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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①] 출연연, 드디어 ‘기타공공기관’서 제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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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①] 출연연, 드디어 ‘기타공공기관’서 제외되나

2017.05.28 17:00

▶ 3줄 요약

1.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과학기술 공공연구기관을 ‘연구개발 목적기관’으로 별도 분류하겠다고 공약했다. 

2. 연구기관이 다른 공공기관과 획일화된 기준으로 관리되면서 연구 자율성 저하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3. 정부와 국회는 하반기 중 연구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한 새로운 관리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동아일보DB 제공
동아일보DB 제공

이르면 내년 1월부터 현행법상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 공공연구기관이 ‘연구목적기관’으로 별도 지정될 전망이다. 그동안 장기적인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기관에 다른 공공기관과 같은 획일화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연구 자율성을 저하시키는 여러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국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견을 모았다. 현재 기타공공기관에는 출연연과 함께 카지노 사업자인 강원랜드와 88관광개발, 재외동포재단, 태권도진흥재단, 한식재단, 어촌어항협회 등이 포함돼 있다.
 

기획재정부는 6월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른 공공기관 분류(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체계에 대한 개정안을 마련해 소위 위원과 논의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 내에서 연구목적기관으로 별도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늦어도 9월 정기국회에서는 공운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10년간 번번이 무산… 정부, 기타공공기관 아래서 세분화 하는 데는 ‘동의’
 
신 의원은 지난해 7월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는 25개 출연연을 비롯한 공공연구기관 50여 곳을 기타공공기관 아래 연구목적기관으로 별도 분류하자는 내용의 ‘공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 의원은 “연구기관 입장에서는 공공기관에서 아예 제외시키는 게 자율성 확보에 가장 좋은 방안이겠지만, 정부와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기타공공기관 안에서 새로운 분류 체계를 만드는 쪽으로 개정안을 냈다”며 “이에 대해서는 기재부도 공감하고 있어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출연연이 2007년 공운법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 이후 줄곧 제기돼왔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앞서 18, 19대 국회에서도 이상민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완전히 떼어내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기획재정부의 완강한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지난해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 역시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완전히 제외시키는 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올해 3월 열린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등 대부분의 소위 위원들은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 내 연구목적기관으로 지정하는 데 동의하고, 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운법 개정안의 통과를 강력히 요구했다. 당시 송언석 기재부 차관은 “연구기관의 성격이나 기능을 고려해 기타공공기관 내에서 기능을 세분화해 조정하거나 공공기관 혁신 등 업무 추진 시 연구기관의 특성이 고려될 수 있도록 정부도 공운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28일 내놓은 대선 공약집에서 과학기술(R&D) 진흥 정책안 중 하나로 “과학기술 공공연구기관을 ‘연구개발 목적기관’으로 분류해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혁신지식 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도 김현미 의원 등이 출연연을 연구개발 목적기관으로 별도 지정하는 내용의 공운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무엇이 문제인가? : 공공기관 정원 제한 규제로 기형화된 인력 구조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시키는 문제가 이처럼 뜨겁게 논의되는 이유는 지난 10년간 출연연의 연구 활동에 대한 자율성이 현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출연연의 기형적인 인력 구조다. 현행법상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모든 기관은 정부가 수익성, 경영 실적 등을 고려해 일괄적으로 정규직 정원(T.O)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출연연 역시 인력이 필요하더라도 쉽게 인력을 증원할 수 없다. R&D 규모는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인력 확충에 대해서는 연구라는 특수 목적이 제대로 고려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출연연은 부족한 인원을 비정규직이나 학생연구원 등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실제로 출연연의 비정규직 비율은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높은 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6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25개 출연연의 평균 비정규직 비율은 약 23.4%(1만5899명 중 3714명)에 이른다. 특히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전체의 39.0%(464명)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출연연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식품과학연구원(37.6%), 한국한의학연구원(36.4%), 한국건설기술연구원(36.0%) 역시 비정규직의 비율이 35%가 넘는다. 학생연구원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도록 한 정부 지침의 여파로, 비정규직은 줄고 도리어 학생연구원의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정규직을 늘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대신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 학생연구원을 고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2년 2783명으로 추산됐던 출연연 학생연구원 수는 지난해 4028명으로 약 44.7%가 늘었다. 그만큼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경우에는 비정규직마저도 채용하지 못하는 제약까지 따른다. 우주 기술은 국가전략 기술로 분류되는 기밀사항이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이 끝난 뒤 그만 둘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고용할 경우, 기밀사항 유출의 우려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항우연의 비정규직 비율은 9.2%로 전체 출연연 중 두 번째로 낮다.

