 시즌2도 기대해주시라.

 

황지혜 제공
황지혜 제공
황지혜 제공
황지혜 제공

※ 필자소개
황지혜. 비어포스트 에디터,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폭탄주와 함께 청춘을 보내다 이제는 돌아와 수제 맥주 앞에 선 한량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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