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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적인 행동도 여성이 하면 과소평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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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적인 행동도 여성이 하면 과소평가 된다?

2017.05.27 07:30

[지뇽뇽의 사회심리락 블로그]

 

얼마 전 <히든 피겨스>라는 영화가 주목을 받았다. NASA에서 인류 최초로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해 ‘인간 컴퓨터’로서 수학 계산을 담당했던 흑인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60년대는 아직 ‘법적’으로도 흑인에 대한 차별이 광범위하게 남아있었던 시절이다. 흑인과 백인은 화장실도, 벤치도, 식수대도, 식당도 분리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관공서 창구에도 흑인을 위한 창구와 백인을 위한 창구가 분리되어 있었다. 기차도 흑인들이 갈 수 있는 플랫폼과 백인을 위한 플랫폼이 구분되어 있었다. 같은 돈을 내고 열차 VIP 석을 산 흑인이 흑인이란 이유로 객실에서 추방되자 불합리하다며 소송했지만 패소한 사례도 있었다 (Wilkerson, 2011).

 

GIB 제공
GIB 제공

인종에 대한 차별 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차별도 두터웠다. 1920년이 되어서야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으며 교육의 기회를 갖게 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인종차별 역시 그렇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도 현재진행형이며 가난한 국가들에서는 아직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낙태나 방치(똑같이 아파도 아들만 병원에 데려가는 등)로 인해 사망하는 여성의 수가 최소 연 수만 명으로 집계된다. 지난 50년간 여성이라는 이유로 낙태/방치되어 살해된 여성의 수가 20세기 모든 전쟁에서 사망한 남성의 수보다 많다는 통계가 있었다(Kristof & WuDunn, 2009). 여성의 사회진출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역시 아직도 전세계가 가지고 있는 숙제이다.


인류는 분명 이런 차별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숨겨진 인물들이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많은 분야에 있어 약자들, 그 중 여성의 업적 역시 무시되거나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자 Selwyn Becker는 미국의 카네기 재단에서 자기 희생적이고 영웅적인 행동을 한 시민에 대해 수여하는 Carnegie Hero Medal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과 히어로라고 하면 보통 근육질의 남성을 떠올린다는 점을 고려해 혹시 ‘영웅적인 행동’에서도 여성의 공헌이 지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었다.


Selwyn 연구팀(Becker & Eagly, 2004)은 범죄행위를 막거나 화재 현장 등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출하는 등 위급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영웅적 행동뿐만 아니라 홀로코스트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유태인을 숨겨주는 등(당시 많은 유럽 국가에서 유태인을 숨겨주거나 먹을 것을 주는 등의 행동을 하면 사형선고를 받거나 수용소에 끌려갔다고 한다)의 영웅적 행위, 또 장기 기증, 해외 자원봉사, 해외 의료봉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상관없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동에서 나타나는 남녀 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사람을 들쳐업어야 하거나 범죄자를 제압해야 하는 등 신체적 힘이 요구되는 상황들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유태인을 구출하는 행동에서는 성차가 나타나지 않거나 여성의 비율이 살짝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생체 장기 기증(신장 기증 등)에 있어서는 여성의 비율이 약 60%로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낙후 지역에서의 자원봉사나 에이즈가 창궐하는 등 위험지역에서의 의료봉사 역시 여성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남을 확인했다. 특히 (미국) 의사의 경우 여성 의사 비율이 30% 정도이지만 봉사현장에서는 의사의 60%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렇게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영웅적인 행동에는 여성의 비율이 상당함에도 여성의 봉사에 대한 포상이나 신문 기사 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영웅적인 행위에 있어서도 여성의 공헌이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과소평가 되는 현상을 일부 반영한다고 보았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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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또한 여성보다 남성이 주로 더 위험추구성향을 보일 거라는 통념이 여성의 영웅적 기질을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님을 언급하기도 했다. 강력 범죄(남성이 80% 이상)를 제외한 약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 위험한 운전습관, 위험한 취미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어 남녀 간 위험추구 성향에 큰 차이가 없으며(성별이 위험추구성향을 약 3-4% 정도 설명) 시간이 갈수록 차이가 줄어듬을 보여주는 발견들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보통 여성에게 가정과 사회에 대한 ‘보살핌’ 역할을 떠넘기는 경향이 있으므로 봉사활동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작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으로 부여되는 역할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감능력이나 타인의 고통에 마음쓰는 정도도 사실상 성차가 나타나지 않으며 차이가 있는 경우에도 남성에게 열심히 하도록 '시키면' 동일한 수준으로 한다는 발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또한 연구자들은 여성은 가까운 사람들을 보살피되 이에 반하는 위험추구 행동을 피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목숨을 걸고 자신과 상관 없는 유태인들을 구출하거나 돕는 행위에서 성차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또 상관없는 타인에 대한 장기기증에서 역시 여성들이 비율이 높았다는 점, 반대로 ‘아픈 아이’를 대상으로 한 장기기증에서는 성차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여성과 남성 모두 동등하게 타인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히어로가 될 자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았다.


한편 연구자들도 지적한 바 아직 사회에선 겁이 없고(daring), 모험적(adventurous)이며 용감한(courageous) 특성은 모두 여성보다는 남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지며 남성에게서 이런 행동을 더 장려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히어로가 되는 데에는 남녀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면 더 많은 여자아이들이 구출받는 쪽이 아니라 사람들을 구하는 히어로를 꿈꾸게 되지 않을까? 더 많은 여성 히어로의 탄생을 꿈꿔본다.

 


※ 참고문헌
Wilkerson, I. (2010). The warmth of other suns: The epic story of America's great migration. New York: Random House.
Kristof, N. D., & WuDunn, S. (2009). Half the sky: Turning oppression into opportunity for women worldwide. New York: Alfred A. Knopf.
Becker, S. W., & Eagly, A. H. (2004). The heroism of women and men. American Psychologist, 59, 163-178.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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