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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2017 ④] 새 아이패드와 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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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10일 13:30 프린트하기

아이패드가 세상에 나온 지도 벌써 올해로 8년째다. 지난 2010년 스티브 잡스가 소파에 앉아 소개했던 아이패드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 기기에서 지금 애플이 바라보는 또 하나의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는 점점 더 생산성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번 WWDC17을 통해 하드웨어적으로, 또 소프트웨어적으로 아이패드는 또 다른 단계에 접어 들었다.


아이패드에 쏠리는 관심은 여전히 하드웨어에 있다. 이번에 공개된 아이패드 프로는 이제 기기적으로는 어떤 변화를 더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발전했다. 애플은 기존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와 새로운 10.5인치 디스플레이로 아이패드 프로의 화면을 정리했다. 두 기기는 화면 크기 외에 모든 부분이 똑같다. A10X 퓨전 프로세서는 데스크톱 PC 수준의 처리 능력을 갖췄고, 디스플레이는 현재 애플이 내놓은 기기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아이패드 프로 9.7인치에서 선보였던 트루톤 디스플레이와 DCI-P3 색 표현력에 HDR 표현, 그리고 600니트 밝기를 낸다.

 

가장 큰 차이는 120㎐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1초에 120번 화면을 그려낸다는 것이다. 보통 30프레임을 사람의 눈으로 어색하지 않은 주사율로 보는데, 애플은 대부분의 기기에 초당 60프레임을 그려넣는다. 이것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초당 120프레임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애플은 이를 '프로모션(ProMotion)'이라고 브랜딩을 했는데 한 번 보고 나면 푹 빠져들 정도로 훌륭하다. 이 화면 주사율은 화면에 따라 기기가 스스로 조정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앱 개발자들이 설정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화인데, 영화는 보통 1초에 24프레임을 뿌린다. 하지만 디스플레이가 이를 더 높은 주사율로 그려내면 영화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적절한 프레임으로 보여준다. 대신 게임이나 카메라 촬영에서는 더 많은 프레임을 그리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이 주사율과 새 프로세서 덕분에 애플 펜슬은 반응 속도가 20밀리초로 빨라졌고, 화면과 애플 펜슬의 펜 끝이 떨어지지 않고 실제 연필로 긋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애플 펜슬을 이용하는 앱들도 늘었고 그 결과물도 PC에 나오는 앱들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방식이 다를 뿐이다.


어쨌든 새 기기들은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원고 작성에 쓰는 입장에서 보면 더 나은 성능과 큰 디스플레이만으로도 욕심이 생긴다. 제품을 보고 난 뒤 12.9인치와 10.5인치가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를 묻는 것처럼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하드웨어보다 운영체제, 즉 iOS11에 있다.

 

이번 WWDC의 키노트는 모두 여섯가지 주제가 언급됐다. 4번째가 iOS11이었고, 5번째가 아이패드였다. 아이패드도 iOS를 쓰는 기기이고, iOS는 그 동안 아이폰에 더 무게가 실렸는데, 이번에는 애플 스스로도 아이패드 자체에 꽤나 무게를 실었다. 특히 iOS11은 지금으로서는 아이폰보다 아이패드를 위한 운영체제에 가깝다. 이름은 같지만 그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다시 아이패드의 처음으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아이패드는 꽤 오랫동안 아이폰의 운영체제에 더부살이를 해 왔다. 애초 아이패드에 쓰인 운영체제도 지금의 iOS가 아니라 '아이폰OS'였다. 애플은 해상도를 떠나 화면 크기를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UX를 달리하도록 했지만 초기 아이패드 앱들의 상당수는 아이폰의 화면을 떠나지 못했다. '큰 아이팟 터치'라는 별명이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iOS5를 넘어서면서 조금씩 두 기기의 iOS는 차이를 보이긴 했다. 그리고 생태계는 두 디스플레이를 다른 용도로 쓰는 것에 대해 익숙해졌다. 하지만 정작 iOS는 아이패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지난해 iOS10은 알림센터를 비롯해 첫 화면 디자인에 꽤 큰 변화가 있었고 아이폰을 더 세련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아이패드의 iOS는 어딘가 낯설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느낌이 사라졌지만 iOS11은 지난해의 묘한 어색함이 다시 떠오를 정도로 치밀해졌다. iOS11은 완전히 아이패드를 위한 운영체제가 됐다.

