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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핵안보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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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핵안보를 지킨다

2017.05.31 15:00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이하 KINAC)의 역할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KINS)과 곧잘 혼동되고는 한다. 둘 다 원자력을 문제없도록 관리한다는 의미를 담은 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기관의 역할은 소방서와 경찰서의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KINS가 원자력시설이나 방사성물질로 인해 일어나는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사고를 예방하고 관리한다면, KINAC은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원자력 사건, 즉 핵물질의 탈취 및 사보타주 그리고 원자력시설의 파괴 등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을 방지하는 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두 기관 모두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기관이기는 하지만 KINAC에게는 다른 기관에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특유의 고유 영역이 있다. KINAC만의 역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원자력통제(안전조치, 핵안보, 수출입통제) 이외에, 최근 설립된 두 센터, <정책연구센터>와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이하 교육훈련센터)를 찾아 신임 센터장으로부터 센터의 발전 방향 및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원전선진국으로서의 역할, 인력양성과 정책연구

최 센터장은 교육훈련센터 최초의 센터장을 역임했다.

"정책연구와 교육훈련은 따로 떨어진 개념이 아닙니다. 정책연구센터와 교육훈련센터 모두 원전 선진국으로서 세계의 핵비확산 및 핵안보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어요. 정책연구센터가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한국의 핵비확산 및 핵안보 정책이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하는지 제시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면, 교육훈련센터는 이러한 정책이 실현과정의 한 부분으로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우리의 경험을 다른 나라와 공유합니다. 두 센터가 비슷한 시기에 생긴 이유도 바로 이처럼 밀접하게 연계된 기능 때문이지요."

 

이름만으로 보면 정책연구와 교육훈련은 다른 영역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원 사무실에서 만난 최관규 정책연구센터장은 핵비확산 및 핵안보 분야에서 교육과 정책연구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KINAC에서는 교육훈련센터 설치가 먼저 확정되고 그에 따른 후속 논의로 정책연구센터 설립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발단은 2010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한국이 원전 공급국으로서 교육훈련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의 핵비확산 및 핵안보 체제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었다.

 

"한국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캐나다, 중국과 함께 국제사회의 주요 원전수출국가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와 캐나다를 빼면 모두 핵무기 보유국이자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죠. 모두 핵안보의 핵심 대상인 핵무기와 핵물질 그리고 관련 기술을 직접 관리할 책임이 있는 국가들입니다. 그렇다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한국은 어떤 역할을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정부가 내린 결론은 관련 인력양성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원전을 운영해 온 경험을 다른 나라와 공유한다면, 원전을 도입한 국가의 핵비확산과 핵안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교육훈련센터 설립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핵비확산'이라는 개념에 따라 국가간 협력을 통해 핵물질의 이동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이유는 핵무기가 확산되지 않게 하려는 데 있다.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핵물질은 핵무기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질들 상당수는 원자력발전소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따라서 원전을 도입한 국가라면 핵비확산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고, 국내외에서의 핵물질 이동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한 원자력 시설에서 불법적으로 핵물질이 유출되지 않도록 핵안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당연히 원자력 도입국으로서는 핵비확산과 핵안보에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고 한국은 이러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 지원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훈련센터 설립이 확정된 이후, 국제사회에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국제적인 핵비확산 및 핵안보 레짐 및 주요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우리 정책에도 반영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이러한 취지에서 설립된 것이 바로 정책연구센터입니다."


 

핵비확산·핵안보 분야의 책사(策士)를 지향하다

정책연구센터의 취지를 고려하면 최 센터장은 가장 적임자다. 최 센터장은 설립 이후 2년 간 교육훈련센터를 이끌어 왔다. 현재의 교육시스템과 국제교류의 틀을 잡은 주역인 셈이다. 게다가 그 자신이 정치학을 전공한 학자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경력으로 보면 최 센터장은 자신의 본령으로 돌아온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프랑스 제10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박사논문이 프랑스의 핵정책에 관한 것이었어요. 연구자로서는 미국 녹스빌 소재 테네시주립대학 산하 핵안보연구실에서 몇 가지 협력연구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교육훈련센터가 자리를 잡는 데 나름 기여를 했습니다만, 정책과 관련 기술 개발을 연구하는 지금이 어쩌면 본업으로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아직 센터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한 지는 두 달 남짓에 불과하지만, 최 센터장은 정책연구센터가 본격적인 연구조직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센터의 목표에 맞추어 체계적으로 조율된 중장기 발전계획의 작성과 관련한 정보를 분석하고 유의미한 정책자료로 재구성하는 싱크탱크 분석지를 정례적으로 발행하고 자유롭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형성한 점이다.

 

KINAC의 연구원들. 정책연구센터는 동향 정보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연구개발의 방향을 설정하기도 한다.

"정책연구센터는 싱크탱크입니다. 정책 수립에 참고할 만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곳이지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정보만 찾아내려면 목표와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센터장 업무를 시작하고 제일 먼저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지요. 또한 이러한 큰 그림이 있어야 사소한 사건에 휘둘리지 않고 '신나는 직장문화'를 만든다는 또 다른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정보는 자율적인 연구로부터 나오니까요."


