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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과학행진(March for Science): “과학, 이제 침묵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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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23일 18:03 프린트하기

 

2017년 4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2017년 4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함께하는 과학행진'이 열렸다. 이 행사는 전세계가 함께 한 '과학행진(March for Science)'과 연대해 개최됐다. - 윤신영 제공

 

 

국내외 과학기술인이 참여했다. - 윤신영 제공
국내외 과학기술인이 참여했다. - 윤신영 제공
# 인천에 사는 에일린 달레산드로 씨는 미국 보스턴에서 환경 화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작년 5월 졸업하고 한국에 왔지만, 지금은 과학자가 아닌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꿈은 바다에 사는 고래를 연구하는 것이지만, 다시 미국에 공부를 계속 하러 갈 때까지 잠시 접기로 했다. 그는 ‘과학은 다른 사람을 연결해 주고 문제를 풀어준다’,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를 구하자’라고 적은 피켓을 든 채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함께하는 과학행진’에 참여했다.

 

# 휴가차 친구와 서울에 온 멕시코인 멜리사 라모스 씨는 휴가 기간 중 ‘과학행진’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미국에 갈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행진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광화문을 찾았다. 그는 ‘하나의 지구, 하나의 가족’ ‘과학은 실증적인 것이다’ 등을 쓴 피켓을 들고 세종문화회관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전세계 과학기술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4월 22일 오후 2시(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시카고, 호주 시드니,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전세계 600여 도시에서 ‘과학행진(March for Science, 한국 행사명 ‘함께하는 과학행진’)’을 열고, ‘과학은 침묵하지 않는다(Science Not Silent)’ 등의 구호와 함께 거리를 행진했다. 세계의 과학기술인이 오로지 과학과 과학자를 주제로 거리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부산에서 열려 국내외 과학기술인이 수백 명이 참석했다.

 

과학행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환경과 과학 연구 예산을 삭감하는 등 반과학적인 정책을 펼친 데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탄생했다. 처음에는 미국 내 시위로 기획됐지만, 곧 세계 여러 나라의 과학기술인들이 연대의 뜻을 보이며 각지에서 자체적으로 동시 행사를 기획해 세계적인 규모로 거듭났다.

 

 

2017년 4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과학 버스킹' 행사에서는 다양한 배경의 과학기술인들이 삶과 과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 윤신영 제공

● 서울 ‘함께하는 과학행진’ 소수자 과학자 목소리 높여

 

서울에서 열린 ‘함께하는 과학행진’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뜨락’에서 열린 1부 행사와, 다 함께 광화문 광장 일대를 걷는 행진으로 이뤄졌다. 1부 행사에서는 과학기술인들이 직접 과학자로서의 삶을 전하는 ‘과학 버스킹(길거리 연설)’과 다양한 과학문화 부스 전시가 열렸다.

 

특히 과학 버스킹에서는 주류 과학자 외에 여성, 외국인 등 소수자에 속하는 과학자들이 여럿 연사로 나서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장애인 물리학자로서의 삶을 담담히 들려준 정현희 숭실대 초빙교수는 “오늘만 해도 지금 이 행사장(뜨락)에 오기 위해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길을 찾아 몇 번을 헤매야 했다”며 “불편한 몸이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있어 지금까지 해낼 수 있었다. 나 같이 불편한 사람도 같이 살 수 있는 세상을 과학자들이 함께 만들면 좋겠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박조은 씨는 “아이 둘 낳고 육아휴직을 받을 때도, 복직할 때도 고용노동부와 상담하거나 근로감독관을 찾아가야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그래도 해결되지 않아 결국 회사를 옮겨야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육아휴직을 요구해 현실을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텍 화학과 대학원생 지은경 씨는 “아직도 여성으로서 이공계 중점대학에 와서 어려움이 많다”며 “과학에서 다양성을 늘려가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7년 4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휴가차 한국을 찾았다는 멕시코인 멜리사 라모사스씨(오른쪽). 행진 참여를 위해 미국행도 고민했지만, 서울에서 참여할 수 있었다. - 윤신영 제공

● 비과학적인 세태 비판도 이어져

 

비과학적인 세태나 정책에 대한 일침도 있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백신음모론을 옹호하는 비과학적인 책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며 “예방접종 거부는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협하기 때문에 (바로잡을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학자인 피오트르 야브원스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미국은 환경 분야에서 리더십을 잃었다”며 “한국에 있는 과학기술인들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킹 행사가 끝난 뒤에는 참가자 전원이 “국정 운영은 과학적으로!”, “연구는 자율적으로!” 같은 구호와 함께 광화문 일대를 행진했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거부는 정책이 아니다”, “믿든 말든 과학은 진실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함께했다. 

 

함께하는 과학행진은 과실연(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 ESC(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가 공동주최하고 브릭, 동아사이언스, 대덕넷 등이 후원했다.

 

 

 

 2017년 4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과학 버스킹 뒤 '행진'에서는 과학계 소수자의 목소리도 높았다. - 윤신영 제공

 

 

 

 

 

 

 

▶ ‘함께하는 과학행진’ 참석자들의 말말말…

 "자발적인 환경에서 뭔가가 나올 것이다. 그게 과학의 힘이라고 믿는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국경을 넘어 전세계가 과학행진으로 하나가 되고 있다.”

(탐 앤더스 미국 미네소타박물관 야생동물연구원)


“연구자 주도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걸 이야기하러 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과학에 대해 말하는 게 신선한 충격이다.

(노정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어린 아이부터 중견 연구자까지 과학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뭉칠 수 있어서 좋았다.”

(염한웅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R&D 예산 더 효율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쓰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참여했다.”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부스에서 여성과학기술인 사진을 보여주는데) 사람들이 기계, 건설, 항공 등 분야에서도 여학생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사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그 사실을 체험하게 하고 싶었다.”

(강미량 포스텍 화학과 4학년)

 

 

연구자 주도 연구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 윤신영 제공
연구자 주도 연구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 윤신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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