 

가장 큰 변화는 화면 아래의 앱 독이다. 이 부분은 여지껏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차이가 없었다. 새 독은 앱을 최대 13개까지 넣을 수 있고, 시리가 아이패드의 이용 습관을 분석해 적절한 앱 세 가지를 미리 꺼내 준다. 그 정확성은 둘째 치더라도, 자주 쓰는 앱을 독에 모아 두는 데에 디자인적으로 부담이 없다.


이 독은 이전처럼 앱을 실행하면 사라지지만 손가락을 화면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면 툭 하고 튀어나온다. 이전같으면 제어센터가 나와야 하는데 제어센터를 보려면 손을 더 위로 밀거나 한번 더 위로 쓸어올리면 된다. 독과 제어센터의 모양은 이제까지 아이패드와 완전히 다르고, 아이폰의 iOS11과도 다르다. 이 독의 앱 아이콘을 조금 길게 누르면 앱은 작은 창으로 '툭'하고 튀어나온다. 이를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놓으면 화면이 분할되면서 두 개의 앱 창이 뜬다. 분할 화면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를 불러오는 편의성은 확실히 좋아졌다. 물론 이전처럼 화면 오른쪽을 쓸어 넘기는 것으로도 창을 갈라 쓸 수는 있지만 그 습관은 이제 사라질 것 같다.


제어센터는 단순히 기기 제어 버튼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열려 있는 창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홈 버튼을 두 번 눌러 앱을 전환하려고 해도 이 제어센터 창으로 넘어온다. 이 화면은 독, 기기제어, 열려 있는 창 등이 두루 섞여 있는데 넓은 화면을 잘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창을 닫으려면 예전처럼 창을 길게 누르면 된다.

 

멀티 터치도 달라졌다. 키노트에서는 슬쩍 넘어갔지만 아이패드의 멀티 터치는 두 손가락이 아니라 두 손을 함께 쓸 수 있게 되면서 그 활용도가 진화했다. 대표적인 게 사진 앱이다. 여러 개의 사진을 고를 때 이전에는 '선택' 버튼을 눌러 체크 버튼을 채웠지만 iOS11에서는 사진 파일을 하나 길게 눌러서 잡은 채로 다른 사진들을 누르면 먼저 잡아 두었던 파일에 툭툭툭 함께 묶인다. 이대로 사진을 집은 채로 다시 다른 손가락으로 e메일 앱을 열고 편지 입력창에 사진을 놓으면 여러 장의 사진이 첨부된다. 이는 이번에 새로 추가된 '파일즈(files)' 앱에서도 똑같이 활용할 수 있다. 이 기능 자체의 신선함도 있지만 아이폰의 멀티 터치가 아니라 아이패드 자체의 멀티터치 방식이 생겼다는 점이 반갑다. 물론 이는 아이폰의 iOS11에서는 안 된다.

 

파일즈는 iOS11의 기본 앱이다. 기존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의 확장판으로 드롭박스나 구글 드라이브도 이 안에서 열어볼 수 있는 통합 탐색기다. 그 동안 아이패드를 쓰면서 작업 내용을 클라우드 링크가 아니라 파일 그 자체로 e메일이나 메시지에 첨부하는 게 쉽지 않았던 점이 불편했는데, 이제는 기존에 주고받던 e메일 쓰레드에 탐색기나 파인더를 쓰듯이 파일을 끌어다 넣어 첨부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iOS에 파일 관리자가 들어가는 것은 낯선 일이지만 이것 하나로 아이패드로 일을 하는 데에 큰 걸림돌 하나가 사라졌다.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의 인기나 관심도가 예전같지는 않다. 이는 스마트폰이 더 커지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업무에 이 애매한 중간계의 기기를 활용하지 않는 습관도 영향을 끼치는 듯하다. 여기에 아이패드로는 아예 일을 할 수 없다는 인식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도 아이패드를 두고 생산성을 논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분명 생산성을 목표로 변화하고 있고, 애플 스스로도 아이패드의 역할과 하드웨어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는 인상이 iOS11에서 언뜻언뜻 비춰진다. 조금 늦었지만 새 하드웨어보다도 그 변화의 시작이 이번 iOS 업데이트의 가장 큰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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