 
항우연은 최근 5년간 연구 과제가 늘어남에 따라 사업 예산이 180% 급증했지만, 인력은 11%로 소폭 증가에 그쳐 연구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2012년에는 1인당 사업 예산이 2억5500만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6억4600만 원까지 치솟았다. 5년 만에 1인당 사업 예산이 2.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00년과 비교하면 올해를 기준으로 사업예산은 14배 증가했지만 인력은 2.9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재 항우연의 1인당 사업 예산은 7억7000만 원으로 25개 출연연의 1인당 사업 예산 평균치(3억8000만 원)의 2배가 넘는다. 이는 항공우주 개발 비용이 높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치다. 그만큼 연구원들의 업무량도 급증한 셈이다.

  
항우연에 따르면 인공위성 개발에 참여하는 연구원 200여 명은 5개 위성(정지궤도복합위성, 다목적실용위성6호, 다목적실용위성7호, 차세대중형위성, 달탐사위성)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항우연의 고위관계자 A 씨는 “과거에는 연구원 1명이 위성 1개를 담당했었다”며 “지금은 연구원 모두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고 호소했다. 발사체를 개발하는 연구원 역시 240여 명으로, 선진국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본부 연구원들이 우주로 올라갈 천리안 2호 실제 모델에 들어갈 패널 뒷면의 전선을 잇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동아사이언스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본부 연구원들이 우주로 올라갈 천리안 2호 실제 모델에 들어갈 패널 뒷면의 전선을 잇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동아사이언스 DB

● 연구원 사기 떨어뜨리는 공운법… 인재 유출 막을 길 없어

 

출연연은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걸고 추진한 다른 공공기관 개혁안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가령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늘리고 대신 늘어난 햇수에 대해 점차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년이 61세인 출연연에는 적용할 수 없는 제도임에도 일괄 적용됐다. 정년은 늘어나지 않은 채로 60세와 61세에 각각 10%, 25%씩 연봉이 깎이게 된 셈이다. 출연연 관계자 B씨는 “98년 국제금융위기(IMF) 때 65세였던 출연연 정년이 61세로 줄었고, 이를 다시 정상화 하길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역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 중심의 연봉제도 마찬가지다. 연구는 업무 성격상 중간에 실패를 겪을 수도 있고,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움에도, 다른 공공기관과 똑같은 잣대로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이 밖에도 과도한 행정적 부담, 불필요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 등 출연연에 맞지 않는 옷은 곳곳에서 나왔다.

 

이 같은 이유로 출연연 연구원들의 처우가 악화되면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도 제동이 걸렸다. 연구원들이 대학이나 해외로 직장을 옮기는 인재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도 점점 더 어려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출연연은 이번 정부에서는 꼭 개정안이 통과되길 고대하고 있다. 이달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관 ‘신정부 과학기술혁신(STI) 정책 혁신 방안 대토론회’에서 장규태 과학기술출연연협의회 회장(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출연연들은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타공공기관에 적용되는 획일된 기준에서 출연연을 제외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관 ‘신정부 과학기술혁신(STI) 정책 혁신 방안 대토론회’에서 김명자 과총 회장을 좌장으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 장규태 과학기술출연연협의회 회장(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을 비롯한 과기계 전문가 14명이 문재인 정부의 과기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과총 제공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관 ‘신정부 과학기술혁신(STI) 정책 혁신 방안 대토론회’에서 김명자 과총 회장을 좌장으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 장규태 과학기술출연연협의회 회장(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을 비롯한 과기계 전문가 14명이 문재인 정부의 과기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과총 제공

● 효과를 내려면? : 연구 현장 목소리 담은 구체적 실행안 수립해야

 
다만 출연연이 연구목적기관으로 지정되더라도 여전히 기타공공기관 아래에 포함되기 때문에 공운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리란 우려도 있다. 오세정 의원은 “정부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관리를 안 하냐는 기재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출연연이 공운법의 적용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지 않는 한 기존에 겪어왔던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용현 의원은 “(오 의원의) 우려에는 깊이 공감한다”며 “연구목적기관으로 분류된 이후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구체적인 시행령과 운영규칙을 잘 수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신 의원은 “기재부가 꼭 필요하다고 하는 것들만 의무 조항으로 두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연구기관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래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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