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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쓸 방법 없는 과학대중화 예산, 대안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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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16일 19:00 프린트하기

“대중에게 국가의 연구 성과를 알리고 과학적 지식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 과제마다 과학문화활동비가 책정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예산을 제대로 쓸 길이 없습니다.”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관계자 A 씨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과학문화활동비(과문비)’의 사용 실태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과문비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2005년 연구개발사업비 세목으로 만들어졌다. 체계적인 국가 연구성과의 홍보와 대중 강연, 체험활동, 홍보물 제작, 홍보전문가 양성 등 과학문화 확산과 관련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과문비는 직접비의 5% 이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과문비는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문비를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6년 열린 대한민국과학축전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스에서 어린이들이 공간인식 및 증강 인터랙티브 시스템을 체험하는 모습. - ETRI 제공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과학축전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스에서 어린이들이 공간인식 및 증강 인터랙티브 시스템을 체험하는 모습. - ETRI 제공

‘과문비’ 활용 크게 위축된 원인… 포괄적 규정, 제한적 해석 탓
 

과문비는 2012년까지는 큰 무리없이 활용됐다. 출연연은 연구비에 포함된 과문비를 활용해 기관 차원의 연구성과 홍보뿐만 아니라 매년 열리는 ‘대한민국과학축전’을 비롯한 전시, 대중과학교육 등을 진행해 왔다. 출연연 관계자 B 씨는 “이전에는 연구개발사업비의 간접비로 ‘연구홍보비’가 있었지만 사용 실적이 20% 미만이었다”며 “과문비가 신설된 이후 과학문화 확산과 관련된 예산의 사용 실적은 80~90%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3년과 2014년, 출연연 ‘주요사업’의 과문비가 목적 이외의 용도로 부적절하게 사용됐다는 감사 지적이 이어지면서 과문비의 활용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그 과정에서 연구기관이 각 사업에 책정된 과문비를 모아 기관 차원의 연구성과 홍보나 과학문화 활동을 한 경우까지 문제시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기관 주요사업 관리규정’ 38조가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따르면, 간접비목이 없는 주요사업의 경우에는 과문비가 직접비로 규정돼 있다. 직접비는 간접비와 달리 연구책임자의 발의 하에만 집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당시 출연연은 과문비를 간접비로 해석하고 홍보 전담부서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했다. B 씨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는 과문비가 간접비로 규정돼 있고, 과문비에 대한 규정 자체가 집행 가능한 용도의 유형이나 범위, 방법 등에 대한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포괄적인 규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규정에 대한 출연연과 외부감사기관의 해석이 엇갈린 것이다.

 

이후 과문비는 해당 연구개발사업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과학문화 활동이나 해당 연구성과를 홍보하는 데만 집행할 수 있도록 제한 지침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는 어떤 경우든 과문비가 직접비로 간주돼 홍보 전담부서가 관여할 수 없게 됐고, 연구책임자가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계상해 활용하게 됐다.

 

이로써 과문비 집행 총액도 최근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당시 현재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역할을 한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가 정부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25개 출연연에서 185억 원이 과문비로 편성됐고 이 중 84%(156억 원)가 실제 사용됐다. 그런데 2015년에는 과문비로 편성된 예산의 규모가 130억 원으로 줄었고, 이 중 81%(105억 원)가량이 쓰였다. 사용률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절대적인 편성 규모 자체가 감사 지적 전후 50억 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총 사업비(국가연구개발사업, 주요사업 등)의 규모가 2012년 3조615억 원에서 2015년 4조5708억 원으로 50%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문비 계상 규모와 사용 실적의 실제 감소 폭은 더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 무관심한 연구자, 소액의 과문비… 과학문화 진흥은 ‘뒷전’

 

과문비는 집행 규모뿐만 아니라 예산 활용도의 질적 수준도 떨어졌다는 평가다. 연구책임자 각자가 알아서 과문비를 활용해야 하지만, 연구성과 홍보나 과학문화 활동에 자발적인 관심을 갖는 연구자들은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연구에 집중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차기 과제를 수주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본업이다. 과제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홍보 실적에 큰 힘을 기울이긴 어렵다. 연구책임자가 전문적인 홍보 활동을 기획해 추진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힘들다.

 

또 과문비를 해당 과제에만 각각 사용하도록 제한하다보니 사용할 수 있는 개별 과문비의 규모도 소액에 불과해 홍보 전담부서에서 흡수, 통합해 활용할 때보다 홍보 효과도 떨어진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을 맡고 있는 한 출연연 연구책임자는 “작은 규모의 과문비로 할 수 있는 홍보 활동은 연구 과제 홍보를 위한 사진과 그래픽 자료 등을 구입해 간단한 리플렛 등 홍보물을 제작하는 일 정도”라며 “휴대용 USB 저장장치나 볼펜, T셔츠 등의 연구실 홍보 기념품을 만드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출연연 관계자 C 씨는 “과문비는 세부정산을 하지 않는 데다 감사 지적 이후에는 홍보 전담부서에서 관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과문비가 과학문화 활동에 활용되는지 통계치를 추산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과문비가 연구성과 홍보보다는 다른 용도에 사용되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출연연 관계자 A 씨는 “여전히 과문비가 높은 사용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홍보 전담부서가 관리하고 집행할 때보다 연구성과 홍보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실제 과학문화 확산에 사용되는 비중은 과문비 제정 이전 수준인 10~20%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6 과학기술 국민 이해도 조사 -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수행한 2016년 과학기술 국민 이해도 조사 결과. 늘어나는 국가 연구개발(R&D) 투자와는 반대로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줄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문화 진흥을 위해 다양한 방식을 고민할 수 있지만, 우선은 과학문화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과문비라도 정상화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문비의 활용 범위는 묶여 있는데, 정부는 매년 진행하는 대한민국과학축전 같은 정부 주도의 과학문화 행사에 출연연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출처: 한국과학창의재단 자료

● 과문비 통합 활용 가능토록 규정 개정 필요… 투명성도 제고해야

 
이 같은 이유로 과문비를 효과적으로 쓰게끔 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출연연 관계자 E 씨는 “대국민 과학문화 확산이라는 과문비의 기본 취지에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관 차원에서 과문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문비 중 일부를 출연연 전체 홍보 전략 과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규정을 두자는 얘기다. 주요사업 관리규정의 경우, 직접비로 규정돼 있는 과문비를 간접비 성격의 세목으로 새롭게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 F씨는 “현재는 해석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주요사업에서 같은 직접비로 규정되는 연구실 안전관리비의 경우는 지금도 안전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전담부서에서 모아 활용하고 있는데 과문비만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기관 차원의 홍보를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그 용도가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가령 전략적 홍보라는 명목으로 기관장이 임의로 과문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사용 가능한 세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연연 관계자 D 씨는 “과학문화 활동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과문비를 활용하거나 실비보다 더 큰 비용을 계상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과문비를 집행할 때 각 연구책임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만든다거나 세부정산을 하는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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