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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 4명이 인도로 떠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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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5월 19일 08:07 프린트하기

다리 밑 학교 학생인 뿌남 잔두(사진 오른쪽)은 수업이 시작하기 1시간 전에 학교에 1등으로 도착했다. 카페트 위에 쌓인 흙먼지를 쓸어내는 건 누가 시키지 안아도 1등 등교생인 잔두의 역할이다. - 델리=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제공
다리 밑 학교 학생인 푸남 잔두(사진 오른쪽)은 수업이 시작하기 1시간 전에 학교에 1등으로 도착했다. 카페트 위에 쌓인 흙먼지를 쓸어내는 건 누가 시키지 안아도 1등 등교생인 잔두의 역할이다. - 델리=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꿈이 뭐니?” 기자의 질문에 열한 살쯤 돼 보이는 ‘다리 밑 학교’ 학생 푸남 잔두는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잔두는 자기 나이와 생일을 모른다. 가난으로 주민 등록 신고조차 못한 잔두에게 장래희망보다 중요한 건 당장 주린 배를 채워줄 음식이다. 동아사이언스의 과학기자 4명이 과학실험 도구를 들고 인도 델리로 향했다. 잔두와 같은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어서다.


● 먼지와 쓰레기 속 희망을 찾는 ‘다리 밑 학교’
 

수업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은 줄을 맞춰 선채 큰 목소리로 노래 두곡을 연달아 불렀다. 인도의 국가과 힌두교의 기도문이란다. - 델리=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제공
수업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은 줄을 맞춰 선채 큰 목소리로 노래 두곡을 연달아 불렀다. 인도의 국가과 힌두교의 기도문이란다. - 델리=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노동절인 이달 1일. 온도계는 섭씨 47도를 가리켰다. 태어나 처음 겪는 무더운 날씨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이동수단 ‘오토릭샤’를 타고 30분가량 달려 델리의 ‘야무나뱅크’ 지하철역 아래로 향했다. 다리 밑 형형색색의 낙서 속에서 ‘교육은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곳이 목적지인 ‘다리 밑 학교(Free School Under the Bridge)’다.
 

다리 밑 학교는 학비가 싼 공립학교조차 다닐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비공식 학교다. 락스미 찬드라 교장이 2005년 나무 아래 아이들 몇 명을 모아 공부를 가르치며 시작됐다. 인력거를 모는 ‘릭샤꾼’, 쓰레기를 주워 파는 사람, 걸인들이 자식들을 보냈다. 나무 아래선 힌디어와 영어, 수학을 가르쳤다. 허기진 아이들이 배를 채우도록 케이크와 과자 등 간식도 줬다. 소문을 듣고 모여든 아이들이 어느덧 250명이다.
 

신수빈 기자는 아이들의 인기 1순위 일일선생님이었다. - 델리=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제공
신수빈 기자는 아이들의 인기 1순위 일일선생님이었다. - 델리=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아~ 먼지, 어떡해….’
 

현장에 도착하자 먼저 눈에 띈 것은 열악한 환경이었다. 교실 천장이기도 한 다리의 밑면엔 먼지가 새까맣게 끼어 있었다. 주변엔 쓰레기가 가득 쌓여 악취가 코를 찌른다. 머리 위로 2~3분에 한 번꼴로 지하철이 지나가면 소음 때문에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매일 2시간씩 걸어서 등교하는 어린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 따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편안한 모습이다. 오전 9시. 흙바닥에 깔린 카펫에 100여 명의 남학생이 앉았다. 낯선 피부색의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굿모닝, 맴(Ma'am)~”

 

● 일일 선생님과 함께 한 생애 첫 과학실험
 

권예슬 기자가 아이들에게
권예슬 기자가 아이들에게 '자석용수철'을 이용해 종이 로켓을 들어올리는 실험을 선보이고 있다. - 델리=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우주선을 발사해 볼게! 셋, 둘, 하나 ‘슝~!’ 이제 선생님처럼 만들어 보자.”
 

