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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그 많은 양전자(반물질)는 다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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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그 많은 양전자(반물질)는 다 어디서 왔을까

2017.06.27 17:00

2000년 출간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 때문인지 반물질 하면 많은 사람들이 ‘반물질 폭탄’을 떠올린다. 댄 브라운은 책에서 “매우 불안정한 반물질이 세상을 구원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만들어진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무기 개발에 사용될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필자처럼 과학 주변을 배회하는 경우는 그런 물음이 공허하다는 사실 정도는 들어서 알기 때문에 무덤덤하지만 대신 반물질에서 우주의 비대칭을 떠올리게 된다. 즉 빅뱅 초기 엄청난 에너지에서 물질과 반물질이 쌍으로 생성됐는데 어떻게 지금은 물질로만 이루어진 우주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과학자들은 물질과 반물질 소멸의 비대칭성을 실험적으로 확인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오늘날 우주의 비대칭성을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아무튼 필자에게 반물질은 허구나 과거의 존재로 여겨졌다.

 

제1형 초신성 폭발 과정에서 생긴 니켈56은 불안정해 코발트56과 철56으로 두 단계에 걸쳐 재빨리 붕괴하며 양전자를 만든다. 양전자는 주변의 전자를 만나 소멸함면서 감마선을 내놓지만 대부분 폭발 잔해에 흡수돼 관측되지 않는다. 제1형 초신성 G299의 잔해 모습. - NASA 제공
제1형 초신성 폭발 과정에서 생긴 니켈56은 불안정해 코발트56과 철56으로 두 단계에 걸쳐 재빨리 붕괴하며 양전자를 만든다. 양전자는 주변의 전자를 만나 소멸하면서 감마선을 내놓지만 대부분 폭발 잔해에 흡수돼 관측되지 않는다. 제1형 초신성 G299의 잔해 모습. - NASA 제공

베타플러스붕괴로 생성


그런데 수년 전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자 프랭크 클로우스 교수의 책 ‘Antimatter(반물질)’을 번역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가 매일 쬐는 햇빛 가운데 10%는 그 기원이 10만 년 전 반물질이라는 것이다.


태양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의 첫 단계인 수소의 원자핵(양성자)의 융합, 즉 양성자 두 개가 합쳐져 중양자(deuteron)로 바뀌는 과정에서 반물질인 양전자(positron)가 나온다. 양전자는 전자와 질량 등 모든 특성이 같고 다만 전하만 반대다. 이렇게 생겨난 양전자는 곧바로 주변의 전자를 만나 소멸하면서 해당 질량의 에너지(E=mc2에 따라)를 갖는 광자(감마선) 두 개로 바뀐다.


감마선은 빛의 속도로 움직임에도 멀리 가지 못하고 태양 내부의 입자들과 끊임없이 부딪치며 흡수와 방출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서서히 잃고 마침내 태양 표면에 도달했을 때는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으로 바뀌게 된다. 이 과정이 대략 십만 년 걸린다. 따라서 오늘 낮 내가 본 햇빛 가운데 10%가 10만 년 전 핵융합 과정에서 생겨난 반물질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반물질이 단독으로 생성되는 또 다른 메커니즘으로는 방사성 원소의 붕괴가 있다. 고고학 분야에서 쓰이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은 방사성동위원소인 탄소14의 베타붕괴를 이용한다. 즉 불안정한 탄소14의 중성자(n) 하나가 양성자(p+)와 전자(e-)로 붕괴되면서 안정한 질소14로 바뀐다. 전자의 별칭이 베타입자이므로 이 과정을 베타붕괴라고 부른다.


한편 탄소11은 탄소14보다 훨씬 불안정한 방사성동위원소인데 붕괴하는 양식이 좀 다르다. 즉 양성자(p+) 하나가 중성자(n)와 양전자(e+)로 붕괴되면서 안정한 붕소11로 바뀐다. 양전자의 별칭을 굳이 붙인다면 베타플러스(β+)입자이므로 이 과정을 베타플러스붕괴라고 부른다.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할 때 쓰는 장비인 양전자단층촬영(PET)의 양전자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40년 미스터리 풀리나


올해 창간된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천문학’ 최근호에는 우리 은하에서 매초 10의 43승 개 수준으로 만들어지는 양전자의 기원 역시 방사성동위원소의 베타플러스붕괴라는 설득력 있는 가설을 담은 논문이 실렸다.


양전자 10의 43승 개(이하 앞의 숫자는 무시하고 자릿수만 놓고 계산한다. 따라서 한 자릿수 정도의 오류가 생길 수 있다.)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올 텐데 양전자의 질량이 10의 -28승 그램이므로 매초 10의 15승 그램, 즉 1000조 그램(또는 10억 톤)의 양전자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참고로 지구에 있는 전자 모두를 합치면 10의 24승 그램이다. 즉 우리은하에서 100년 동안 만들어지는 양전자를 모아 지구로 보내면 지구의 전자는 모두 소멸한다는 말이다.


