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수(獸)페셜리스트] “사람 마음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야 합니다”

통합검색

[수(獸)페셜리스트] “사람 마음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야 합니다”

2017.05.29 19:00

[박천식 아크리스 동물병원장 인터뷰]

 

 

급하게 온 기니피그가 있었어요.

결석 때문에 바로 처치를 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취를 했다가는 깨어나지 못할 수 있어 수술적인 방법으로는 제거할 수가 없었습니다.

작은 동물 치료는 개나 고양이 같은 보통(?) 동물을 치료할 때엔 없는 문제들이 생기곤 하죠.

다행히 다른 방법으로 결석을 제거하고 지금은 한 시름 놓은 상황이에요.

 

 

소동물 진료 전문가라고 추천을 받은 박천식 아크리스동물병원장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한 그 시각, 하필이면 위급한 환자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급한 불을 끈 뒤에야 박 원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박 원장의 아크리스 동물병원은 이그조틱 동물(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특수 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다. 1990년 문을 열어 현재 수의사 5명이 근무하고 있다.

 

GIB 제공
GIB 제공

 

 

Q. 어떤 동물까지 진료가 가능한가요?
A. 포유류나 조류, 파충류라면 대부분 진료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토끼, 고슴도치, 라쿤, 사막여우같은 포유류, 악어, 뱀, 거북 같은 파충류도 있을 수 있지요. 새는 당연하고요.

 

 

반려동물이라 하면 으레 개나 고양이를 생각하지만 그 밖의 다른 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공간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 외로움을 타지 않는 햄스터나 기니피그, 토끼같은 소동물과 함께 산다. 새장에서만 키울 수 있는 새를 키우기도 하고, 특별한 반려동물을 원하는 사람은 거북이나 도마뱀, 뱀을 키운다. 이런 반려동물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급히 달려갈 수 있는 병원 위치는 반려동물인(?)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상식이다. 박 원장의 병원은 전체 진료의 60%가 특수 동물일 정도로 특수 동물 진료 비중이 높다.

 

박 원장이 특수 동물 진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처음 수의사가 됐을 때 경험 때문이다. 처음 동물병원을 차린 곳은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박 원장이 동물병원을 차린 뒤 토끼를 키우는 주변 농장에서 토끼 질병과 관련해 여러 가지 질문을 했는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소동물 진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양서류와 어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동물을 진료할 수 있습니다. 달팽이도 진료한 적이 있어요. (기자: 달팽이를 진료해요?) 패각(껍질)이 깨져서 온 달팽이였어요. 생체용 접착제를 이용해 붙여서 치료해줬지요.”

 

박천식 아크리스동물병원장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박천식 아크리스동물병원장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Q. 얼마나 작은 동물까지 치료가 가능한가요?
A. 햄스터 정도가 한계입니다. 몸통 두께가 손가락 두 개 정도 밖에 안되는 동물도 수술해 본 경험은 있습니다.

 

 

작은 동물을 진료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 문제인지 찾는 것이 아닐까. 엑스레이를 찍더라도 문제점이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기자의 질문에 박 원장은 의외로 진단은 어렵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제는 기술이 발달해 진단이 어렵지는 않아요. 하지만 진단한 뒤 치료를 하는 과정은 다르지요. 사람과 개가 다른 것처럼 특수 동물도 종류마다 생리학적, 해부학적 특징이 모두 다르거든요. 개나 고양이만큼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발달해 더 많은 사례를 인터넷으로 공유하며 전세계 수의사들과 공유하고 연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려운 점은 진단을 내리더라도 치료하는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작은 동물에게 쓸 수 있는 전문 의료기기는 당연히 없다. 기존 의료기기를 최대한 응용한다. 예를 들면 니들 홀더(가위처럼 생긴, 바늘을 잡는 도구)는 안과에서 사용하는 크기가 작은 기기를 이용한다. 호흡 마취를 할 때 사용하는 기관지용 호스는 당연히 쓸 수 없다. 호스 굵기가 햄스터 주둥이만큼 크다. 기관지에 삽관은 커녕 주둥이에 넣는 것도 버겁다.

 

“기존 제품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치료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햄스터 기관지 삽관 문제의 답은 링겔 바늘에서 찾았어요. 링겔 주사를 보면 금속으로 된 바늘 속에 얇은 관이 있잖아요? 그 얇은 호스를 햄스터의 기관지에 삽관하는 거지요.”

 

특수 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는 창의력도 ‘특수’해야 하는 모양이다. 어떻게든 동물에게 적당한 의료기기를 찾아서 사용한다는 박 원장의 말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Q. 수명이 짧은 동물을 치료하는데 보호자들이 (진료비에 대해) 부담을 느끼진 않나요?
A. 치료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수술을 통해 완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방법일 때도 있어요. 보호자와 깊은 대화를 통해 진료 방법을 결정합니다.

 

 

특수 동물 진료는 현실적으로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 햄스터의 수명은 고작 1~2년. 만약 햄스터에서 종양(암)이 발견됐을 때 치료를 시도하는 보호자는 얼마나 될까.

 

똑같이 ‘암’이라는 질병이라고 해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수술적인 방법으로 암을 떼내거나, 약물로 항암치료를 할 수도 있다. 수명이 짧은 작은 동물은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고통없이 살도록 도와주는 방법도 있다. 반려동물을 먼저 보내야 하는 보호자의 마음을 다독이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동물의 병을 진단하고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호자가 반려동물과 깊은 유대감을 갖고 있는 이상, 이 관계는 결코 돈이나 숫자로 표현할 수 없어요.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도 없지요. 그래서 작은 동물 치료는 단순히 질병을 ‘완치’하는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위로하며 도와주는 것이 수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박 원장은 수의사는 동물을 치료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반려 동물’은 삶을 함께 동반해 가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이들이 아플 때 함께 하는 사람도 아픈 것이 당연하다. ‘사람 마음을 치료하는 수의사’라는 말을 통해 박 원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 편집자주: 이가 아프면 치과, 눈이 아프면 안과, 배가 아프면 내과에 갑니다. 각 증상에 대해 잘 아는 스페셜리스트들을 찾아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반려동물은 어떤가요? 반려동물의 상태에 따라 다른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해 본적이 있나요? 우리나라 제도에서는 특별히 구분하고 있지는 않지만 반려동물 관련, 한 분야를 오래 연구하고 치료해온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서울특별시수의사회의 도움을 받아 특정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6 + 2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