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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③] 출연연 비정규직 ‘제로’, 현실 가능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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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③] 출연연 비정규직 ‘제로’, 현실 가능성 있나

2017.06.04 08:00

▶ 3줄 요약
1.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올해 8월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정부출연연구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검토 중이다.
2. 출연연의 경우, 재원구조 개선과 합리적인 정규직 정원(T.O) 관리 등이 선결 과제로 남아 있다.
3. 정규직 전환에 따른 신규 채용 감소, 연구인력시장 경직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동아일보DB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동아일보DB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과학기술 공공연구기관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25곳의 비정규직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떠올랐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연구회)의 조사에 따르면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출연연 직원 1만5899명 중 3714명(23.4%)이 비정규직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문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동안 추진할 일자리 정책인 ‘일자리 100일 계획'을 1일 발표했다. 여기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태스크포스(TF)’에서 현장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8월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마련하는 일도 포함됐다. 큰 틀의 가이드라인은 제시하되, 각 공공기관이 업무 특성을 반영해 효율적인 정규직화 방식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 정규직 전환, 재원구조 개선이 선결 과제
 

이에 앞서 미래창조과학부는 25일 국정정책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 25곳에 대한 비정규직 현황과 정규직 전환 방안을 전달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아직은 초기 검토 단계이고, 정부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이 정해진 뒤에 그에 따라 세부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출연연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6806만 원으로, 비정규직(4108만 원)보다 2698만 원이 많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한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평균 연봉의 차액인 약 1002억372만 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출연연의 경우, 재원의 규모보다 재원구조를 개선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에 따라 운영되는 현 체제에서는 인건비의 일부만 정부가 직접 부담하고, 나머지는 수주한 연구과제의 예산에서 충당하기 때문이다. 연구책임자가 연구 과제를 확보해 받는 예산에는 연구에 사용되는 직접연구비를 제외한 인건비도 포함돼 있다.
 
윤현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인재개발부장은 “연구 프로젝트 대부분은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연구 과제 확보도 고정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과제가 줄어들 경우에는 인건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그만큼 연구책임자들이 기존보다 더 많은 연구 과제를 따와야 하는 셈이 된다. 출연연의 비정규직 중 연구직은 보통 연구 프로젝트 기간을 계약 기간으로 한다. 한시적으로 추가적인 연구 인력이 필요할 때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식이다.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정규직 정원(T.O) 조정도 필요하다.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출연연은 정부가 일괄적으로 T.O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면서 필요한 연구 인력을 제대로 충당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부족한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우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출연연에 비정규직을 양산시킨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 [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①] 출연연, 드디어 ‘기타공공기관’서 제외되나).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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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채용 감소, 연구인력 시장 경직 등 우려의 목소리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출연연을 비롯, 사회 전반에 걸쳐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해도 동일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연봉뿐만 아니라 기타 수당에서도 차이가 난다. 출연연 정규직 연구원이 받는 성과급과 연구 수당은 비정규직의 각각 1.7배, 3배다. 4년째 출연연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A 씨는 “바쁠 때는 새벽까지 일할 때도 있지만, 비정규직은 대부분 야근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프로젝트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비정규직의 연구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제로’ 정책을 펴면서 일부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규직 T.O를 늘린다고 해도 대부분의 인원을 비정규직에서 채울 경우, 신규 채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정책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밝힌 문재인 정부의 계획과 대치된다.
 
국내 대학의 박사과정 연구원 B 씨는 “대부분 정규직 채용 기준보다 비정규직 채용 기준이 더 느슨한 편인데, 비정규직을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채용의 공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우수한 인재들이 구직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연연 관계자 C 씨는 “최근 4년간 출연연 비정규직 중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며 “업무 성과나 역량 등을 고려해 기준을 충족하는 비정규직에 한해 정규직 전환을 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 없이 정규직만으로 채용을 하게 될 경우, 연구 인력의 선순환 구조마저 해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정규직 전환 이후에는 출연연의 문턱이 더 높아지리란 우려다. C 씨는 “비정규직 중에는 출연연에서 부족한 연구 경력을 쌓고자 하는 사람도 많다”며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런 사람들에게는 아예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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