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때와 곳 8] 편의점: 편의만 제공하는 편의점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7년 06월 03일 18:00 프린트하기

아직 일교차가 크긴 하지만 간단한 바람막이만 하나 걸치고 있으면 이젠 밤이 되어도 바깥에 앉아 있기 좋은 날씨다. 그래서 이맘때부터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에 동행하는 동료 한두 명과 함께, 혹은 휴일 낮 운동을 마치고 나서 몇몇 동호인과 함께 편의점 앞 파라솔에 둘러앉아 간단한 주전부리를 놓고 캔맥주를 들이키는 모습들을 보는 일이 드물지 않다. 실제로 편의점의 매출은 늦봄에서 초가을까지가 연중 가장 높은 시기라니 그것은 아마도 파라솔에서 이뤄지는 매상일 테다. 그 바람에 때론 유아기에서 성장을 멈춘 몰상식한 손님들이 어질러놓은 쓰레기를 청소하느라고 편의점 종사자의 일거리가 더 늘어나지만 말이다.

 

7-eleven, 윤병무 제공
7-eleven, 윤병무 제공

우리의 편의점은 지갑이 살지는 일이 없는 서민들의 씀씀이 양태를 잘 반영해주기도 한다. 그런 소비자를 적극 끌어들이기 위해 요즘 편의점에서는 간식 정도였던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뿐만 아니라 여러 연예인을 상표로 내세워 2년 전쯤부터는 다양한 종류의 즉석 도시락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 도시락의 소비자는 혼밥족이나 용돈이 부족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작년 가을에 나도 두 달간 편의점 도시락이나 편의점 샌드위치로 거의 매일 한 끼니를 때웠다. 한 권에 4.4㎏이나 되는 1808쪽짜리 책을 10월까지 홀로 작업해서 다음 달에 예정된 국제 행사에 내놓아야 했기에 매일 야근을 해야 했고 휴일에는 특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나로서는 밥 먹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려는 목적에 편의점의 그것이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점도 따랐다. 이후에 뉴스로 알게 되었지만 그 두 달간 나트륨 섭취는 최고조에 달했던 것이다.


동네마다 곳곳에 자리 잡은 편의점은 기업 간에 경쟁이 치열해져 작년만 해도 ‘빅 3’의 편의점만 전국에 3000 개가량 새로 점포를 열었으며, 이로써 그 ‘3 사(社)’의 편의점만 해도 전국에 3만 3000 개가량이나 된다. 반면 최근 10년간 문을 닫은 구멍가게 수는 3만 개나 되다니 그 숫자가 고스란히 편의점으로 옮겨간 셈이다. 그런 편의점의 역사는 반세기가 안 되었다. 1972년 미국 텍사스 주에 처음 등장한 편의점, 영어로 CVS(convenience store)는 식료품뿐만 아니라 일용잡화 등 소비자의 다양한 필요와 편의를 고려해 소규모임에도 24시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미국식 구멍가게는 서부 개척기에 역마차 행상들이 만물상을 차렸던 문화에서 그 기원을 찾기도 한다. 이후 유럽에 정착한 편의점은 스파(SPAR)라고 하는데 그 영업시간은 아침 7부터 밤 11시까지다. 이는 소비자의 편의도 중요하지만 근로자의 권리도 중요하게 여기는 선진 문화에 따른 것이리라.


국내 최초의 편의점은 1989년에 미국 회사와 제휴하여 서울 송파구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SEVEN-ELEVEN) 올림픽점이다. 그 후 ‘훼미리마트’(현 CU)와 ‘LG25’(현 GS25) 등이 생겨나 성업 중이다. 그중 두 기업은 현재 치열한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데, 그 최전선에는 곳곳의 가맹점주가 있고 그들에게 채용돼 파트타임으로 종사하는 수많은 아르바이터들(알바생)이 지방의 경우에는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상품을 판매하고 인수하고 정리하고 매장 청소를 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상업지구에서는 반경 150미터도 안 되는 곳곳에 편의점들이 자리해 있어서 그야말로 편리해졌지만, 일정한 구매 수요 파이를 잘게 나눠야 하는 가맹점주로서는 매상 걱정에 웃음이 사라진 표정으로 반품 직전의 상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GS25, 윤병무 제공
GS25, 윤병무 제공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 활동의 기본 목적은 이윤 창출이지만, 기업의 이름을 걸고 계약한 가맹점주가 현장에서 성실히 일해도 기업으로 매일 송금하는 수수료와 아르바이터 인건비를 빼고 나면, 자리 좋은 일부 점포를 제외하면 최저 임금 정도밖에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여러 식당 중에서 음식 맛에 따라 장사가 잘되고 안 되는 사정과는 다르다. 편의점의 상품은 어디든 한결같기 때문이다. 결국은 유동인구의 정도에 따라 매상은 정비례하기 마련인데, 어느 지역이든 그런 곳은 한정돼 있다. 그렇다면 곳곳에 따라 매출의 통계를 내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편의점 기업은 공생을 위해 (소비자는 기업 윤리도 판별하니까) 수수료율을 장소에 따라 등급화하든가, 기업형 슈퍼마켓처럼 가맹점주들을 직원으로 고용해야 할 것이다.


혹은 오늘도 최저 임금 받고 밤낮으로 일하는 수많은 아르바이터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매상이 저조한 한밤의 인건비 지출만 없어도 그럭저럭 생활은 할 수 있겠다는 가맹점주들의 간절한 호소가 많으니, 우리 사회도 소비자의 편의만을 위한 미국식이 아닌, 노동권도 보장하는 유럽식 운영을 자율적으로 수용해 24시간 영업 강제 규정을 없애야 한다. 늦은밤에도 매상이 높은 곳은 24시간을 운영하더라도, 한밤에는 가로등 역할만 하는 많은 점포는 지하철역에 입점한 편의점과 유사하게 아침 7부터 밤 11시까지만 영업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 영업시간이야말로 국내 최초의 편의점으로서 한때 그 대명사였던 SEVEN-ELEVEN의 바른 뜻이다. ‘7시~11시’가 그것이니 말이다. 어느 역사든 나쁜 계약은 착취를 낳고 약자를 피폐하게 했으니 말이다.

 

 

※ 편집자 주

[마음을 치는 시(詩)]와 [생활의 시선]에 연이어 윤병무 시인의 [때와 곳]을 연재합니다. 연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과 장소’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시간’은 오래되어 역사의 범주일 수도 있고, 개인 과거의 추억일 수도 있고, 당장 오늘일 수도 있고, 훗날의 미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장소’는 우리가 생활하는 바로 ‘이곳’입니다. 그곳은 우리가 늘 일상의 공간에서 발 딛고 서 있는 희로애락이 출렁이는 삶의 현장입니다. 너무 익숙하거나 바빠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그 ‘곳’을 시인의 눈길과 마음의 손을 잡고 함께 가만히 동행해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의 구체적인 현지와 생생한 감수성을 잠시나마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으로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 [생활의 시선]을 연재했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7년 06월 03일 18:0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13 + 8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