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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⑩ 부자는 왜 큰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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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02일 10:00 프린트하기

네 줄 요약
1. 유산 상속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정해진다.
2. 특히 인류는 근연도와 번식가능성에 따라, 유산 비율을 정하는 경향이 있다.
3. 하지만 상속의 법칙은 사회적 조건과 혼인 규칙, 재산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4. 과거 사회의 상속 법칙은 이제 더 이상 잘 작동하지 않는다.


 

찰스 디킨즈의 소설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을 보신 적이 있나요? ‘기대’와 달리 주인공은 유산을 받지 못합니다만, 보다 소중한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진정한 유산이었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의미’보다는 실제 유산에 더 관심이 많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유산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그리고 여러분의 재산은 어떻게 분배할 계획인지요?

 


상속의 원칙과 친족 선택


우리는 성공적 번식 가능성이 높은 자식에게 양육 투자를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친족 선택 이론이라고 합니다. 물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은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평생 일군 물질적 재화 중, 다 쓰지 못한 재산을 유산으로 남기게 됩니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운이 결합된 결과물이죠. 즉 유산을 물려받는다는 것은, 상속인의 삶 일부를 제공받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피상속인 입장에서는 엄청난 적응적 이익을 얻게 됩니다. 가능한 한 많이 받고 싶죠. 그러나 상속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상속하려고 합니다.


어차피 죽고 난 뒤에 물려줄 재산인데, 누구에게 주던 무슨 상관일까요?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합니다. 우리는 유전적 근연도에 따라서 재산을 남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정해집니다.


1. 유전적으로 무관한 다른 사람보다,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더 많은 재산을 상속한다.
2. 먼 친족보다 가까운 친족에게 더 많은 재산을 남긴다.
3. 형제 자매보다는, 자식에게 더 많은 재산을 물려준다.

 

위대한 유산의 주인공 핍은 궁핍한 유년기를 보낸다. 그러다가 낯선 사람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제의를 받는다. 단 ‘신사가 될 것’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 F.A. Fraser 제공
위대한 유산의 주인공 핍은 궁핍한 유년기를 보낸다. 그러다가 낯선 사람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제의를 받는다. 단 ‘신사가 될 것’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 F.A. Fraser 제공

물보다 진한 피


당연한 일입니다. 별로 관련도 없는 사람보다는,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죠. 형제 자매는 자식과 유전적 근연도가 동일하지만, 자식의 미래가 더 창창합니다. 유산을 남길 무렵이면, 형제 자매도 대부분 노인일 테니 말입니다.


잠깐 그런데 왜 배우자에게 유산을 많이 남길까요? 가장 가까운 사람임에는 분명하지만, 유전적으로는 ‘남’일 뿐인데요. 이는 배우자에게 남긴 재산이, 결국 자녀를 위해서 가장 잘 쓰이기 때문입니다. 나와는 ‘유전적 타인’이지만, 자식의 부모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식이 여러 명일 경우에는 좀 복잡해집니다. 실제 유산 상속은 딸보다 아들, 그리고 장남에게 더 많이 분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불평등한 분배가 종종 큰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유산 분배와 관련해서, 부호의 2세들이 서로 소송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저는 조금만 주어도 군말없이 고마워할 텐데요^^).


캐나다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재산이 많은 부모는 주로 아들에게, 그리고 재산이 적은 부모는 주로 딸에게 유산을 물려주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약 1억원 이상의 유산을 물려줄 때만, 아들에게 더 많이(아들 30%, 딸 15%) 분배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적은 유산을 가진 부모는, 딸에게 더 많이 상속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부모의 재산 수준에 따라 아들과 딸에게 상속되는 유산의 비율이 달라진다. 가난한 사람은 딸에게, 부유한 사람은 아들에게 더 많은 유산을 물려주려는 경향이 있다. - 다음 영화 제공
부모의 재산 수준에 따라 아들과 딸에게 상속되는 유산의 비율이 달라진다. 가난한 사람은 딸에게, 부유한 사람은 아들에게 더 많은 유산을 물려주려는 경향이 있다. - 다음 영화 제공

아들과 딸


재산 상속 경향은 개인의 가치관이나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진화인류학적인 견지에서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추정을 할 수 있습니다.


