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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김범준의 ‘글을 쓴다는 것’ 3] 아는지 모르는지 알고 싶다면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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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04일 15:00 프린트하기

물리학자 파인만이 제안한, 따라 하기만하면 어떤 문제라도 풀수 있는, 기발한 문제 해결법이 있다. 바로 딱 3단계의 파인만 알고리듬이다.


1. 해결하고자하는 문제를 종이에 쓴다.
2. 골똘히 생각한다.
3. 답을 쓴다.


이 방법이 실없는 우스갯소리로만 들린다면 한번 직접 적용해보라. 늘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놀랍도록 성공적인 방법이다. 흥미롭게도, 파인만 알고리듬은 ‘씀’에서 시작해 ‘씀’으로 끝난다. 세 번째 단계의 ‘씀’이 읽는 이를 향한다면, 첫 단계의 ‘씀’은 쓴 이를 향한다. 쓴 이가 깨친 ‘앎’을 읽는 이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세 번째 단계의 ‘씀’이라면, 첫 단계의 ‘씀’의 역할은 쓴 이 스스로의 깨우침이다.

 

지난 글에서 읽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쓰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행위는 쓴 사람에게는 더 큰 소득을 돌려준다. 바로 글쓴이를 훌쩍 성장시킨다는 점이다. 쓰는 것은, 읽는 이에게는 쓴 이의 앎을 전달하는 훌륭한 수단이고, 쓴 이에게는 자신의 앎을 확장시키는 놀라운 지적 활동이다. 일명 꿩 먹고 알 먹고.

 

GIB 제공
GIB 제공

공자가 이야기하는 참된 앎이란


필자는 파인만 알고리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첫 단계, 문제를 종이 위에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답은 몰라도 문제는 잘 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막상 문제를 구체적인 질문의 형태로 종이위에 적어보면, 사실은 문제 자체도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을 때가 많다.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문제를 적어보면 명확해진다. 문제를 쓴다고 자동으로 답을 알게 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쓰다보면 적어도 내 앎의 부족은 알게 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고 싶다면 직접 써보면 된다. 공자가 논어에 적은 “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하는 것이 참된 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도 마찬가지 이야기다. 모른다는 것을 모르면 우리는 아무것도 더 이상 배울 수 없다.

 


과학자가 부족한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 논문


물리학 연구를 함께 하는 대학원생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연구가 다 마무리되기 전에 논문을 쓰기 시작하라는 거다. 논문을 쓰다보면, 어떤 부분이 부족한 지를 스스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기존에 수행한 다른 연구는 무엇이 있는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가 과거의 다른 연구와 어떤 점에서 다른 지, 내가 아직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 어떤 것이지, 그리고 결론을 더 명확하게 뒷받침하려면 어떤 연구가 더 필요한 지 명확히 알게 된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매일 돌이켜보며 논문의 내용을 조금씩 적어가는 것이 연구자에겐 큰 도움이 된다.


논문을 쓰는 행위가 연구자를 성장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중을 독자로 한 글을 쓰는 것도 과학자를 성장시킨다. 글로 전하는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면, 사람들에게 글로 그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도 존경하는 한 교수님이, 나의 대학원생 첫 수업때 하신 이야기가 떠오른다. 만약 어떤 분야를 잘 모르지만, 그 분야를 잘 알고 싶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분야에 대해 책을 쓰는 것이고, 그 다음 좋은 방법은 강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모르는데 알고 싶다면, 쓰고 말하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보통 ‘앎’이 쓴 이에서 읽는 이로, 말한 이에서 듣는 이를 향하는 한 쪽 방향의 흐름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경험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쓰고 말하는 사람이 얻는 ‘앎’의 늘어남은, 읽고 듣는 사람이 얻는 ‘앎’의 늘어남보다 훨씬 더 크다.

 


● ‘글을 쓴다는 것’의 요약


1. 아는 것만 쓸 수 있다. 알려면 읽어라.
2. 글은 쓴 이가 아닌 읽는 이를 위한 거다. 읽는 이의 입장에서 써라.
3. 쓰면 알게 된다. 더 잘 알려면 더 자주 써라.

 

☞ (함께 읽기) [물리학자 김범준의 ‘글을 쓴다는 것’ 1] 설명할 수 없다면 모르는 것이다!

☞ (함께 읽기) [물리학자 김범준의 ‘글을 쓴다는 것’ 2] 좋은 글은 자랑하지 않는다


※ 필자소개
김범준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이학박사를 받았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한국복잡계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저서 ‘세상물정의 물리학’으로 제 56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언론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 물리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이 우리의 직업을 대체할 거라는 불안에 맞서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본질적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교육의 시대에서 학습의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 평생 학습할 수 있는 사람만이 미래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학습은 말하기, 듣기, 쓰기로 표현되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출발하고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의 완성은 우리 인간이 인공지능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동아사이언스는 평생 배워야하는 미래시민들을 위해 베스트셀러인 ‘세상물정의 물리학’의 저자 김범준 교수가 말하는 ‘글을 쓴다는 것’을 3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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