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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만드는 ‘모션캡처’로 뼈, 근육건강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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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30일 11:00 프린트하기

“뛸 때 보면 왼쪽 팔꿈치는 수직으로 많이 움직이는데, 오른쪽 팔꿈치는 수평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좀 있네요.”

 

김수연 강남세란의원장이 기자의 움직임을 분석한 영상과 그래프를 보며 몸의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제공
김수연 강남세란의원장이 기자의 움직임을 분석한 영상과 그래프를 보며 몸의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제공

 

런닝 머신을 뛰었을 뿐인데 눈 앞의 모니터에는 기자의 움직임을 분석한 그래프가 펼쳐졌습니다. 제 팔꿈치와 척추, 골반, 무릎, 발 등 신체 부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저도 태어나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팔꿈치가 한쪽은 수직, 다른 쪽은 수평으로 움직인다는 걸 대체 누가 알았겠어요?

 

6월 20일, 기자는 서울 강남세란의원(원장 김수연)을 찾았습니다. 이 곳에 모션 캡처 기술로 뼈와 근육 건강을 살피는 시설이 들어선다고 들었거든요. 이왕 찾은 김에 직접 검사대에 올라가 봤습니다.

 

● 11개 카메라와 35개 마커가 내 움직임을 추적한다

 

옷을 갈아입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런닝머신 앞에 섰습니다. 얼핏 보기에 시설은 매우 간단했습니다. 직육면체 공간 한 가운데 런닝 머신이 놓여 있고, 벽에는 카메라 11대가 런닝머신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11대 중 2대는 비디오 카메라, 9대는 모션 캡처용 카메라입니다. 몸에 마커를 붙이고 런닝 머신 위에서 움직이면 모션 캡처 카메라는 사람이 아니라 마커를 촬영하게 됩니다.

 

몸에 딱 달라붙는 옷으로 갈아입자 (엄청 부끄러웠다고요!) 김수연 강남세란의원장이 손으로 일일이 뼈를 살펴가며 마커를 붙였습니다. 사람마다 관절 모양과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확인하고 붙여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왼쪽 오른쪽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기자의 경우는 양쪽 무릎 관절이 다르게 생겼던 모양입니다. 김 원장이 여러 번 확인을 했지만 역시 달랐습니다. 

 

기자의 몸에 붙은 마커가 정면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추적되고 있다. -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제공
기자의 몸에 붙은 마커가 정면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추적되고 있다. -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제공

 

온몸에 마커 35개를 붙이고 런닝머신에 오른 뒤 검사를 시작했습니다. 아주 간단했어요. 처음에는 시속 4㎞로 걷고, 다음에는 시속 9㎞로 뛰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검사가 끝났어요. 참 쉽죠? 마커를 떼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동영상에서는 마커를 연결한 가상의 선 인간(?)과 해골이 뛰고 있었습니다. 제가 피와 살을 다 떼고 뛰면 이런 모습인 거지요.

 

“팔꿈치 움직임이 특이하긴 한데 전체적으로 좌우 균형이 잘 맞아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네요. 평소에 아픈 곳 없으시죠?”

 

네, 없습니다…. 기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척추측만이 있거나 거북목 등 문제가 있는 사람의 분석 영상은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만약 당사자였다면 영상을 본 뒤 큰 충격을 받아 억지로라도 자세를 고치려고 계속 노력했을 것 같습니다.

 

● 움직임을 분석하는 모션 캡처 기술을 의료에 사용하는 이유

 

일반 대중에게 모션 캡처 기술은 컴퓨터 그래픽을 실감나게 만들 때 사용하는 기술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개봉했던 ‘미녀와 야수’ 제작 현장 영상을 보면 댄 스티븐스가 야수의 몸 형태를 한 특수 쫄쫄이를 입고 촬영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의상 위에는 배우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한 마커가 붙어있고요. 영상을 보고 있다 보면 우스운 모습을 하고 있는 댄 스티븐스를 상대로 열연하는 엠마 왓슨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댄 스티븐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모션 캡처는 마커를 이용해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입니다. 이 특징을 이용하면 여러 가지 분야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선박이나 로봇의 움직임을 분석할 수도 있고요. 사람에게 마커를 붙이면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스포츠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석할 때 아주 좋지요. 꼭 스포츠 선수에게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의학 분야에서는 몸의 원래 기능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데 이 기술을 많이 씁니다. 기본 뼈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환자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알기가 쉽지요.

