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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못 믿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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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26일 14:00 프린트하기

1분 요약


백신의 안전성을 의심하면서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부모들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일부의 걱정만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설문조사 결과 부모 3명 중 1명이 예방접종 무용론을 접한 경험이 있고, 이 중 47%가 관련 정보로 백신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백신 불신은 MMR 백신이 자폐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영국 앤드루 웨이크필드 박사의 논문에서 시작됐으나 이 논문은 거짓이며,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

 

GIB 제공
GIB 제공

‘안아키’와 ‘안예모’를 들어봤는가. 안아키는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 안예모는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이하 안예모)’이다. 이름만 봐서는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모임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이들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들은 백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1일, 보건복지부는 안아키 인터넷 카페 운영자 등에 대한 수사 요청서를 경찰청에 발송했다. 시민단체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은 5월 16일, 안아키 운영자와 회원 70여 명을 경찰에 신고했다. 안아키 카페는 한의사 김효진 씨가 2013년 4월에 개설했으며, 폐쇄되기 전 회원 수가 6만 명이나 됐다. 운영자인 김 씨는 회원들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말라’, ‘약 대신 소금물이나 간장, 숯가루 등을 사용하라’, ‘아토피는 긁게 놔두고 햇볕을 쬐라’, ‘화상은 온수로 치료하라’와 같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주장했다.


특히 김 씨는 지난 5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예방접종보다 수두에 걸려 획득한 자연스러운 면역이 훨씬 더 낫다며 ‘전국민 수두파티를 하고 싶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안예모는 자신들이 백신을 반대하는 단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예방접종이 아토피 피부염, 발달장애,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소아당뇨 등의 주요 원인이라며,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들이 접종한 아이들보다 훨씬 더 건강하게 자란다는 이중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백신 불신,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이런 단체들의 주장 때문에 백신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부모가 생긴다는 점이다. 지난 4월 26일 질병관리본부는 ‘2016 국가예방접종사업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0세~12세 이하 자녀를 둔 보호자 1068명을 개별 면접 조사한 결과, 전체 보호자의 33.4%가 예방접종 무용론을 접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예방접종을 포기한 부모는 극소수(3.4%)지만, 47%가 해당 정보로 예방접종에 부정적 태도를 갖게 됐다(매우 그렇다 7.9%, 약간 그렇다 39.1%)고 답했다.

 

자료 : vaccineconfidence.org, 과학동아 제공
자료 : vaccineconfidence.org, 과학동아 제공

전세계적으로도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은 문제가 되고 있다. 2016년 9월 13일 ‘e바이오메디신’ 온라인판에는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과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싱가포르국립대 등 공동연구팀이 67개국 6만5819명에게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면접 및 전화,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가 공개됐다. 논문에 따르면 ‘백신은 안전하다’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전체의 평균 12%에 달했다. 나라별로는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프랑스가 41%로 가장 높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36.36%), 러시아(27.5%), 몽골(26.8%), 그리스(25.4%), 일본(25.1%) 순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9%가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doi:10.1016/j.ebiom.2016.08.042).


논문의 제1저자인 LSHTM 하이디 라슨 박사는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백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지만 안전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과학자와 보건당국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대중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 왜 불신하게 됐나


백신 불신의 역사는 종두법이 개발된 때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됐다. 1796년, 영국의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는 우두에 걸린 소의 고름을 8세 소년의 팔에 접종했다. 제너는 우두에 감염됐던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천연두를 예방하는 종두법을 만들었다. 두창바이러스(variola major)로 인한 천연두는 치사율이 30~35%로 높으며, 생존자의 65~85%는 소위 곰보라고 불리는 심각한 흉터가 남는다. 천연두로 전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에 1만 명 이상이 천연두로 사망했다.


무시무시한 천연두를 제너의 종두법으로 예방할 수 있음이 증명됐지만 왕실과 종교인들은 접종을 강하게 거부했다. 소의 고름을 몸에 넣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컸거니와, 신이 내린 벌인 천연두를 감히 인간이 치료하려 한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종두법의 유효성은 점차 인정받게 됐고, 1803년에는 왕립제너협회가 설립되기도 했다.


이후에는 백신 접종 강제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펼쳐졌다. 1871년, 영국에서는 천연두 백신을 강제적으로 접종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자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백신접종 반대조직이 만들어졌다. 1970년대 초에는 ‘영국의학저널’에 백일해 백신이 뇌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혹이 제시됐고, 70~80%이던 백일해 접종률이 4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후속 연구를 통해 백일해 백신과 뇌손상에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뒤에야 접종률을 다시 높일 수 있었고, 1992년에는 백일해 백신 접종률이 91%까지 높아졌다.

 

영국의 MMR 백신 접종률의 변화 - 자료 : National Health Service of the United Kingdom, 과학동아 제공
영국의 MMR 백신 접종률의 변화 - 자료 : National Health Service of the United Kingdom, 과학동아 제공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다시 영국에서부터 21세기 새로운 백신 불신의 역사가 쓰이게 됐다. 훗날 사기로 판명된 논문 때문이다. 1998년 2월 의학저널 ‘랜싯’에는 자폐아 12명 중 8명이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을 맞은 며칠 뒤부터 자폐증 증상이 나타났다는 영국 로열프리병원 앤드루 웨이크필드 박사의 논문이 실렸다. 언론은 이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으며 백신접종 반대 운동이 시작됐다. 영국의 MMR 백신 접종률은 급격하게 낮아졌으며(위 그래프), 이로 인해 홍역 감염자는 늘어났다.