싱크탱크라고는 하지만 정책연구센터가 추상적인 거시전략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기술원'이라는 KINAC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KINAC은 핵물질 탐지의 주요 대응기관으로 핵탐지 및 대응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한다. 세계적인 흐름과 정책방향에 맞추어 세부 연구전략을 기획하는 것은 정책연구센터의 몫이다. 최 센터장이 현재 관심을 두는 분야는 ICT. 드론이나 로봇, MEMS와 같은 기술을 활용해서 원전 테러를 감시하고 사전에 대응조치하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최 센터장은 인터뷰 내내 강조한 '싱크탱크'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것이 센터의 가장 중요한 운영목표라고 한다. 정책에 요긴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사(策士)로서, 정부 정책과 KINAC의 연구부서를 연결하는 가교로서 적시에 필요한 정보를 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최 센터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센터의 '목표'를 다시 언급하며 정책연구센터장으로서 각오를 다졌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이 한국을 대표하는 원자력통제기관으로서 국내외적으로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데 주춧돌이 되자는 것이 저희 센터의 지향점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핵비확산 및 핵안보 상황도 예측을 불허하는 수준으로 급변하고, 현 연구 인력도 적은 편이지만 KINAC이 정부의 전문기관으로서 그 소임을 다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실무 중심 교육기관, 교육훈련센터

 

김 센터장은 교육훈련센터의 초창기부터 함께 해왔다.

정책연구센터가 정부와 관련기관에 정보를 제공해주고는 있지만, KINAC의 교육훈련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은 교육훈련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KINAC 본원과 조금 떨어진 곳에 23,000㎡가 넘는 규모로 조성된 각종 교육시설이 교육훈련센터의 역할과 중요성을 보여준다. 김현철 센터장은 교육훈련센터 역할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KINAC이 핵비확산·핵안보 전문기관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교육기능은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문 교육기관이 없어 연수교육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했어요. 그러던 것이 2014년 2월 교육훈련센터가 정식 개소하면서 비로소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시스템을 갖출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국내교육뿐 아니라 국제교육도 신규로 제공하게 되면서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야 했지요."

 

김 센터장은 교육훈련센터의 '창립 멤버'다. 그 자신이 개소 때부터 국제교육을 담당해왔을 뿐 아니라 교육훈련센터에는 설립을 준비하던 태스크포스 시절부터 참여해 왔다. 현재의 교육훈련센터의 교육방침에는 핵비확산·핵안보 교육 전문가로서 김 센터장의 철학과 신념이 녹아 있다.

 

"핵안보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위협은 상존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재해처럼 핵안보에서 다루는 각종 상황들도 예고치 않게 찾아오거든요. 그래서 핵안보 교육은 철저히 실무적이어야 합니다. 일을 하는 동안 언제 어디에서 핵안보 사건을 맞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러나 실무 중심의 교육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다. 가장 큰 부담은 교육시행 횟수였다. 실무에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짜다 보니 과정을 세분화해야 했고, 자연히 교육 제공 횟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교육훈련센터의 설립의의를 관철하려면 여러 차례의 세분화된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한다.

 

"원자력통제교육, 물리적방호교육, 검사원교육 중 가장 비중이 큰 물리적방호교육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물리적방호란 인위적인 수단에 의해 핵물질이 반출되거나 사보타주 당하는 것을 막는 것을 말합니다. 자연히 실무 중심의 교육이어야 하고, 교육대상자도 많을 수밖에 없지요."

 

김 센터장이 말하는 '실무 중심'의 교육이란 단순히 대상에 따라 특화된 내용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교육훈련센터에는 다양한 상황을 직접 체험하고 대처방법을 숙지할 수 있는 교육시설을 충실하게 구비해 두고 업무별로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강의동과 별도로 건설된 현장시험시설에서는 공항과 항만의 통관 시스템을 그대로 구현해놓는가 하면 연구실습실을 갖춰 방사성물질을 분석하고 방사선을 계측할 수도 있다. 대테러 상황처럼 실제 체험이 어려운 상황은 가상현실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경험해볼 수도 있다. 실무 중심의 교육방침 덕분에 교육의 질이나 규모는 먼저 설립된 일본의 교육센터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한다.

 

"한중일은 이웃나라인 데다 상호 인적 교류도 많은 만큼 교육내용이나 일정이 서로 겹치지 않고 상호보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수출통제 교육을 독자적으로 제공할 뿐 아니라 교육내용도 가장 세분화돼 있지요. 불과 개소 후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꾸준히 저희 센터로 핵비확산·핵안보 교육을 받으러 찾아오고 있습니다."

 

김 센터장이 센터에서 국제교육을 전담하는 동안, 교육훈련센터는 양과 질 양면에서 빠르게 성장해 왔다. 한국이 원자력 수출국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고 한국 원자력계의 신뢰를 높이는 데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과거에 핵비확산·핵안보 교육분야에서 IAEA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밖에 없었어요. 미국으로서도 부담이기도 하고, IAEA 입장에서도 미국에 지나치게 치우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었죠. 우리 정부가 핵안보 교육을 원자력 국제협력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배경에도 IAEA가 미국 외에도 믿고 맡길 수 있는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로 자리 매김하여 국제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하자는 목적이 있었어요. 아직 미국의 시스템과 비교하면 미흡한 점이 있지만 명실공히 국제적인 핵비확산·핵안보 교육기관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IAEA는 전세계 핵비확산·핵안보 증진을 위한 파트너 국가로서 주저없이 한국을 꼽고 있고, 핵비확산·핵안보 교육 측면에서도 한국이 모범국가로서 타국의 핵비확산·핵안보 체제 구축 및 강화에 지속적으로 기여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의 시스템과 비교하면 미흡한 점이 있지만 명실공히 국제적인 핵비확산·핵안보 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글 : 김택원 동아에스앤씨 기자

 

원자력통제기술원 핵비확산뉴스레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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