매초 10의 43승 개의 양전자가 생기고 있다면 엄청난 것 같지만 우리 은하에는 전자가 이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대부분 생긴 즉시 주변의 전자와 만나 소멸하면서 감마선을 내놓는다. 우리는 우주에서 오는 감마선을 관측함으로써 전자-양전자 쌍의 소멸 빈도를 추정한다. 즉 전자의 질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갖는 감마선(0.511MeV(메가전자볼트))의 피크를 보고 양전자의 개수를 추정할 수 있다. 1970년대 이미 이런 측정이 이뤄졌고 그 결과 우리 은하에서만 이런 엄청난 숫자의 양전자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이 양전자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지난 40년 동안 이에 대한 가설이 분분한데 암흑물질에서 블랙홀까지 안 건드려본 게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건 초신성 폭발 때 만들어진 불안정한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될 때 나온다는 가설이다.


즉 제Ia형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니켈56이 코발트56과 철56으로 두 단계에 걸쳐 붕괴할 때 나오는 양전자가 바로 0.511MeV 감마선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니켈은 원자번호 28, 코발트는 원자번호 27, 철은 원자번호 26이다. 제Ia형 초신성은 초신성의 한 종류로 태양 정도의 질량인 별이 백색왜성으로 일생을 마친 뒤 동반성 같은 인근 천체에서 물질을 끌어들여 다시 격렬한 핵융합이 일어나며 폭발하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불안정한 니켈56이 엄청나게 만들어져 태양 질량의 60%에 이른다. 따라서 니켈56이 붕괴될 때 나오는 양전자는 현재 관찰되는 0.511MeV 감마선 피크를 여유 있게 설명할 수 있다.


이 가설은 대단히 매력적임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니켈56과 코발트56 모두 꽤 불안정해 거의 모두 철56으로 바뀌는데 두 달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이 시간이면 초신성 폭발 내부에 있는 상태이므로 양전자가 전자와 만나 소멸해 나오는 감마선 대부분이 빠져나오지 못한다(태양 내부의 감마선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계산 결과 초신성 영역을 빠져나오는 감마선은 1%에도 한참 못 미쳐 지구에서 관측되는 0.511MeV 감마선 피크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일반 제1형 초신성(위)와 SN1991bg 유형 초신성(아래)의 동위원소 붕괴 과정을 비교한 그림이다. 일반 제1형 초신성의 경우 니켈56이 금방 붕괴돼 양전자(빨간색)가 폭발 반경 내부의 전자(파란색)와 만나 소멸된다. 반면 SN1991bg 유형 초신성의 경우 티타늄44가 천천히 붕괴되므로 양전자 대다수가 우주공간의 전자와 만나 소멸하고 따라서 이때 나오는 감마선을 관측할 수 있다. - 네이처 천문학 제공
일반 제1형 초신성(위)와 SN1991bg 유형 초신성(아래)의 동위원소 붕괴 과정을 비교한 그림이다. 일반 제1형 초신성의 경우 니켈56이 금방 붕괴돼 양전자(빨간색)가 폭발 반경 내부의 전자(파란색)와 만나 소멸된다. 반면 SN1991bg 유형 초신성의 경우 티타늄44가 천천히 붕괴되므로 양전자 대다수가 우주공간의 전자와 만나 소멸하고 따라서 이때 나오는 감마선을 관측할 수 있다. - 네이처 천문학 제공

칼슘44 존재 미스터리도 덤으로 풀려


호주국립대 롤랜드 크로커 교수팀 등 다국적 공동연구자들은 최신 감마선 관측 데이터와 수치모형을 통해 SN1991bg 유형의 초신성 폭발에서 생기는 동위원소인 티타늄44가 붕괴할 때 나오는 양전자가 0.511MeV 감마선의 기원이라고 주장했다. SN1991bg 유형은 제Ia형 초신성의 한 종류로 1991년 관측된 초신성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핵융합 패턴이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때 생기는 티타늄44가 스칸듐44과 칼슘44로 두 단계에 걸쳐 붕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70년 정도 된다. 이정도면 폭발 잔해가 널리 퍼져 있어 동위원소 붕괴 시 나오는 양전자가 전자를 만나 소멸될 때 나오는 감마선 대부분이 우주 공간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연구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SN1991bg 유형 초신성 폭발에서 태양 질량의 3% 정도의 티타늄44가 만들어지고 그 붕괴 과정에서 초당 10의 43승 개의 양전자가 나와 지구에서 관측하는 0.511MeV 감마선 피크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미스터리였던 칼슘44의 기원도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다. 즉 지구에 있는 칼슘의 97%가 칼슘40이고 2%가 칼슘44인데 후자의 경우 그 기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칼슘44가 SN1991bg 유형 초신성 폭발에서 생기는 티타늄44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면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태양계가 형성될 때 무거운 원소 대부분은 우주를 떠도는 초신성의 잔해에서 왔다.


논문과 함께 실린 해설에서 파리천문학연구소 니코스 프란초스 교수는 “저자들의 모형이 흥미로운 대안이지만 SN1991bg 같은 초신성이 우리 은하의 양전자와 칼슘44의 기원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하면서도 “그럼에도 두 오래된 퍼즐을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간과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일상의 대소사에 일희일비하며 살아가는 필자는 이런 스케일 큰 과학뉴스를 접할 때마다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묘비에 새겨져 있다는 ‘실천이성비판’의 한 구절이 떠오르곤 한다.


“그에 대해서 자주 그리고 계속해서 숙고하면 할수록, 점점 더 새롭고 점점 더 큰 경탄과 외경으로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 것이 있다. 그것은 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도덕 법칙이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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