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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vs 퀄컴, 반도체 특허 분쟁 속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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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vs 퀄컴, 반도체 특허 분쟁 속 사정

2017.06.22 16:00

애플과 퀄컴의 특허 분쟁이 다음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에 추가 소장을 내고 퀄컴의 이중 라이선스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더했다. “퀄컴은 칩의 사용과 관계 없이 판매된 제품마다 높은 특허 사용료를 내는 불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는 법적 의견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애플 제공
애플 제공

올해 초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는 퀄컴이 모뎀 공급을 두고 막강한 시장 지위를 이용해 제조사들의 선택권을 막고, 결과적으로 경쟁사들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곧이어 애플은 퀄컴의 모뎀 관련 특허가 반독점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10억달러 대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2011년부터 5년간 퀄컴의 칩을 공급받는 대신 다른 모뎀 제조사의 칩을 받지 않기로 했다는 FTC의 문서까지 공개되면서 이 특허 분쟁은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지난해 애플이 국내에서 삼성전자를 부추겨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판결을 이끌어냈다며, 퀄컴이 계약 위반을 들어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흉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퀄컴도 맞불을 놨다. 애플이 칩 공급 비용을 낮추기 위해 반독점법을 이용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올 4월 블랙베리가 퀄컴에 낸 특허 사용료 중 8억 달러를 돌려받게 됐고, 애플이 노키아와 벌이던 특허 소송이 원활하게 마무리 되면서 특허 분쟁에 대한 관심은 이 애플과 퀄컴의 전쟁으로 쏠리게 됐다. 그리고 이 특허 분쟁은 점점 더 예민한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애플 제공
애플 제공

특히 애플은 이번에 추가로 소장을 내면서 더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퀄컴의 복잡한 특허 비용이 업계 혁신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새로 끄집어낸 논점의 핵심은 이미 판매된 제품에 대한 특허 사용료가 추가로 부과된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는 지난 5월 미국 연방대법원의 한 소송과 연결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5월 한번 판매된 제품에 대해 특허료를 다시 요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반도체가 아니라 프린터 업계가 잉크 카트리지 재활용에 제한을 건 것에 대한 판결이다. 잉크젯 프린터 업체들은 잉크를 통해 수익을 얻기 때문에 외부 잉크의 사용을 막으려고 노력하곤 한다. 법원은 렉스마크가 한번 쓴 잉크 카트리지에 잉크 업체들이 추가로 잉크를 넣지 못하도록 작은 칩을 심어 재사용을 막은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렉스마크는 잉크 카트리지 특허를 내세워 방어에 나섰지만 법원은 ‘카트리지는 한번 판매되면 관련 특허권이 소진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카트리지는 판매된 이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제조사가 잉크 재생 업체들이 추가로 잉크를 넣는 것에 대해 특허권을 청구하는 게 옳지 않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퀄컴은 프로세서와 모뎀을 공급하는 제조사이자, 동시에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특허 기업이기도 하다. 퀄컴은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운영을 해 왔다. 퀄컴은 모뎀의 핵심 기술들을 쥐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퀄컴의 특허를 벗어나서 모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퀄컴은 이를 통해 퀄컴 칩을 쓰지 않은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제조사들이 특허료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퀄컴 외에 인텔 모뎀을 함께 쓰고 있는데, 애플로서는 인텔의 칩을 구입했음에도 (인텔 모뎀에 퀄컴의 특허 기술이 쓰였다는 이유로) 제품 1대당 일정 비율로 퀄컴에 이 칩을 쓰는 대가를 또 치러야 한다. 애플은 퀄컴이 칩과 제품에 2중으로 특허 비용을 무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추가 자료를 통해 주장했다. 또한 퀄컴이 이 라이선스 비용을 낮춰주는 대가로 퀄컴의 칩만 사용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 애플의 입장이다.

 

퀄컴 제공
퀄컴 제공

“스마트폰이 단순히 데이터나 음성을 주고받는 것 이상의 기술로 발전하고 있지만 퀄컴은 카메라나 터치스크린 기술을 파는 것처럼 영업하길 원한다. 모든 스마트폰에 라이선스를 요구하는 것은 스마트폰이 그저 전화기일 때만 가능한 일이다. 현재의 라이선스 방침은 퀄컴이 기존의 독점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강요일 뿐이다.”

 

애플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애플은 10여년 간 퀄컴의 모뎀칩을 이용해 아이폰을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퀄컴의 칩을 쓰겠지만 이제 특허 관계를 명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퀄컴이 애플에 대해 2011년까지 2016년까지 다른 칩 사용을 제한했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이 소송은 단순히 두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의 문제로 번질 기세다. 부품의 특허와 제품의 특허 사이의 논란은 정답 없이 오랫동안 많은 갈등을 낳아왔다.


통신 관련 기술은 유난히 특허 분쟁에 민감하다. 특정 기술이 없으면 아예 시장 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럽통신표준연구소(ETSI)는 특정 기술을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라고 부르는 표준 특허로 분류하고 기본적인 사용료만 제공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던 바 있다. 하지만 그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사실상 칩과 별도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라이선스 비용을 내야 하는 일이 많았다. 2012년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의 통신 특허 소송도 비슷한 사건이다. 각 기업 사이의 관계가 좋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면 이 특허들은 양날의 검이 된다. 기술에 대한 당연한 권리와 부당한 압박 사이의 경계는 얇은 종이 한 장 차이만큼이나 예민하기 때문이다.


최근 퀄컴은 이 라이선스와 관련해 복잡한 소송에 자주 얽히고 있다. 퀄컴의 모뎀 기술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모바일 프로세서 역시 스마트폰 업계를 좌지우지할 만큼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기업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영향력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규모가 커질수록 특허나 독점과 관련된 논란이 점차 커지게 마련이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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