 

걷는 모습을 그냥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해서 다시 보면 안되는 걸까요? 팔자 걸음이나 심각한 거북목처럼 누가 봐도 한 눈에 이상한 것을 알아챌 수 있는 상태라면 일반 영상으로도 충분할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미세한 문제입니다. 걸을 때 왼쪽 무릎과 오른쪽 무릎이 올라가는 높이 차이가 1㎝ 차이가 나는 걸 영상으로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모션 캡처 기술은 사람 뼈대에 붙어있는 근육이나 신경을 제거하고 순수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그만큼 문제가 있는 부분을 확실하게 알 수 있지요.

 

▲ 기자가 뛰는 모습을 마커를 이용해 추적한 영상(위)와 이를 골격 구조로 재현한 영상(아래)

 

 

게다가 걸음걸이는 온몸의 뼈와 근육 건강을 알 수 있는 대표적 척도입니다. 어딘가 아프면 자연스럽게 우리 몸은 덜 아프게 만들기 위해 자세를 바꾸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배가 아프면 자연스럽게 몸을 구부립니다. 다리를 뒤로 뻗었을 때 아프다면 최대한 다리를 덜 뻗는 식으로 걸음 걸이를 바꾸지요. 그런데 이렇게 고통을 줄이는 뱡향성이 어디서 문제를 일으킬지 모릅니다. 진짜 아픈 곳은 어깨인데 어깨를 덜 움직이기 위해 목과 허리를 지나치게 꼿꼿하게 유지하느라 허리가 아플 수도 있습니다.

 

이런 뼈와 근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찾기 위해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진단 방법을 사용합니다. X레이를 이용해 아픈 부위를 촬영하기도 하고, MRI나 CT로 정밀하게 보기도 하지요. 김 원장의 모션 캡처 진단도 아픈 곳을 정확하게 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입니다.

 

● 한국인 표준 걸음걸이를 찾아내는 것이 목표

 

모션 캡처 진단은 이미 의학계에서 쓰고 있는 방식입니다. 특히 재활의학계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비디오 카메라 방식을 이용해 동영상을 만듭니다. 환자의 몸에 마커를 표시해 비디오 카메라로 영상을 찍은 뒤, 영상을 컷별로 나눠 일일이 마커를 연결하는 겁니다.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심할 때는 한 사람 자료를 만드는데 한 달이 걸리기도 합니다. 영상을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에 움직임 오차도 0.5㎝ 정도로 큰 편입니다.

 

김 원장이 선택한 방법은 적외선 방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학교 병원 정도에서만 이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적외선을 반사하는 마커를 이용해 마커의 움직임을 직접 추적하기 때문에 오차가 1㎜로 매우 정확합니다. 게다가 촬영을 하면서 마커의 좌표값을 실시간 추적하기 때문에 결과도 빠르게 나옵니다. 옷을 갈아입는 동안 결과가 나왔을 정도니까요.

 

단순히 영상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마커에서 추출한 좌표값을 이용해 각 관절 부위의 움직임을 그래프로 보여줍니다. 이 그래프를 이용해 건강한 성인의 표준 걸음걸이 모델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팔자 걸음을 걷는지, 구부정하게 걷는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거지요.

 

김 원장은 “모션 캡처 진단으로 환자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며 “현재 표준 걸음걸이 모델은 서양인의 체구에 맞춰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의 체형에 맞는 표준 걸음걸이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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