1. 일부다처제 사회에서는 아들에게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려고 한다.
2. 일부일처제 사회에서는 아들에 대한 집중적 상속 경향이 줄어든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일부다처제 사회에서는 가능한 재산을 아들에게 집중해서, 아들이 여럿의 아내를 거느리게 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손자를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일부일처제 사회에서는 아들에게 재산을 몰아주어도 별 도움이 안됩니다. 차라리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편이 더 많은 손주를 볼 수 있는 방법이죠.


물론 일부일처제 사회에서도 여전히 아들에게 재산을 더 많이 물려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과거 일부다처제 사회의 ‘유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상속 문화는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죠. 아직도 막연하게 ‘모름지기 재산은 아들에게 주어야지’라는 고정관념이 단단하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선 중종 때 문신 종 6품 벼슬을 지낸 권의의 분재기. 그는 75세에 분재기(分財記), 즉 재산 상속 유언장을 남기며, 노비 4명과 집, 논밭을 7남 1녀에게 균등하게 분배했다. 오늘 유언장을 적어보자. 재산을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물려 줄 것인가? - 한국국학진흥원 자료. 연합뉴스 제공
조선 중종 때 문신 종 6품 벼슬을 지낸 권의의 분재기. 그는 75세에 분재기(分財記), 즉 재산 상속 유언장을 남기며, 노비 4명과 집, 논밭을 7남 1녀에게 균등하게 분배했다. 오늘 유언장을 적어보자. 재산을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물려 줄 것인가? - 한국국학진흥원 자료.

왜 부자는 큰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가?


앞서 캐나다 연구에서, 상속 재산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아들에게 더 많은 유산을 물려준다고 하였습니다. 왜 ‘가난’한 부모는 딸에게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려고 했을까요? 이는 많지 않은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어도, 많은 아내를 거느릴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적은 재산을 딸에게 나누어 주는 편이 유리합니다. 딸은 두번째 혹은 세번째 아내라도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여성 입장에서는 좀 수긍하기 어려운 설명이겠습니다만.


게다가 많은 사회에서는 큰 아들(혹은 제일 똑똑한 아들)에게 대부분의 재산을 물려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두 같은 아들인데, 차별을 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좀 있습니다만, 재산의 분할을 막으려는 장치였다는 가설이 유력합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의 영지를 가진 영주라고 해도, 아들이 다섯이면 영지가 다섯으로 나뉩니다. 그 다음에는 스물다섯으로 나뉘고, 곧 125개의 땅으로 조각나게 됩니다. 이래서야 영주의 지위를 유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가문의 정치력과 경제력을 유지하려면, 모든 재산을 한 명에게 몰아주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죠.

 

빌 게이츠는 86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세계 최고의 부자다. 하지만 그는 자녀에게 각각 ‘고작’ 천만달러만 물려 주기로 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을 것이고, 가난뱅이가 되지 않을 정도의 돈도 물려받을 겁니다. 그 다음에는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 Daily Mail Australia 제공
빌 게이츠는 86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세계 최고의 부자다. 하지만 그는 자녀에게 각각 ‘고작’ 천만달러만 물려 주기로 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을 것이고, 가난뱅이가 되지 않을 정도의 돈도 물려받을 겁니다. 그 다음에는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 Daily Mail Australia 제공

에필로그


‘위대한 유산’의 주인공 핍은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을 기대에 들떠 있습니다. 그런데 상속인은 조건을 내세웁니다. 바로 ‘신사가 될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핍은 빚을 지며 속물적인 신사 수업을 받습니다. 그러다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보다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죠. 진짜 신사가 된 그가 상속받은 ‘유산’은 엄청난 재산이 아니라, 바로 삶의 의미였습니다.


이 시대의 바람직한 상속의 법칙은 무엇일까요? 분명 땅이나 돈보다, 사회적 경험이나 지식이 보다 가치 있는 유산입니다. 게다가 가까운 시일 내에 보편적인 일부일처제가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즉 아들이든 딸이든 공평하게 자원을 물려주되, 그것도 돈이 아니라 경험과 지식이라는 무형 자산의 형태로 상속하는 것이 바로 현명한 상속의 법칙입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등을 저술했고, '행복의 역습'(2014), ‘여성의 진화’(2017)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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