자석의 척력으로 우주선 모양의 종이를 들어 올리는 실험을 선보였다. 다리 밑 학교엔 5~14세 사이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다닌다. 과학 실험 도구를 나눠주자 ‘저 정도는 나도 안다’며 코웃음 치던 고학년 학생도, 신기함에 눈을 반짝거리던 유아반 아이도 모두 신이 났다. 서로 찰싹 붙기도 밀어내기도 하는 자석을 직접 만져본 건 처음이란다.
 

실험을 잘 따라온 학생에겐 칭찬의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아이들은 너나없이 완성한 실험도구를 가져와 일일선생님 앞에 줄을 선다. 칭찬을 받고 싶어서다.

 

자석의 성질을 배운 아이들은 귀를 사이에 두고 두 개 자석을 붙여 귀걸이를 만드는 등 바로 장난에도 응용한다.
 

유아반 선생님이 된 고은영 기자는 유독 고생이 많았다. 아이들이 아직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데다 고사리같은 손은 풀칠을 하기에도 어줍었기 때문이다. - 델리=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제공
유아반 선생님이 된 고은영 기자는 유독 고생이 많았다. 아이들이 아직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데다 고사리같은 손은 풀칠을 하기에도 어줍었기 때문이다. - 델리=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그렇다면 자석은 어디에 쓰일까?”
 

연이은 하이파이브로 손이 얼얼해진 기자들이 질문을 던졌다. 한국 학생들이라면 금세 ‘냉장고 문’ 내지는 놀이기구 ‘자이로드롭’을 떠올렸을 터. 냉장고도 놀이기구도 낯선 인도의 아이들은 한참을 고민에 빠졌다. 지구도 거대한 하나의 자석이란 설명을 듣자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디디~ 디디~”
 

오후 다리 밑 학교엔 ‘디디’라는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디디는 힌디어로 ‘언니’란 뜻이다. 정중하던 남학생들과 달리 여학생들은 초면부터 안겨온다. 멋에 관심을 가질 나이인 고학년들은 기자들의 티셔츠에 힌디어로 쓰인 ‘나마스테(안녕하세요)’란 문구를 보며 깔깔대기도 한다.
 

잠수함을 낯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최지원 기자는 칠판에 잠수함을 그려주며 설명을 진행했다. - 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제공
잠수함을 낯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최지원 기자는 칠판에 잠수함을 그려주며 설명을 진행했다. - 델리=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바닷속을 다니는 잠수함은 물 밖 상황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어리둥절해하는 아이들에게 칠판에 그림을 그려 잠망경의 쓰임을 설명했다. 잠망경을 만들기 위해 거울을 두 개씩 나눠주자 여학생들은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기 바쁘다. 어줍은 손으로 잠망경을 완성한 아이들은 곧바로 눈을 가져다 대다 웃음을 터뜨렸다. 고은영 기자가 잠망경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직접 만든 잠망경을 이용해 종이에 쓰인 숫자를 맞히는 간단한 게임을 진행할 땐 서로 정답을 맞혀 보겠다며 소리 질러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어?”
 

수업 후 몇몇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건넸다. 친구들의 소란을 제지하던 ‘학급 반장’ 랴오(13세)는 잠수함의 선장이 되고 싶단다. 실제로 깜깜한 물속에서 태양빛으로 빛나는 물 밖 세상을 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 1여행 1드림(Dream) 프로젝트’에 동참하실 분을 찾습니다.

입사 동기끼리 인도로 여행을 떠나려던 기자들은 기왕이면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인도에서 도움을 필요로 할 만한 곳을 찾고, 페이스북으로 연락했다. 최지원 기자는 “교육에 소외된 아이들이 실험을 통해 과학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 이 중에 훌륭한 과학자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이 경험을 토대로 빈곤국으로 해외여행을 떠날 때,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현지인들에게 꿈을 심어주자는 취지로 ‘1여행 1드림(Dream)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다리 밑 교실’에서의 활동은 다음카카오의 콘텐츠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스토리펀딩’에서 볼 수 있다. 모은 후원금은 여행지에서 봉사하고자 하는 다음 ‘드림 전달자’ 지원에 쓸 계획이다. 여행 일정, 봉사 목적과 계획 등을 신청받아, 자원봉사활동가 네트워크인 ‘자원봉사이음’ 등과 심사한 뒤 지원할 예정이다.

 

★ 네 기자의 스토리펀딩 보러가기(클릭)

(주소 :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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