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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②] 과학기술 독임부처 부활, ‘4차 산업혁명’에 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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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②] 과학기술 독임부처 부활, ‘4차 산업혁명’에 밀리나

2017.05.31 17:20

▶ 3줄 요약

1.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학기술 총괄부처’를 새로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2. 하지만 빠른 국정 안정을 위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함께 관할하는 현행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3.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최우선시 하는 ICT 중심의 새 정부 기조에 과학기술 분야가 이전보다 오히려 더 위축되리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동아일보DB 제공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동아일보DB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과학기술정책을 전담하는 ‘과학기술 총괄부처’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돼 있는 현행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을 따로 떼어내겠다는 얘기였다. 이에 과기계에서는 내심 ‘과학기술부’의 부활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문 대통령은 “정부 조직 개편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걸음 물러선 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위한 융합’을 내세우며 출범시킨 미래부가 새 정부에서도 당분간은  대부분의 기능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신속한 국정 안정을 위해 정부 조직의 개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최근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과학기술 총괄부처 설치는 당분간 어렵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 ‘4차 산업혁명’ 강조하는 文정부, ICT가 장악하나

  
미래부는 이달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과학기술과 ICT를 결합한 현행 미래부의 조직 형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업무보고를 했다. 미래부 해체설로 다른 부처에 흡수될까 가슴을 졸였던 2차관실 산하의 ICT 담당 공무원들은 한 시름을 놓았다.

 
다만 스타트업 등 창조경제를 테마로 창업을 지원했던 창조경제기획국 등의 기능은 신설될 예정인 ‘중소벤처기업부(가칭)’로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현행 중소기업청이 미래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관련 기능을 통합해 승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 앞서 청와대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처럼 청와대가 직접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과학기술보좌관(차관급)과 미래부(가칭) 장·차관 후보자 역시 ICT계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과학기술보좌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정책실장 직속으로 경제보좌관과 함께 신설됐다. 헌법 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간사위원을 겸한다.

 

청와대의 과학기술보좌관과 미래부 장관이 모두 ICT 출신으로 선임될 경우, 이들이 4차 산업혁명 대응은 잘 해낼지 몰라도 ICT를 제외한 기초과학, 의생명과학, 항공우주 등 다른 과기계까지도 아우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이 최대 화두가 되면서 과기계의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동아사이언스DB 제공
동아사이언스DB 제공

● 단기적 특정 분야 집중으로 과학기술 생태계 위축 우려

  
9년 전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된 과학기술 독임부처의 부활을 기대해온 과기계는 답답할 뿐이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과학기술과 ICT가 분리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과학기술 독임부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일각에서는 미래부, 산자부 같은 대형 부처제가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래부는 해체 대상 1순위 부처로 거론돼왔다.

 

국내 이공계 대학의 A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는 과학기술 R&D를 단기적으로 특정 분야에 집중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가 외면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창조경제가 화두였던 지난 정부에서처럼 너도 나도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내걸고 연구비 수주 경쟁을 하게 되리란 우려다.

 

과기계의 요구는 이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정부출연연구기관(41%)과 기업(29%), 대학(17%) 등의 과학기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도 나타났다. 응답자 1169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31%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 조직의 바람직한 형태를 묻는 문항에서 ‘과학기술 진흥정책 전담부처 설치’를 1순위로 꼽았다. 반면 현행 유지(미래부)를 1순위로 선택한 응답자는 4%에 그쳤다. 이은우 과총 사무총장은 “과학기술 독임부처를 원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과기계가 과학기술 독임부처를 희망하는 이유는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했던 참여 정부 때보다 정부 내에서 과학기술의 위상이 계속해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는 교육과 결합(교육과학기술부)되거나 ICT 부처와 결합(미래부)돼왔다”며 “그 과정에서 R&D 정책도 점차 위축됐다는 게 과기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R&D 예산에 대한 권한도 그만큼 약화됐다. 때문에 우주 개발, 지질·자원 연구, 미세먼지 대응 연구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정책까지도 예산 확보 문제에 따라 좌우되는 일이 발생했다. 융합이라는 명목 하에 기초과학과 응용산업으로 구분되는 과학기술, ICT의 두 분야가 한 부처에 있으면서 실제로는 소모적인 기싸움을 하며 겉돌기에 그쳤다는 평가다.  

 

 

● 국가 R&D, 조직 형태에 관계없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물론 새 정부가 부처의 조직 개편을 최소화 할 수밖에 없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했던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경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까지 3~6개월이 걸린다”며 “내년 6월 개헌을 준비해야 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적어도 올해만큼은 과학기술 거버넌스 문제를 많이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한 만큼, 당분간은 정부의 방침에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과학기술 독임부처 설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과학기술이 ICT로부터 독립된다고 해도 교육부 산하의 대학 R&D와 보건복지부 산하의 의료 R&D, 산자부 산하의 에너지 R&D, 미래부 산하의 ICT R&D 등을 전부 통합하지 않는 이상 부처 규모가 오히려 축소돼 동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 B 씨는 “과기부 때 공무원들이 지금은 여러 부처로 뿔뿔이 흩어진 상태”라며 “다시 한 곳으로 모으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중기청이 중기부로 승격되면 미래부의 유관 부서가 그쪽으로 이관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몸집이 줄어든 미래부를 또 다시 나누기가 애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미래부가 존치하더라도 이전 4년 동안 겪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다. 먼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과학기술 분야와 발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선도해야 하는 ICT는 엄연히 다르다. 미래부가 최근 국정기획위에 전달한 업무보고에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R&D) 관리 기능을 총괄하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예산 권한 등)을 강화하는 계획과 연구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또 정부 조직의 형태에 관계 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R&D 기획, 청년 연구자 육성, 기초연구의 자율성 보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다른 과기 공약이 차질없이 추진되는지에 대해서는 과기계 모두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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