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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獸)페셜리스트] “동물복지는 감성이 아닌 과학으로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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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18일 15:00 프린트하기

[이혜원 건국대학교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 인터뷰]

 

 

밀집형으로 사육되는 동물은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이상 행동을 많이 보입니다.

그들이 왜 이상행동을 보이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해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연구자의 몫이에요.

불쌍하다, 잔인하다라는 감성만으로는 해결 방법이 나올 수 없지요.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물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아갈 권리에 대해 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소장은 독일 뮌헨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에서 수의사로 근무하다가 2014년에 우리나라로 돌아와 동물복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GIB 제공
GIB 제공

 

Q1. 동물복지연구는 유기견이나 유기묘 같은 반려동물 복지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것인가요?
A.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가축처럼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모든 동물이 최소한의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보통 윤리적인 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동물 복지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지난해와 올해 유난히도 동물과 관련된 이슈가 많았다. 역대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후보들이 모두 동물 복지와 관련된 공약을 냈다. 강아지 공장 이슈로 시작된 동물보호법 개정이 있었고, 사상 최대 살처분이 있었단 조류독감(AI) 사태도 있었다. 최근에는 실험 동물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돕는 다른 생명체들의 삶에 대해 사회적으로 생각해볼 때가 됐다는 의미다.

 

흔히 ‘동물 복지’라고 하면 사람과 가까이에 사는 반려동물 학대 문제나 유기견 문제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동물 복지의 영역은 그보다 훨씬 넓다. 야생동물이나 동물원 속의 동물의 삶은 물론 산업 동물로서 경제성을 따지게 되는 가축 영역에서도 동물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동물 복지에 대해 알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동물 복지가 엄연히 학문의 한 분야로 여겨진다. 독일에서 수의사로 일한 이 부소장은 독일의 현황을 이야기했다.

 

“독일에는 모든 수의대에 기본적으로 동물복지연구소가 설립돼 있습니다. 국가 고시 과목에도 들어있고요. 동물행동과 위행, 사육 환경 등에 대해서 연구합니다. 대학 외에서도 동물 복지에 대해서 연구하는 곳이 많아요. 농업이나 축산학 관련 분야에서는 사육환경과 관련된 연구도 많이 진행합니다.”

 

동물 복지 분야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되고 있는 분야는 닭이나 돼지 같은 농장 동물이다. 일단 이들의 숫자가 가장 많다는 것이 크다. 닭만 해도 한 해에 도계장으로 이동하는 수가 약 500억 마리나 된다. 비공식적으로 닭 잡는 수까지 더해지면 그 양은 훨씬 늘어난다.

 

“동물 복지에 대해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이야기해야해요. 경제성이 걸려있는 만큼 감정적인 호소로는 잘 설득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구가 필요한 거예요. 동물이 최소한의 살 권리를 얻으면서도 동시에 그 동물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큰 문제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할테니까요.”

 

 

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
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

 

 

Q2. 가축한테 동물복지를 적용하면 계란이나 고기값이 비싸지진 않나요?
A. 동물 복지는 가축을 완전히 해방시키는 분야가 아닙니다. 그들이 본능에 따라 살 수 있도록 아주 작은 부분을 고려하자는 거지요. 유럽에서는 2012년부터 배터리 케이지에서 닭을 키우는 것을 완전히 금지했어요. 하지만 금지 전과 비교해 달걀 값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저 아주 약간의 인식 변화가 필요할 뿐이에요.

 

이 부소장은 동물 복지 이야기를 하면서 닭을 예로 들었다. 지금까지 닭은 ‘배터리 케이지’라고 부르는 밀집형 사육 방식으로 사육을 해왔다. A4 용지 2/3 정도 밖에 안되는 공간에서 닭은 꼼짝도 못한 채 사료를 먹고 그 자세 그대로 알을 낳아야 했다. 배변도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것은 당연했다. 먹고 알을 낳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닭들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십상이다. 스스로 깃털을 뽑거나 상처를 낸다. 이 행동을 못하게 하기 위해 부리를 자르는 일도 있었다.

 

경제성을 위해 생명을 물건 취급하던 방식을 제지하기 위해 나온 방안은 ‘인리치드 케이지’라고 부르는 방식이다. 인리치드 케이지는 닭의 본능을 채워주기 위해 모래 목욕을 할 수 있는 모래판, 뛰어 오를 수 있는 횃대, 알을 낳는 둥지를 마련한 케이지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이 케이지는 닭 한 마리에 A4 용지 한 장 정도 밖에 공간을 쓰지 않는다. 즉 닭 한 마리당 할애하는 공간을 아주 약간만 늘리면 닭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배터리 케이지에서 키운 닭의 달걀은 10개에 1.49유로(약 1456원) 정도였어요. 인리치드 케이지 달걀은 1.99유로(약 2522원) 정도고요. 달걀 1개에 100원 정도 비싸지지요. 이상적인 것은 야생 닭들이 그렇듯 넓은 공터에 닭을 풀어서 키우는 거지만  그 방식으로는 도저히 현대 사회의 달걀 소비량과 가격 경쟁력을 맞출 수 없어요. 그래서 동물 복지는 계속 연구가 필요한 겁니다.”

 

이 부소장은 동물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달걀 값은 큰 차이가 없더라도 닭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 입장에서는 어쨌든 사육 시설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큰 일이다. 국가에서 한 번에 시설을 바꿀 수 있도록 100% 지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럽 연합은 2012년 배터리 케이지를 전면 금지하기 위해서 90년대 후반부터 준비를 했다. 닭 사육틀은 약 10년을 주기로 설비를 교체하기에 농장 주들에게 10년이 넘는 시간을 두고 공지를 하며 차차 사육틀을 바꾸도록 유도했다.

 

설득 논리를 만드는 것도 연구자들의 몫이었다. 기존의 사육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닭이 병이 들거나 자해로 죽는 등 피해가 생기는데, 이를 숫자로 보여주며 설득했다. 이 부소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연구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동물복지연구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지요. 점점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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