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르포] 고리원전 1호기, 가동 40년 만에 영구정지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7년 06월 19일 14:32 프린트하기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전경. 국내 첫 상용원전인 고리 1호기는 18일 밤 12시 영구정지 됐다.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국내 첫 상용원전인 고리 1호기는 18일 밤 12시 영구정지 됐다.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고리 1호기 D-4.’
 
14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출입구 검색대 앞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국내 첫 상용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이날로부터 4일 뒤인 18일 밤 12시, 영구적으로 가동을 멈췄다.
 
“18일 밤 12시는 고리 1호기가 처음 가동을 시작한 지 만 40년이 되는 시점입니다. 40년간 고리 1호기는 약 15만 GWh(기가와트아워·1GWh는 10억 Wh)의 전력을 생산했습니다. 부산시 전체 가정이 1년간 쓸 전력을 모두 충당해왔던 고리 1호기가 영원히 멈추게 되는 겁니다.”
 
박지태 한국원자력수력(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은 기자들을 주제어실로 안내하며 이처럼 말했다. 주제어실로 가는 길에는 터빈실이 있었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뜨거운 증기를 주입하면, 터빈이 회전하면서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터빈과 발전기가 내는 굉음에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아직까지는 고리 1호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듯했다.
 
주제어실에 들어서자 각종 계기판의 신호가 깜빡였다. 맨 꼭대기 전광판에 뜬 ‘발전기 출력 (시간당) 608MW(메가와트)’가 눈에 띄었다. 최근 건설된 신고리 3호기의 설비용량(1000MW)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고리 1호기의 설비용량(587MW)보다는 높은 수치다. 박 소장은 “현재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를 앞두고 있지만 설비 개선을 통해 효율은 다소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고리 1호기의 주제어실.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고리 1호기의 주제어실.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5년간 원자로 냉각, 해체 계획 수립… 원전 해체 15년 이상 걸릴 듯
 
고리 1호기는 1972년 착공해 1977년 6월 19일 최초임계를 거쳐, 1978년 4월 29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지난 40년간 약 6개월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았다. 고리 1호기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어온 주역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고리1호기는 30년간 운영하고 발전소 설계수명이 만료됐지만, 2007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로부터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이후 10년간 연장운영을 했다.
 
그러나 2015년 에너지위원회는 경제성과 수용성, 해체산업 육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구정지를 한수원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 이사회는 2차 계속운전을 신청하지 않기로 의결, 지난해 6월 원안위로부터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승인 받았다.
 
이로써 한수원은 17일 오전 1시부터 고리 1호기 원자로의 출력을 점진적으로 떨어뜨리다가 오후 6시 터빈 수동정지 버튼을 눌러 발전기를 멈췄고, 오후 7시경 원자로 가동을 완전히 중지시켰다. 이후 섭씨 300도에 육박했던 고온의 원자로를 18일 밤 12시까지 냉각시켜 섭씨 93도 이하로 낮췄다.
  

원전 해체는 건물과 내부의 원자로를 포함한 다양한 설비를 철거하고, 부지를 원전이 지어지기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일련의 과정을 통칭한다. 원전 가동을 멈추고 냉각한 후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인출해 처리한다. 이후 원전 설비 표면에 묻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단계를 거쳐 구조물 해체와 철거, 폐기물 처리, 부지 복원 순으로 진행된다. 고리 1호기의 경우 24시간 농경지로 활용해도 안전한 수준의 ‘그린 필드’보다 한 단계 아래인 ‘브라운 필드’ 수준으로 복원될 예정이다.


원전의 작동은 영구정지 됐지만, 곧바로 원전 해체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초기 5년 동안은 방사성폐기물을 포함한 원자로를 계속 냉각시키면서 해체 계획을 수립하는 준비 과정을 거친다. 이상욱 한수원 원전사후관리처 사후관리전략팀장은 “5년 뒤 고리 1호기의 해체 인허가를 받더라도, 곧바로 전면 해체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듯 하다”며 “최소 15년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발전소 전경.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발전소 전경. -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은 오리무중… 원자력연, 해체기술 2021년까지 개발

 

현재 고리 1호기 해체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영구처분 시설을 지을 부지를 선정하고, 2053년에는 영구 처분시설을 가동한다는 목표다. 때문에 한수원은 “아직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정부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현재로서는 수년 내 사용후핵연료가 갈 곳이 없는 상황에 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은 원전 안 습식저장조(수조)에 일정 기간 임시 저장한다는 방침이지만, 2024년이면 고리 1·2·3·4호기와 신고리 1·2·3호기의 수조가 모두 포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 가동하지 않고 있는 신고리 4호기 수조를 합하더라도 수년 정도밖에 버티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추가로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할 건식저장조를 신설할 계획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고리 4호기에도 빈 수조가 있지만 활용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서범경 원자력연 해체기술연구부장은 “원전 해체 비용의 30%가 방사성폐기물 처리 비용”이라며 “그 중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폐기물(구조물, 압력용기, 콘크리트 등)은 대부분 저준위·극저준위이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처리장이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장만 해결되면, 양이 적은 중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같은 처리장에서 함께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미국에서 들여온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 2’와 ‘트리가 마크 3’를 해체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큰 상용 원전 해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21년까지 원전 해체사업에 필요한 기술을 자체 개발할 계획이다. 제염기술, 원격 원전 해체기술, 방사성폐기물 처리 기술, 환경복원 기술 등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기술들을 향후 원전 해체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에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 부장은 “해체사업뿐만 아니라, 기술적 진보와 지식 축적 차원에서도 필요할 것으로 보고 우선은 원전 해체에 필요한 모든 기술의 자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에 국내 기술이 얼마나 활용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국내 기술로 해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해외 업체와 협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 문 대통령, “탈핵, 탈원전, 미래 에너지 시대 열겠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전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전 중심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는 선언이다.

 

현재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도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선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혀, 건설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의 대전환”이라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청정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 미래 에너지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7년 06월 19일 14:32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18 + 6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