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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내년부터 방화복 대신 아이언맨 수트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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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05일 10:22 프린트하기

동아일보 제공
동아일보 제공

 

서울의 한 고층 빌딩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35층에 미처 탈출하지 못한 사람이 남아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고층 사다리도 닿지 않는 높이. 전력이 끊어져 엘리베이터마저 정지됐다. 소방관이 화염과 연기를 뚫고 두 발로 걸어 올라가는 것이 유일한 구조 방법이다.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세트, 도끼 등의 각종 소방장비를 30kg가량 짊어지고 45분(공기호흡기 한계시간) 안에 수십 층 높이를 왕복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이지만, 1년 후면 이 상황에서도 인명 구조가 가능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소방관들의 구조활동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특수 소방복’ 개발에 실제로 착수했다. 착용형 로봇(웨어러블 로봇) 상용화에 나서고 있는 국내 기업 FRT는 미래 소방관에게 필요한 로봇 ‘파이언맨’ 개발을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 시제품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파이언맨을 입으면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채 수십 층 고층빌딩을 척척 걸어 올라가고, 무거운 구조요청자도 거뜬히 안아 올릴 수 있다. 시각 보조장치가 달려 있어 짙은 어둠이나 자욱한 연기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 국내 소방관들의 안전은 물론 구조 성공률을 높이는 데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FRT는 국내 방위산업체 ‘LIG넥스원’, 정보기술(IT) 전문기업 ‘아이디스’와 함께 3사 공동으로 파이언맨 개발에 나섰다. FRT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한 기업임을 감안하면 국내 국책연구기관과 군사기술, 첨단 정보기술을 총동원해 개발 중인 셈이다.

 

파이언맨은 고층빌딩 화재는 물론이고 다양한 구조현장에서 다목적으로 쓸 수 있다. 최대 시속 8km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으며 최대 동작시간은 두 시간 반 정도다. 강한 탄소 및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고 방화복과 충격흡수 소재를 덧입혀 소방관을 보호한다.

 

FRT는 2016년 실용화 가능한 수준의 소방관용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 R1’을 개발해 현재 각급 소방서 보급을 추진 중이다. FRT는 파이언맨 개발에 하이퍼 R1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무게를 더 줄인 ‘하이퍼 M1’을 이용할 계획이다. 하반신 로봇으로 입으면 다리 근육을 보조해 무거운 짐을 지고도 피로감 없이 걸을 수 있다.

 

여기에 LIG넥스원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상반신 보조 로봇을 하나로 합쳐 온몸의 힘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는 전신보조형 웨어러블 로봇으로 가다듬을 계획이다. 계단 오르기, 장애물 제거 등 소방관에게 필요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 부상을 입은 구조요청자를 안아 올릴 수 있도록 두 팔의 힘을 크게 키운다. 원래 힘보다 최대 50kg의 짐을 더 들어 올릴 수 있다.

 

아이디스는 첨단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파이언맨에 부착할 스마트 헬멧을 개발할 계획이다. 소방관끼리 통신은 물론 ‘라이다’(레이저 거리측정장치)를 이용해 짙은 연기 속에서도 주변 장애물을 찾아내고 소방관이 쓰고 있는 헬멧 속에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표시해준다. 높은 온도와 강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방호장비 역시 부착해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개발할 계획이다.

 

연구비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로부터 총 10억 원을 지원받는다. FRT 장재호 대표(생기원 수석연구원)는 “우수 연구팀을 선발해 미래 연구과제를 지원하는 ‘미래성장동력 챌린지데모데이’ 2회 행사에서 최우수 팀으로 뽑혀 지원받게 됐다”며 “3사의 기술력을 하나로 합쳐 올해 안에 시제품 개발을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화 ‘아이언맨’은 주인공이 온몸에 로봇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강한 힘을 얻어 악과 싸운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인간의 힘을 뛰어넘는 ‘초인(超人)’이 될 수 있는 길을 기계 보조장치를 이용해 찾은 셈이다. 이렇게 영화나 만화 속에서만 존재해 왔던 웨어러블 로봇이 현실화됐다. 

