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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전 고대문명을 되살린 중국 발굴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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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전 고대문명을 되살린 중국 발굴단의 이야기

2013.08.04 22:47

 

중국과 구 소련간 분쟁이 한창이던 1971년. 당시 군인들은 전쟁에 대비해 중국 후난성 창사 시에서 동쪽으로 약 4Km 떨어진 마왕두이(마왕퇴)란 이름의 구릉에 방공호를 파내려가다 고대 유적지를 발견한다.

 

이 유적지는 중국 서한시대 장사국의 대후 리캉(利倉)과 부인, 아들을 함께 안장한 세 쌍둥이 무덤으로 밝혀졌다. 지금도 중국 장사 여행을 가면 방문할 수 있는 후난성 박물관을 탄생시킨 기원이라 할 수 있다.

 

‘마왕퇴의 귀부인’은 당시 마왕퇴 발굴에 참여했던 이들이 발굴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생생하게 재구성 한 책이다.

 

마왕퇴한묘에서 발굴된 유물의 숫자는 모두 46종 3000점이 넘는다. 더구나 12만자에 달하는 고대 정보를 담은 책과 비단 등의 문자자료도 포함돼 있어 당시의 문화유산을 여과 없이 현대에 전해주고 있다. 이 출토물들은 대부분 중국의 국보급 유물로 등록돼 있다.

 

취재 때문에 방문한 바 있는데, 이 곳은 그야말로 중국 고대 문명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현대 공예품과 견주어도 무엇 하나 모자랄 것이 없는 고대 중국의 찻잔, 토기, 목각인형 하나 하나가 수십 세기의 시간을 뛰어 넘어 현대인과 마주하고 있다.

 

“2100년 전, 고대의 물질문명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이만큼 똑똑히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오직 이곳 후난성 박물관뿐입니다.”

 

당시 유렌퀸 후난성 박물관 부관장은 박물관을 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했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나 박물관은 있지만 수천 년 전 유물을 이만큼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곳은 이곳뿐이라는 자부심의 반로였다.

 

이 박물관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이창의 부인인 신추의 시신. 썩지 않고 생전 모습 그대로 출토된 ‘미라’로 흔히 ‘마왕퇴 미라’라는 이름으로 유명한데, 유리관 속에 넣어져 관람객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 미라에는 피부에는 시체에 생기는 검은 반점인 시반 하나 없다. 보존을 위해 포르말린 용액에 넣어 두다 보니 젖은 피부가 밀려 올라가 입술 언저리가 조금 부풀어 올랐을 뿐 어느 한 곳도 썩지 않고 보관돼 있어, 미라가 아닌 죽은 지 며칠 된 시신을 보는 한 느낌을 준다.

 

책을 살펴보면 미라와 대규모 유적을 발굴한 사람들의 노력과 희열이 그대로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인 웨난은 당시 발굴단의 일원으로 발굴에 참여했던 과정에 참여했던 기억을 더듬어 생동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발굴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이 한창이었다. 옛 것은 모두 반동으로 몰려 파괴되던 시기였다. 이 발굴은 정치적 소동과 맞물려 갖가지 사건들을 만들며 진행됐고, 당시 발굴단은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무덤의 복원과 발굴과정을 획득해 낸다.

 

저자는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학술이 권력에 의해 왜곡되는 양상, 학자가 시대의 억압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해서 실감나게 보여준다. 문화재를 살리려는 발굴단의 노력, 경제적 이유와 편의성을 이유로 유적지의 발굴을 꺼리는 중국 정부와의 의견충동 등의 과정을 여과없이 담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정계 유력자인 저우언라이에게 부탁해 유적을 지키려 하고, 무덤에서 발굴된 미라를 빼 돌려 다른 곳에 감추는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행동도 서슴치 않는 부분에 이르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마지막에는 무덤을 파괴하려던 문화혁명 지지자가 사형을 당하는 모습까지 그려져 있어 많은 것을 생각케 해준다. 이 때문에 이 책은 근대 중국의 정치, 사회적 사상까지 엿볼 수 있는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01년 국내에 소개돼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는데, 바로 고고학적 발굴을 소재로 중국 문화사의 중요한 장면을 차근차근 읽어 보는 것도 적잖은 즐거움을 가져다 줬기 때문일 게다.

 

더운 여름 고대 문물과 역사를 발굴한 현장 과학자들과 문화학자들을 만나보고 싶지 않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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