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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왜 IDF를 내려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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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왜 IDF를 내려놓나

2017.04.22 12:00

인텔이 갑자기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올해부터 IDF, 그러니까 ‘인텔 개발자 포럼(Intel Developer Forum)’을 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텔은 ‘PC가 더 이상 인텔 비즈니스의 중심이 아니고, 데이터가 중심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설명했다. 이 짧은 설명은 많은 부분을 품고 있다.

 

☞ IDF (Intel Developer Forum)이란? 인텔이 1997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개발자 행사. 인텔의 신제품과 신기술을 소개하며 PC 시장의 흐름을 제시하고, 반도체 및 컴퓨팅 업계 종사자들이 교류하는 IT 업계 주요 이벤트 중 하나였다.


PC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예측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PC 시장이 최근 10분기 연속 하락했다는 가트너의 보고서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당장 새로운 PC가 뜨거운 관심을 받지 못한 지도 꽤 됐다. 인텔 역시 새 PC용 프로세서 발표에 대한 집중도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여전히 PC는 많이 팔린다. 하락세라고 하지만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시장 규모는 한계치에 올랐지만 그 시장의 대부분을 인텔이 집어 삼킨 지도 꽤 오래된 이야기다. 인텔은 여전히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지만 더 이상 뭔가 PC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기술은 인텔의 자존심과 같다.
반도체 기술은 인텔의 자존심과 같다.

여기에 기술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동안 인텔의 상징과도 같았던 ‘무어의 법칙’은 여전히 진행중이긴 하지만 숨이 가쁘다. 과거에는 미세공정 기술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았고, 그 효과도 좋았다. 돌아보면 어쩌면 인텔은 18개월마다 트랜지스터를 ‘2배밖에 안 올렸’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45㎚ 공정부터 전력 누설을 비롯한 미세 공정의 물리적 한계가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인텔은 소재를 바꾸고,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는 기술 등을 도입해 공정 개선을 꾸준히 이어 왔고 14㎚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인텔의 판단은 ‘중요한 것은 미세공정이나 트랜지스터 수가 아니’라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그 증거는 최근 인텔의 행보다. 인텔은 최근 쇼핑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인텔이 주워담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알테라, 너바나시스템즈, 모빌아이 등 이전에 관심 갖던 기업들과는 성격이 다른 곳들이다. FPGA, 머신러닝, 자동차 관련 기술이다. 인텔이 바라보는 컴퓨팅 환경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실제 최근 인텔의 제품들은 작동속도나 몇 개 단위의 코어 개수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연산하는 다양한 방식이 고민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제온 파이’ 프로세서다. 이 프로세서는 아톰 수준의 아주 자그마한 프로세서를 72개씩 묶어서 병렬 처리를 한다. 이를 통해 단순 반복 연산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머신러닝을 잘 할 수 있고, 인텔은 여기에 너바나의 기술을 얹어 고도화한다. 여기에 알테라의 FPGA 칩을 더해 인공지능 컴퓨팅 분야를 집어 삼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 처리 기술을 갖겠다는 것이다.

 

제온 파이는 인텔이 컴퓨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세서다.
제온 파이는 인텔이 컴퓨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세서다.

모바일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인텔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반면 제온 프로세서를 앞세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재미를 보고 있다. 그 제온 프로세서 역시 네트워크 가상화를 통해 통신망 데이터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술들을 올리고 있다.


인텔은 여전히 컴퓨터의 프로세서를 매만지고 있지만 분명히 그 방향이 큼직하게 달라지고 있다. 인텔이 IDF를 포기하는 것는 변화의 한 획을 긋는 상징적인 역할이 아닌가 싶다. 개발자 포럼을 완전히 없애지도 않을 것 같다. 다만 PC 중심의 IDF가 아니라 컴퓨팅과 데이터에 관련된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IDF의 퇴장은 뭇내 아쉬움이 남는다. IDF는 지난 20년 동안 PC 시장의 축제이자, 미래였다. 새로운 PC 규격이 선보였고, 인텔 반도체 기술의 예술력을 뽐내는 자리였다. 컴퓨터가 그 동안 세상을 바꾸어 놓은 것처럼 앞으로의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인텔의 자신감과 의지를 마음껏 펼쳤던 게 바로 IDF다. 인텔은 기술을 떠나 인류학, 사회학적으로 컴퓨팅을 해석했고, 그 상당수는 현재의 PC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PC는 그 자체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고, 공기같은 존재가 됐다. IDF의 중단은 인텔이 새로운 것을 제시하지 않아도 돌아갈 수 있는 시장이 됐다는 의미로 해석해보면 좋을 듯 하다.


분명 컴퓨팅은 PC 중심이 아니라 데이터 센터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다. 모든 컴퓨팅 자원을 개인에게 넘기고 운영체제와 PC가 떠맡던 것에서 벗어나 개인용 기기는 말 그대로 ‘단말기’ 형태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더 세밀하게 조정하는 일이 떠오르고 있다. IDF 폐지는 인텔의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결정이다.

 

인텔에게 PC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 인텔이 끌고 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 놓을 때도 됐다.
인텔에게 PC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 인텔이 끌고 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 놓을 때도 됐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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