 

연구진은 수년 내에 소방관 등 구조요원들에게 파이언맨과 같은 웨어러블 로봇이 필수장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험한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소방관이나 구조대원들에게 최적의 장비이기 때문이다.

 

장재호 대표는 “하이퍼 M1을 입으면 당장은 조금 더 불편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짐을 짊어지면 사정이 달라진다”며 “30kg 상당의 짐을 짊어지고 두 시간 반 이상을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어 소방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파이언맨이 완성되면 구조대원이 활용할 수 있는 최초의 전천후 웨어러블 로봇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웨어러블 로봇 개발 현주소◆

美 신체능력 강화 위한 군사용 ‘헐크’ 유명… 이스라엘선 하반신 마비 환자도 보행 가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및 FRT 연구진이 개발해 온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 시리즈. 초기형 하이퍼1(좌측)은 연구용으로 제작한 것으로 실용성이 떨어진다. 이후 조선소에서 쓸 수 있는 산업용 하이퍼2i(가운데), 소방관용 하이퍼 R1(오른쪽) 등이 차례로 개발됐다. - 전승민 제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및 FRT 연구진이 개발해 온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 시리즈. 초기형
하이퍼1(좌측)은 연구용으로 제작한 것으로 실용성이 떨어진다. 이후 조선소에서 쓸 수 있는
산업용 하이퍼2i(가운데), 소방관용 하이퍼 R1(오른쪽) 등이 차례로 개발됐다. - 전승민 기자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이 몸에 입을 수 있는 ‘착용형 로봇’이다. 흔히 외골격 로봇(Exoskeleton Robot)으로도 불린다. 입으면 힘이 세지기 때문에 한계 이상의 신체 능력이 필요한 군사용, 재난구조용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해외에선 군사기술에 관심이 많은 미국에서 주로 개발 중이다. 미국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 ‘헐크’가 가장 유명하다. 최근에는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포티스(FORTIS)’라는 모델로 새롭게 개발했다.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을 의료용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다. 일본 기업 ‘사이버다인’은 하체 근육이 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개발한 하체보조용 로봇 ‘HAL’을 2025년까지 940만 대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이스라엘 기업 리워크 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봇 ‘리워크(Rewalk)’도 유명하다.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환자도 목발과 함께 사용하면 보행이 가능하다.

 

국내 웨어러블 로봇 기술도 해외 선진국 못지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선 군사용과 산업용 등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양대 연구진의 성과가 눈에 띈다. 한창수 로봇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웨어러블 로봇 연구를 시작하고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는 한편 실험실 창업 기업 ‘헥사시스템즈’를 설립해 실용화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 국책연구기관 중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가장 앞서 있다. 대형 웨어러블 로봇 ‘하이퍼’를 2010년 개발한 데 이어 2011년 이를 한층 간소화한 하이퍼2를 개발했다. 이 로봇의 성능을 개량해 조선소 근로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하이퍼2i 모델을 2013년 개발했다. FRT가 개발한 하이퍼 R1이나 하이퍼 M1 역시 이 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소방대원들이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무게를 한층 줄이고 보행속도도 높였다.

 

이 밖에 현대자동차, 국방과학연구소, LIG넥스원 등도 산업용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여러 연구기관과 기업체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경우도 감지된다.

 

현재까지 개발된 웨어러블 로봇은 대부분 하반신 보조가 목적이다. 우선 두 다리에서 강한 힘을 낼 수 있어야 안정적으로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팔다리를 모두 보조하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무게가 증가하고 크기가 커지는 데다 훨씬 복잡한 제어기술이 필요해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개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재호 FRT 대표는 “전신을 모두 감싸는 웨어러블 로봇이 실용화 수준까지 개발되는 것은 국내에서 ‘파이언맨’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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