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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못 버리는 것도 병, 저장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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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못 버리는 것도 병, 저장강박증

2017.06.13 12:00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 수집광이었던 그는 매일 일반적으로 별 의미없는 물건을 사 모으고 정리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5층짜리 대저택에 살던 그는 쌓아둔 물건 때문에 겨우 방 두 개만 쓸 수 있었다는데요. 비정상적인 강박증의 경계로 추정됩니다.


강박증 중 하나인 저장(hoarding)은 쓸모 없거나 가치 없는 물건을 못 버리거나 수집하는 증상입니다. ‘물건을 버리거나 잃게 될까’ 하는 걱정이 대표적인 저장강박사고이며, 물건을 수집하거나 쌓아 두는 것이 저장강박행동입니다. 물건을 버리고자 하면 ‘언젠가 필요할 것이다,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언젠가는 가치 있는 물건이 될 것이다’ 등의 생각으로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죠.


저장강박은 특이한 것이 아닙니다. 설치류나 조류가 식량을 채집하고 쌓아 놓는 행위처럼 저장은 생물학적으로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행위입니다. 사람도 자연재해나 큰 사건이 있을 때 라면이나 통조림, 물, 부탄가스 등을 사재기하는 걸 보면 결국 저장이란 생존과 관련된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와 지식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곧 권력이고 이것이 가능한 집단과 아닌 집단 사이에 차이가 난다. - 미셀 푸코

현대에서는 정보가 곧 동물의 식량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나아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는 것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수단이 되었죠.


다시 보지 않는 e메일을 수백 통씩 쌓아두듯 처음에는 단순히 필요한 것들을 모아두는 일에서 시작해서 쓸 수 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거나, 쓰지 않는 물건을 사 모으는 것으로 진행됩니다. 심해지면 쌓아둔 물건이 너무 많아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버거워지고 정신을 차려보면 온 집안이 쓸모없는 물건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죠.


뇌과학에서는 저장강박증을 새로운 자극을 처리하지 못하고 해결되지 않은 과거 자극이 계속 맴돌 때 생기는 뇌기능 장애로 설명합니다.


저장강박행위와 관련이 있는 뇌 부위

안와전두엽: 보상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관여

앞쪽 대상피질: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상황을 지켜봄

미상핵: 특정 자극에 맞춰 습관화된 행동을 선택하고 수행

기저핵 같은 선조체 구조물: 원하는 동작이나 반응이 되도록 조절


실제 저장강박증 환자들은 안와전두엽에서 선조체 안쪽으로 연결되는 회로가 과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이 과활성화 되면 특정 행동, 이 경우엔 ‘저장’을 반복하게 됩니다. 또 새로운 자극이 들어왔을 때 이를 처리하는 배외측전두엽에서 바깥쪽 선조체로 연결되는 회로에 문제가 생겨도 저장강박증이 나타납니다. 새 자극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하던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장강박증 치료에는 문제가 있는 뇌 회로를 직접 교정해주는 심부뇌자극술이 있습니다. 심부뇌자극술은 대뇌안쪽으로 사람 머리카락 두께의 전극을 삽입하고 전류를 통해 뇌세포의 활성을 조절합니다.


저장강박증도 결국 대뇌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결과입니다. 단순히 애지중지하는 물건을 모으는 정도를 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저장강박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참고: 과학동아 2012년 07월호 ‘못 버리는 것도 병, 저장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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