하지만 그의 사기는 곧 들통났다. 2004년 영국 선데이타임스의 브라이언 디어 기자가 탐사보도를 통해 웨이크필드 박사가 MMR 백신 제조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단체로부터 연구비 5만5000파운드(약 8000만 원)를 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연구에 맞지 않는 사례는 의도적으로 제외해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영국 로열프리병원 앤드루 웨이크필드 박사가 1998년에 MMR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있다는 논문을 발표하자 백신 접종률이 급격하게 낮아졌다(위 그래프). 웨이크필드 박사의 논문에 ‘철회됐다’는 문구가 커다랗게 박혀있다. - The Lancet 제공
영국 로열프리병원 앤드루 웨이크필드 박사가 1998년에 MMR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있다는 논문을 발표하자 백신 접종률이 급격하게 낮아졌다(위 그래프). 웨이크필드 박사의 논문에 ‘철회됐다’는 문구가 커다랗게 박혀있다. - The Lancet 제공

랜싯은 2004년 웨이크필드 박사의 논문에서 일부 내용을 철회했고, 2010년 1월 28일에는 영국일반의학위원회가 2년 반에 걸친 심의 끝에 웨이크필드 박사의 주장은 부정직하고 무책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랜싯은 해당 논문을 영구 철회했다. 해당 논문은 지금도 랜싯 사이트에서 내려 받을 수 있는데, ‘철회됐다(retracted)’는 문구가 커다랗게 찍혀 있다. 2010년 5월에는 웨이크필드 박사의 의사면허도 박탈됐다.


이렇게 실상이 낱낱이 밝혀졌음에도 백신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5년 8월 14일 학술지 ‘백신’에 발표한 ‘백신 기피에 대한 WHO의 권고’에 따르면 매년 약 150만 명의 어린이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에 걸려 숨진다. 2015년에는 13만4200명이 홍역으로 사망했다. 개인의 비윤리적인 연구 결과로 생긴 백신 불신의 뿌리를 뽑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까.

 


백신 불신은 심리학적인 오류?


사람들이 백신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꽤 흥미롭다. 위험 인식, 위험 관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오리건대 심리학과 폴 슬로빅 교수를 e메일 인터뷰 했다.


슬로빅 교수는 1987년 ‘사이언스’에 대중의 위험 인식과 전문가들의 위험 인식에 큰 차이가 난다는 ‘위험 인식(Perception of Risk)’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러 집단의 사람들에게 어떤 기술이나 행동이 가장 위험한지를 물어본 결과, 여성유권자연맹 회원과 대학생들은 원자력 발전을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20위로 생각했으며, 1위는 자동차였다(아래 표). 흥미로운 점은 당시에는 예방접종을 여성유권자연맹에서는 가장 안전한 것(30위)으로 생각했으며, 전문가들은 스키 타기(30위)나 등산(29위)보다 위험하다(25위)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연구가 진행된 시기에 백신 관련 논란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30가지 활동 또는 기술의 위험 순위 - 자료 : Slovic, P. Perception of risk. Science(1987), 과학동아 제공
30가지 활동 또는 기술의 위험 순위 - 자료 : Slovic, P. Perception of risk. Science(1987), 과학동아 제공

대중과 전문가의 위험에 대한 이 같은 인식 차이에 대해 슬로빅 교수는 “위험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전문가들은 연간 사망자 수와 같은 자료를 위험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지만 일반인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 눈에 보이지 않고 전에 없던 미지의 위험인지, 위험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출되는지 등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백신이 안전하다는 전문가들의 입장과 대중의 불신 사이의 차이도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슬로빅 교수는 “백신을 맞으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낮아져서 백신의 혜택을 알 수 없다. 심지어 백신을 맞지 않아도 바로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사람들이 백신의 위험 감소 효과를 체감할 수 없게 한다”며 “결국 백신으로 인한 이익은 낮게 느끼고 어쩌다 발생하는 백신의 부작용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거부는 ‘부작위 편향’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부작위 편향은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손실보다 행동을 했을 때 돌아오는 손해에 더 신경을 쓰는 심리 현상이다. 슬로빅 교수는 “부모들 역시 백신을 맞지 않았을 때의 위험보다 백신을 맞고 난 뒤 부작용을 더 신경 쓰는 부작위 편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일단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뒤에는 그 생각을 바꾸기가 무척 어렵다. 자기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 편향’이나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동기화된 추론’,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수정하는 불편함을 회피하기 위해 어떤 사실이 자신의 믿음과 어긋나면 사실을 부인하는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슬로빅 교수는 백신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의료 및 보건 당국을 믿으세요. 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들은 꼭 예방접종을 하세요. 예방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에 자녀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이를 노출시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더 읽을거리


WHO Recommendations Regarding Vaccine Hesitancy(Vaccine Volume 33, Issue 34, Pages 4155-4218) doi:10.1016/S0264-410X(15)01027-0
Perception of risk(P Slovic, Science 236, 280-285) doi:10.1126/science.356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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