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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온어클라우드가 뭔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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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온어클라우드가 뭔지 아십니까?

2013.07.30 17:59

※편집자주

격주로 연재될 '김민수기자의 발칙한 사이언스 톡(발사톡)'은 과학계와 연구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철히 지적하고 대안을 찾아 보려는 시도입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면서도 바뀌지 않는 구조나 시스템에 대한 ‘속시원한’ 지적은 물론, 해결방안까지 함께 고민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더사이언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젊음의 거리 '대학로'에는 서울대 의대가 있다. 대한민국 0.01%만 들어갈 수 있다는 바늘구멍 중에서도 가장 작은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온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에서 성승용 기획부학장을 만났다.

 

  10여년간 우리나라 최고 인재를 가르치는 동시에 연구자의 길을 걸어온 성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연구하는 게 답이 안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이 가장 편한 것만 추구한다"며 도전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성 교수의 쓴소리 근거가 있는 것일까, 과연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일까.

 

●바이오 연구? 총체적 부실입니다


  “솔직히 터놓고 얘기해 볼까요. 다 아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왜 우수한 인력이 기초연구를 하지 않을까요. 톡 까놓고 얘기하면 돈을 못 벌어서 그렇죠. 성형외과 의사만큼 돈을 벌 수 있다면 우수한 연구자들이 나올 걸요.”

 

  서울대 의대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처지에서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다. 성 교수의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학입시는 어떻습니까. 우리가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국의 의과대학 41개 다 채운 다음 성적 순으로 서울대 공대 채운다고 합니다. 이게 뭐냐 하면 하고 싶은 연구나 비전보다는 가장 안정적이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쪽을 선택한다는 말이죠.”

  성 교수는 2008년 보건산업진흥원 질병연구단장으로 1년 가량 근무하면서 30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한 경험이 있다. 그가 1년 동안 느낀 것은 똑똑한 연구자들조차 R&D를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

 

  “R&D로 신약 하나 개발하겠다고 하면 인력을 비롯해 재정, 정책, 국민 정서가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게 없습니다.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인 셈이죠. 성격 더러운 괴팍한 사람들이 실험실에서 박혀서 하는 것이 연구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게다가 돈도 많이 벌지도 못하면서 말이죠.”
 

  정책 입안자들은 연구비를 더 받기 위한 ‘밥그릇 싸움’에만 매달린다. 그러는 동안 국민들의 관심은 멀어진다. 이러니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합리적인 연구개발비 집행은 그저 책 속 이야기일 뿐이다. 재정과 정책, 국민 정서를 연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성 교수의 분석이다.

 

●적어도 10%는 ‘또라이’어야 한다


  “서울대 의대 대학원생들 대부분은 교수가 되겠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뒤집어 보면 교수 시장 말고 다른 시장은 없다는 뜻이지요. 새 정부가 창조경제 기치를 내세우지만 창업이나 산업 R&D는 연구자들의 관심사항이 아닙니다.”
 

  이렇게 교수가 되면, 환자를 만나고 학생을 가르치는 것 외에 새로운 연구나 신약 개발 같은 것은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메이저 제약 회사라고 해봤자 5개 정도에 불과하다. 다 합해도 미국 암젠 규모에도 못미친다. 이런 취약한 바이오 시장에서 R&D에 몸바치겠다고 할 ‘똘똘한’ 학생들은 없다.

  “응급환자 없고 의료 소송에 휘말릴 일이 많지 않은 진단방사선과, 마취과, 성형외과 등이 서울대 의대생들의 선호대상입니다. 이 친구들, 어릴 때부터 공부만 해왔습니다. 안정지향적이죠. 리스크가 싫은 겁니다. 이런 친구들은 선순환 구조만 잘 만들어줘도 엄청난 연구 생산성이 나올 수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죠.”

  전후세대들이 산업화 시대와 IMF 금융위기, 무한 경쟁 과정을 거치면서 자녀들에게 심어준 가치관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라는 것이다.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직업군 근처에도 절대 가지 말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이유다. 이 때문에 의대에 가서 의사나 교수가 되지 않고 연구자가 되는 것을 '부모님'들은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적어도 10%는 또라이가 되도록 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SK나 LG 등 대기업들의 전향적인 자세도 필요합니다. 투자해서 시장에서 자리잡기까지 10여년이 걸리는 위험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또라이’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하는 사회적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 법이지요.”

 

●랩온어클라우드를 아십니까


  “조만간 새로운 시도를 해 볼 계획입니다. 올해 가을에 강원도 홍천에서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 문을 엽니다. 문을 열기까지 약 10년 정도 걸렸습니다. 칩 하나에 각종 바이오 실험을 구현하는 새로운 연구 트렌드인 랩온어칩이라는 말과 클라우드컴퓨팅의 클라우드라는 말을 붙여 '랩온어클라우드'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니다. 의학 R&D에 필요한 요소기술을 구현해 놓고 임상의사들이 아이디어와 비용만 대면 대신 연구를 해주는 개념입니다. 임상의사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제대로 실험에서 구현되는지 확인하고 연구진에게 피드백을 주게 됩니다.”

  임상의들이나 연구자들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무에 쫓겨서, 연구비가 없어서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구와 실험을 대신 실행하고 그 중에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보여지는 연구 성과는 산업화까지 함께 이뤄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성 교수는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에 ‘연구 좀 한다는 친구들’을 적극 추천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몇 개의 아이템이 산업화에 성공해 연구만 해도 ‘남부럽지 않게 대한민국에서 먹고 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서울대 의대는 위기의식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연구비도 잘 따고 어디 내놔도 존경받고 직업 안정성도 끝내 주니까요. 하지만 결국 이러한 매너리즘은 영재들을 모아놓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서서히 매너리즘을 깨부수고 안정지향적이기보단 크리에이티브하고 리더십, 비전을 갖춘 연구 꿈나무를 키우고 연구자들이 대우받는 구조를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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