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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④] 부활하는 ‘과기혁신본부’ 영향력 발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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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06일 07:00 프린트하기

▶ 3줄 요약

1. 문재인 정부는 여당과의 합의를 거쳐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2. 하지만 과기혁신본부의 체급이 낮아 예산조정 등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리란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연구개발(R&D) 사업을 집행하는 미래부 스스로가 예비타당성조사 권한까지 갖게 되면, 선수가 심판도 함께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 따라서 과기혁신본부가 성공하려면 우선 대통령의 정책의지가 확고해야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독임부처로의 개편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아사이언스DB
동아사이언스DB

정부와 여당(더불어민주당)이 5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과학기술정책 총괄, 연구개발(R&D) 사업 예산 심의·조정, 연구 성과 평가를 전담하는 조직이 생기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빠른 시일 내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이달 열리는 임시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조직 개편이 예고되면서, 과학기술정책에도 변화가 생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과기혁신본부는 기존 1차관 산하의 과학기술정책본부(과학기술정책국, 연구개발투자심의국)의 기능에 R&D 예산 관련 권한이 더해진 형태다. 정부는 기존의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었던 R&D 예비타당성조사 권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운영비·인건비 조정 권한 등을 과기혁신본부로 이관했다. 기재부의 R&D 지출한도 설정에도 참여하게 된다.

 

과기혁신본부장은 국무회의에도 배석돼 중요한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상정한 안건에 대한 예비검토 같은 실무 지원에도 나선다. 또 과기혁신본부의 주요 직위에는 과학 분야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 등이 개방형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관련 기사: 미래부에 ‘과학기술혁신본부’ 신설…‘창조경제’ 빠지고 R&D 예산권한 강화)
 

● 일반 차관급 과기혁신본부, 장관급 부처에 영향 미치는 데는 한계 우려


문재인 정부의 과기혁신본부는 참여정부의 과기혁신본부와 닮았다. 당시 노무현 정부도 과학기술부 산하에 차관급으로 과기혁신본부를 설치하고, 과학기술 관련 범부처 R&D 정책을 기획하고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인력 구성 역시 과기부뿐만 아니라 타 부처, 외부 전문가를 적절히 섞어 전문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과기혁신본부는 MB정부에서 폐지됐지만, 9년 만에 다시 부활한 셈이다.
 
참여정부에서 마지막 과기혁신본부장을 지낸 박종구 전 교과부 차관(초당대 총장)은 “R&D 예산의 경우 다른 분야와 달리 기획과 조정에 전문성이 필요한데, 이를 과학기술정책과 연계해 관리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이 다시 생겼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며 “과기혁신본부는 이미 잘 알려진 성공 모델”이라고 말했다.

 
다만 체급에서는 참여정부 때와 차이가 난다. 과기혁신본부 자체는 같은 차관급 조직이긴 하지만, 소속 부처의 수장이 부총리가 아닌 장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처 간 정책 조정이 필요할 때 발휘할 수 있는 힘도 약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과기 장관 보좌관 출신인 한 대학교 교수는 “과기혁신본부가 장관급 부처인 미래부 안에 있으면 예산조정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문재인 정부가)임기응변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차관급인 과기혁신부처가 기재부 같은 장관급 부처에 영향을 미치기엔 한계가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박 전 차관은 “정부가 얼마나 과기혁신본부에 독립성을 보장해 주느냐에 달린 문제”라며 “과기혁신본부가 본연의 역할을 잘 해내려면 기재부와 공정하고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기존보다 R&D 예산 권한을 강화한다는 게 조직개편안의 주요 골자”라며 “이를 위해 기재부와 계속해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개편될 예정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조직도. 1차관 산하에 있던 과학기술정책국과 연구개발투자심의국이 신설된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로 옮겨가고, 과학기술정책국에 있던 성과평가정책과는 성과평가정책국으로 격상된다. - 행정자치부 제공
새로 개편될 예정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조직도. 1차관 산하에 있던 과학기술정책국과 연구개발투자심의국이 신설된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로 옮겨가고, 과학기술정책국에 있던 성과평가정책과는 성과평가정책국으로 격상된다. - 행정자치부 제공

● 예타조사권 가진 미래부, 선수심판론 비판 받을 수도…중장기적으로는 독임부처 필요

 
하지만 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권한에 한해서는 과기혁신본부에 너무 과도하게 권한을 넘겨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예타는 타당성조사에 앞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포함되는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성, 재원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즉, 특정 부처가 선심성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기재부가 면밀히 검토해보는 과정이다. 즉, 미래부가 집행하는 자체 R&D 사업에서 선수도 하고 심판도 하는 양상이 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타 부처에서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한편 과기혁신본부장의 역할이 정책 기획 등에서 미래부 1차관의 역할과 겹칠 경우, 불필요한 부처 내 알력 다툼으로 이어질 우려도 나온다. 같은 1차관 소관에 있던 과기 관련 조직들이 두 그룹으로 나뉜 상태에서 과기혁신본부장에 기재부 출신 관료 등 외부 인력이 선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계는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과기혁신본부가 설치되는 것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독임 부처는 아니지만 예산과 관련해 힘을 쓸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복원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동훈 혁신공학연구소 대표는 “과기혁신본부가 R&D 지출한도를 기재부와 논의해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은 참여정부 때보다 강해진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독임 부처로 분리돼야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국내 대학 교수는 “정권 초기에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도 힘을 갖고 추진하면 된다”면서도 “정권 중후반에는 청와대의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의 힘으로 작동되도록 독임부처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정권 초반에는 과학기술부를 이끄는 부총리가 힘을 갖고 연관 부처를 이끌고 갔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는 부총리 주재회의에 각 부처 장관이 불참하는 등 힘이 빠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 관련 기사:.[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②] 과학기술 독임부처 부활, ‘4차 산업혁명’에 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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